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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총량제·가상광고 날개, 독과점 강화 나설 것원칙 없는 재송신·VOD 인상까지 계속되는 탐욕...정부 나서야
한정훈 채널A 기자 | 승인 2015.02.03 12:59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에 광고 총량제를 도입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가상 광고까지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의 입법 예고 기간은 지난 2월 2일까지. 입법 예고가 끝나면 규제 개혁 심사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 중 방송법이 바뀔 전망이다.
유료 방송이나 신문협회가 방송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등을 연일 지적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묵묵부답이다.
그러나 지상파 총량제 도입을 둘러싸고 방송 업계와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지상파 시장 독과점과 시청권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대 수혜자인 지상파 방송사들은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아 수익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 하지만 방송 업계에선 현 수준의 규제 완화로도 편성 전략만 조금 수정하면 중간광고 도입에 버금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 가상 광고가 허용됨에 시민단체들은 지상파의 공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지상파의 공익성 훼손은 현재 국내 방송 업계 지형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지상파 총량제 도입은 작게는 PP업계의 일이지만 케이블SO들에게 주는 시사점도 매우 크다. 최근 재전송료, VOD 가격 인상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끊임없는 수익 확대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규제 완화(혹은 규제 개악)는 이제 시작이다. 적어도 몇 몇 지상파에겐 이미 '지상파=공익성' 공식은 깨졌다.

◇ 총량제 '프로그램 쪼개기, 유사 중간광고' 나올 것

지난해 12월 24일 입법 예고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는 프로그램 시간의 최대 18%를 형식에 규제 받지 않고 방송 광고를 할 수 있다. 15초당 광고 단가가 1500만 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전후 광고의 경우 기존 시간당 6분(10%)까지만 허용됐지만 법이 개정되면 10분 48초(18%)까지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인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은 광고 총량제는 효과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광고 판매율이 평균 50%대에 머문다는 이유인데 방송 업계 분석은 다르다. 방송법 개정으로 프로그램 광고가 늘어나면 간단한 편성 전략 수정만으로도 중간광고의 도입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편성 전략이 '프로그램 쪼개기'다. 만약 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런닝타임이 긴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1, 2부로 나눠 편성해 그 사이 광고를 사실상 중간 광고처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의 일요일 주말 저녁(오후 4시 50분~8시) 예능은 2개 코너가 한 프로그램처럼 방송되고 있다. 실제, SBS의 '일요일이 좋다'의 경우 K팝스타4와 런닝맨이라는 전혀 다른 코너 2개가 2시간 10분가량 방송된다. 방송 업계 관계자는 "주말 블록버스터 편성은 시간당 10%라는 프로그램 광고 규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총량제가 허용되면 러닝타임이 긴 프로그램을 작해 1, 2부로 나눠 편성해 단가가 가장 비싼 프로그램 광고 시간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요일 예능 다시 보기(VOD) 서비스의 경우 두 코너를 잘라서 각각 판매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VOD가격마저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광고단가 높은 가상광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확대

이번 방송법 개정으로 스포츠 중계 이외 예능과 교양, 스포츠 보도까지 허용된 가상 광고의 경우 사실상 '유사 중간광고'로 활용될 여지가 다분하다.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은 예능, 교양 프로그램에도 전체 방송 시간의 5% 이내에서 가상 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가상 광고란 프로그램 중간 돌출되는 광고.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삽입되기 때문에 주목도도 크고 효과도 '중간광고' 이상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 따르면 2010년 당시 SBS 세계피겨선수권대회 가상광고(삼성전자) 시청률은 21.6%에 달했다. 반면, 프로그램 앞 뒤 일반광고 평균 시청률 12.5%이었다.
가상광고의 시청률이 높은 만큼 광고 단가도 매우 높다. 현재 스포츠 중계 시 가상 광고 단가는 일반 광고의 비해 1.5배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주말 예능의 최고 광고 단가(15초 기준)가 1500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예능 가상광고 단가'는 23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늘어나는 광고 효과만 만큼 시청자들의 광고 노출에 따른 피로도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지상파 예능, 오락 프로그램으로 광고 총량제 허용으로 지상파 방송은 시간당 3분(5%)의 광고가 더 늘어난다. 60분짜리 주말 예능 프로그램 한편을 볼 경우 극단적으로 14여 분의 광고를 봐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시민단체들이 지상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유료 방송은 광고가 더 많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상파는 무료 전파를 사용하는 공공재라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유료 방송에도 가상 광고가 허용될 예정이지만 현재 가상 광고의 90% 이상을 지상파가 독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상 광고 도입으로 인한 문제점은 대부분 지상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 지상파 공공성 무게중심 잡아야

유료 방송 업계나 시민단체들도 이런 문제점 때문에 지상파의 광고 규제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의견서를 내고 "광고총량제가 시청자 볼 권리 침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견서에서 "간접·가상광고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총량제까지 도입하면 방송 산업의 극단적 상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공청회 등을 열어 시청자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이후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은 총량제가 허용되면 그 다음은 중간광고 그 다음은 가상광고 전면 확대 등 본인들의 로드맵대로 규제 완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최근엔 SBS를 중심으로 지상파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지상파 규제 완화 로드맵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규제 기관인 방통위, 규제 진흥 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중심을 잡아주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할 수 있지만 이미 방송규제는 지상파 편향으로 기울어진 모양새다.
지상파 사업자도 기업인만큼 수익을 내는 것에 대해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지상파 규제 완화의 시작이 한국 방송 산업의 고질적 문제점의 악화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분명한 건 지상파 방송 사업자는 공공성 속에 존재해야하고 정부가 그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 현재 방통위가 추진하는 방송 규제 완화 방식으로는 공공성 보단 상업성으로 기울어진 지상파 방송사를 제어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사는 수익성 악화를 내세우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산업 내 위치는 아직 공고하다.

◇ 원칙 없는 재송신료, VOD 인상, 정부 나서야

이런 규제 완화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더욱 비대해진다면 자구 노력 의지가 느슨해 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상파 3사는 이번에 대폭 허용된 가상 광고 등을 활용해 인원 감축, 조직 슬림화 등 자구 노력 없이 경영 수지 개선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일단 지상파 총량제가 연내 도입될 경우 지난해 100억~300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지상파 3사는 올해는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상파들의 수익 확대 노력이 극대화되고 있어 올해와 같은 적자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제도 개선과 함께 방송 다시 보기(VOD) 매출, 재전송료 등의 부과 수익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의 VOD수익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지상파 VOD 매출은 4000억 원이 넘었다. 주지하다시피 수익 중 과반 이상은 지상파의 몫이다.
더 큰 문제는 지상파 방송의 유료 방송 재전송료다. 유료방송 방송 재전송 대가는 2013년 현재 1255억 원으로 전년도의 646억 원에 비해 94.3% 증가했다. 재전송료는 현 시점에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폭탄이다. 언제까지 원칙 없이 계속 가입자당 280원, 400원,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 있겠는가. 이 지점에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모두에게 힘든 과정이겠지만 현장에서의 원칙을 정하면 그 틀에서 각사의 이익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다.
드라마 '미생' 대사처럼 답은 '현장'에 있다.

   
 

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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