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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5.04.15 14:55

여행이란 ‘벗어남’이다. 익숙한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입에 익지 않은 음식을 먹고, 뒤척이는 잠을 자는 것, 그 차가운 낯섦 속에서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새삼 느낀다.

   
▲ tvN ‘꽃보다 할배' 단체사진

‘꽃보다’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여행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던 「꽃보다 할배」(tvN) 그리스 편이 시작되었다. 2013년 시작된 ‘할배’들의 여행은 자유를 꿈꾸는 수많은 노년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안방극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현역 배우들이지만 그들은 일흔,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였다. 가장 먼저 걱정스러웠던 것은 그들의 체력이었다. 의료진이 동행한다 해도 짐꾼을 따라 지하철로, 버스로, 걸어서 이동하는 배낭여행이었기에 안심할 수 없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예정된 행로를 따라가야 하는 일정은 지칠 만도 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었다. 그들은 꿈꾸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신지를 전해주었다.

짐꾼의 존재 또한 남달랐다. 솔직히 어른들과의 여행이 쉽겠는가. 그것도 해외여행이라니. 낯섦은 국내 여행보다 몇 배 더 심할 것인데, 그 모든 것을 일사분란하게 감당해내야 하는 짐꾼은 시종일관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 한마디로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이서진과 ‘지우히메’로 영원한 별이 된 최지우의 일거수 일투족은 더 없이 꼼꼼했다. 전편에 비해 노련함과 느긋함이 생긴 이서진이지만 초보 짐꾼 최지우의 허둥댐을 든든히 방어해주었다. 깍쟁이스럽고 자기중심적일 것 같은 최지우의 살가운 분주함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 tvN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

‘꽃보다’ 시리즈 중에서 「꽃보다 할배」편이 단연 감동적인 이유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깼기 때문이다. 늙는다는 것은 어찌되었거나 서글프다. 청춘의 터널을 지나지 않고 황혼의 저녁을 맞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젊음만을 기억하려 한다. 그러나 「꽃보다 할배」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늙음과 마주하려했고, 늙음이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향한 지혜의 보고(寶庫)임을 보여주려했다.

   
▲ MBC에브리원 종영프로그램 <난생처음 여행단>

여행은 도전이다. 「난생처음 여행단」(mbc every1)은 해외여행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과 이들의 여행매니저가 된 연예인들의 동행기이다. 평생 해녀로 살아온 제주도 할머니, 세계를 누빌 꿈에 부푼 예비 승무원들, 강인한 힘으로 살아가는 씨름부 주장과 헬스 트레이너, 스턴트맨, 지리산 훈장님 등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첫 해외여행은 설레임 그 자체이다. 해외여행이 옆집 마실가듯 쉬워진 세상이라 해도 국제선 비행기 한 번 타보지 못한 사람이 아직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들 중 몇 사람이 해외여행 경험자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니 얼마나 벅찬 감동이 밀려오겠는가. 어떤 면에선 「꽃보다 할배」의 일반인 버전쯤 되는 것 같다. 해외여행도 처음인데 방송사 카메라까지 왔다 갔다 하니 일반인들의 우왕좌왕은 당연했고, 매니저없이 스스로 일처리를 해야 하는 연예인들의 가이드는 어설펐다. 그래도 ‘처음’을 함께 나눈 이들의 기억은 오랜 시간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아있을 것이 분명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일상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만 벗어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 안달이 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린 여행이라는 일탈의 열차에 올라탄다. 낯설기에 두렵고, 두렵기에 지금에 안주하고 싶지만, 이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느냐는 마음으로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본다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임을 여행은 말하고 있다.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피디는 어느 인터뷰에서 연이은 성공의 이유를 “예능의 기본을 깼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행도 그렇게 기본을 깨는 것이다.
여행은 꿈이다. 여행은 희망이다. 여행은 사랑이다. 그리고 여행은 내일을 살아갈 힘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이제 슬슬 떠나 봅시다.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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