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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털어 삼시 세끼 해 먹자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5.02.16 10:00

점심시간, 사무실이 밀집되어 있는 도심의 식당은 한 끼를 위한 사람들의 줄이 길다. 가격대비 맛이 좋은 집은 자칫하면 자리가 없다. 도깨비불에 콩 볶아 먹듯 간신히 점심을 먹고 나면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좀 느긋하게, 음식 만드는 재미도 느껴가면서 먹을 수는 없을까.

   
 
「삼시 세끼」(tvN)는 밥 한 끼 조차 허겁지겁 ‘때워야 하는’ 지친 도시인들에게 힐링같은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삼시 세끼 직접 밥만 해 먹으면 된다. 이런 것도 프로그램이 될 수 있나 싶었다. 오죽했으면 정선편의 출연자였던 이서진은 첫 회에서 “이 프로그램은 망했어” 라고 했던가. 나영석 피디는 시청자를 뒤로 넘어가게 할 만큼 재미난 웃음을 만들어내라 하지 않았다. 그냥 장작불 피워 밥하고, 필요한 것은 최대한 자급자족하라는 것이 주문의 전부였다.

텃밭에 있는 몇 가지의 채소, 닭들이 낳아준 달걀, 수수 베기와 맞교환한 약간의 고기와 식재료들로 만들어낸 밥상은 단촐했지만 풍성했다. <삼시 세끼>의 핵심은 ‘직접 해 먹어야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 배우 윤여정은 만두를 만들고, 최지우는 김장을 담갔다. 손호준은 겉절이를 했고, 이서진과 옥택연은 텃밭의 수수를 수확하여 수수부꾸미까지 만들었다. 과정은 길었지만 직접 만든 음식으로 차린 한 상을 먹고 나면 든든하고 뿌듯했다. 만재도편의 차승원과 유해진도 마찬가지였다. 목포에서 뱃길로만 6시간 걸리는 섬 만재도는 정선보다 더 심한 오지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들은 꼼짝없이 갇힌다. 시장 구경할 읍내도 없다. 차줌마 승원은 섬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온갖 재료로 밥상을 차리고, 참바다 해진은 어설픈 솜씨로 바다에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통발을 놓아 고기를 잡았다. 그렇게 그들은 탕수어도 해 먹고, 어묵도 해 먹고, 짬뽕도 해먹었다.

   
 
<삼시 세끼>는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했다. 식구들이 먹는 음식인 집밥, 매식이 생활화 된 도시인들에게 집밥은 엄마의 사랑이다. 그렇게 불쑥 집밥이 먹고 싶어 오랜만에 장을 보고 나름의 솜씨로 밥을 해 먹으니 행복했다. 그러나 그것도 기껏해야 한 두 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바퀴는 멈추지 않았다. 냉장고를 풍성하게 채운 채소, 과일, 생선, 고기들은 유통기간을 넘겼고, 집밥을 향한 굳은 다짐의 흔적들은 슬금슬금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이런 슬픈 운명의 재료들을 새롭게 탄생시켜주는 <냉장고를 부탁해>(jtbc)는 기발하다.

   
 
최현석을 비롯하여 장안에서 내놓으라 하는 6명의 셰프와 만화가겸 방송인 김풍, 레스토랑을 운영중인 홍석천까지 합세한 8명의 셰프 군단은 연예인 집에서 들고 온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만으로 주제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냉장고는 개인의 공간이다. 먹다 남은 음식이 뚜껑도 덮히지 않은 채 들어있기도 하고, 유통기간이 지난 식재료들이 나뒹굴기도 한다. 이곳 저곳에는 뭔지 모를 것들이 묻어있기도 하다. 내가 볼 때는 항상 깨끗했는데 남이 본다고 하니 왜 그리 지저분해 보이는 지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그런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조금은 허접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외이기도 한 냉장고안 재료들만으로 셰프들은 요리 경합을 벌인다. 주어진 시간은 딱 15분. 김성주는 스포츠경기를 중계하듯 스튜디오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미식가와는 거리가 먼 정형돈의 깐죽거림은 멀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MSG의 맛 같다.

요리 경합 프로그램인 「한식대첩」(올리브), 「마스터 셰프 코리아」(올리브)등이 잠시도 진지함을 내려놓지 않고 승리를 향한 경합에 몰입하는 「나는 가수다」(MBC)와 같다면, 「냉장고를 부탁해」는 「불후의 명곡」(KBS)과 같다. 세상 하나 밖에 없는 멋진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축제이다.

‘재미, 웃음, 감동, 교훈’을 골고루 갖춘 「삼시 세끼」와 「냉장고를 부탁해」, 웃다가 허기지고, 만들어 먹고 싶어 주방으로 달려갈 것이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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