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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과 미디어 빅뱅의 정치학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 승인 2012.06.14 10:29

   
 
“2011년은 방송 분야에서 시작된 미디어 빅뱅의 핵심적인 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방송, 언론 환경이 전면적으로 바뀌고 미디어 양태가 달라 질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작년 연말 방통위 기자들에게 털어놓은 생각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미디어 빅뱅’을 구상해왔다. 미디어 빅뱅의 단초는 신규 종합편성(종편) 채널 선정과 민영 미디어렙 신설, KBS 수신료 인상 등이다. 자신의 임기 내 완성되면 지난 1980년 군부독재에 의해 언론사가 통폐합된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구상 중 임기 내 현실화되는 것은 오직 종편 및 보도채널 선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영 미디어렙 설립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정부 입법도 요원하다. 정부가 민영 미디어렙 법을 발의할 충분한 시간(1년 이상)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국회에 떠넘기는 것은 방통위가 민영 미디어렙 설립에 의지가 없다고 보여진다.
KBS수신료 인상은 정치권은 물론 방통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다.
비효율적인 현행 공사 체제를 유지하고 수신료만 국민에게 1천 원씩 더 받겠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새해 예산안 국회 날치기, 폭력 통과 때 가졌던 ‘자신감(거꾸로는 오만함)’의 발로라 여겨진다.

종편 및 보도채널 사업권 선정만으로 미디어 빅뱅(대충돌)이 일어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종편 채널이 늘어날수록 미디어 업계 인력 대이동이 예상되고 그만큼 사업성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빈부격차(영향력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방겸영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미디어의 영향력이 같을 수는 없다. 종편의 등장만으로 기존 관행(광고료 및 뉴스 유통)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방 겸영 미디어는 브랜드를 강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그렇지 못한 미디어는 생존의 문제에 처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종편 및 보도채널에 소외된 미디어는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하냐”는 고민에 빠져 있는 것 이 사실이다.

뉴미디어 산업(인터넷 및 SNS 등)에는 암흑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이미 국내 유력 미디어들은 종편 및 보도채널에 적게는 400억 원에서 많게는 4천8백억 원씩 자본금을 끌어 모았다. 뉴욕타임즈, 더 타임즈, 가디언 등 외국의 유력 언론들은 이미 뉴미디어로 투자방향을 바꿨지만, 국내 미디어는 애석하게도 ‘올드 미디어’인 방송에 천문학적(산업 규모로보면 그렇다)인 투자를 할 예정이다. 그만큼 뉴미디어에 대한 투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뉴미디어의 암흑기는 종편이 시작함 과 동시에 올지 모른다. 뉴미디어와 올드 미디어의 일대 승부는 2011년부터 본격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와 보수 미디어의 균형추가 완전히 흔들리게 된다.
종편의 등장으로 앞으로 한국 미디어는 보수 일변도의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보 미디어에는 ‘균형추’가 될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그림은 애초 방통위나 언론 학자들, 또는 미디어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여겼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


애초 종편이 처음 출발할 때는 KBS, 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지난 20년간 형성해온 ‘카르텔’을 깨자는 취지가 컸다. 지상파 3사는 자기혁신 없이 기득권 유지에 안간힘을 써왔다.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협상, 그리고 케이블TV와의 재전송 분쟁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지만 지상파 3사는 애초부터 ‘공익 (共益)’을 내세우며 사익(社益)을 챙겨왔고 원칙도 없었다.

미디어 빅뱅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종편 및 보도채널이 선정됐다. 이들은 산업을 뒤흔드는 빅뱅이 될 것인가. 아니면, 대충돌 후 기존 미디어 기득권(지상파 3사 및 일부 유력 일간지)에게 빨려 들어가기 위한 빅뱅이 될 것인가.
결과는 2~3년 후 나타날 것이다.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다. 하지만 오직 힘이 있거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거나 둘 중 하나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미디어가 빅뱅 이후의 신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jac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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