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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애플, 황소개구리 되나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 승인 2012.04.05 17:40

   
 
정신없었다.

지난 8월은 IT,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했던 달이었을 것이다.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한국 IT산업은 붕괴할것처럼 하더니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사임한다는 뉴스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HP가 PC사업부를 분사시킬 것이라는 소식에 국내 PC업체들이 울었고, 뒤따라 대기업총수가 소프트웨어(SW)만이 살 길이라는 지적과 한국이 SW에서 성공하기 위한 의견과 해법이 쏟아져 나왔다.
외국산 제품의 진입이 자유로운 IT모바일 분야는 애플,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위TGIF 서비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반면 국내 미디어 업계(방송, 콘텐츠 분야)는 상대적으로 미국발 소프트웨어 태풍에 간접 영향만 받았다. 미디어 산업은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디어 분야도 미국발 ‘소프트웨어 혁명’이 국내 시장을 강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대 DVD 유통체인인 ‘블록버스터’와 유명 서점 ‘보더스’가 이미 파산했다. 시장에 매물이 나왔지만 사는 기업이 없었다. 그자리는 SW 기업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대체했다.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등 미국의 케이블코(CableCo)들도 ‘TV에브리웨어’라는 서비스로 급격하게 이동 중이다.
이같은 ‘미디어 소프트웨어혁명(Media SWRevolution : 소프트웨어가 산업 벨류체인의중심이 된 현상)’은 스마트폰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구글과 애플이 움직임으로써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구글. 구글은 지난해 선보인 야심작 ‘구글TV’가 사실상 실패로 판명됐음에도 미디어산업 진출에 대한 의지는 꺾지 않았다. 구글은 지난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컴캐스트에 10억달러를 투자, 미디어 산업을 바꾸려했던 시도를 기억하고 있다. MS는 당시 컴캐스트에 투자하면서 수백만대의 디지털 셋톱박스에서 자사 SW가 작동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컴캐스트와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디지털 셋톱박스에 MS의 TV소프트웨어 ‘미디어센터’를 채택하지 않았고 MS의 ‘디지털 홈’ 계획은 차질을 가져왔다. MS는2009년 컴캐스트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구글은 케이블, 위성, 이통사업자에 투자하는 대신 셋톱박스 겸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모토롤라’를 인수했다. 구글은 모토롤라 스마트폰과 셋톱박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을 배포하고 콘텐츠 전송, 광고 그리고 유저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있는 입지를 얻었다. 구글은 앞으로 구글TV 플랫폼과 모토롤라 셋톱박스를 통합, 기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가정에 침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구글 TV는 동영상 검색 및 양방향 프로그램을 위한기본 OS를 채택하려는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 할 수도 있다. 구글발 미디어 소프트웨어 혁명이 예고되는 이유다.

그리고 애플. 이제 애플의 차기 혁신 산업은 ‘미디어’ 특히 ‘TV’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태다. 현재 실리콘벨리의 상당수 미디어들은 애플이 iOS 기반의 디지털TV를 개발, TV판매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중요한것은 ‘어떻게’ 진출하느냐의 여부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한 애널리스트(Piper Jaffray의 Gene Munster)는 벤처비트라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2012년 말이나 2013년 초 TV셋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팀 쿡의 CEO 선임 분석기사에서 “팀 쿡은 디지털동영상 시장에서 애플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현재 TV를 통해 동영상을 유통하기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가입형 TV 서비스를 런칭 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단계에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애플은 최신형 99달러짜리 애플TV에서 구현 중인 서비스를 가입형 동영상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과 구글은 그동안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트로이 목마’로 인식돼 왔다.
애플과 구글로 인해 이통사 중심의 닫힌 정원(Walled Garden)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졌으며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서비스로 산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애플과 구글의 행보를 보면 그들은 ‘트로이 목마’가 아니라 ‘황소개구리’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생태계를 창의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잡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로 인해 과연 국내 SW 산업, 앱 경제가 얼마큼 일어났는가를 생각해보면 다소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서비스 혁신’이아니라 ‘일자리’와 맞물려 생각하게 되면 더욱비관적인 시선을 갖게 된다.

국내 미디어 산업에서도 애플과 구글이 일단 ‘트로이 목마’처럼 왔다가 미디어 생태계를 잡아먹는 ‘황소개구리’로 변신하는 순간이 머지않은 느낌이다.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jac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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