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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상품 늘어도 유료방송 수익 제자리<정책진단> 합리적 경쟁이 소비자 후생 키운다 ①
채널A 한정훈 기자 | 승인 2015.04.21 14:24

“IPTV는 가입자가 1100만 명 넘었다고 하는데 왜 적자가 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있었던 방송통신위원회 인사와의 점심.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된 식사 시간은 자연스럽게 방송 현안에 대한 주제로 모였다. 요즘 최대 이슈인 방송과 통신 결합 상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첫 마디가 뜻밖이었다. 그는 “요즘 IPTV가입자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런데 보고를 받아보면 누적 적자에다 지난 2014년 영업도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나온다. 가입자는 늘어나는데 손해를 계속 보고 있다니, 비정상적인 구조가 아니냐 ”고 되물었다.
가입자가 늘어도 적자가 난다면 원가 밑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야기. 결합 상품의 최근 문제를 한 마디로 보여주는 질문이다. 
 

   
 출처 : 방송통신이용자포털

◇ 급증하는 결합상품 가입자, 커지는 공정경쟁 논란

결합 상품은 통신과 방송 관련 기업 마케팅의 기본이다. 결합상품은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전화 등을 묶어 30~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상품. 현재 국내 통신사들은 3개 서비스를 함께 가입하면 이동통신 한 회선 당 8000원 정도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들의 이런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결합 상품 구매 고객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현실을 넘어 대세가 된 느낌이다. 2013년 기준 결합상품 가입 규모는 1,553만 가구로 전체 85.3%. 10가구 중 8가구 묶여 있다는 의미다.

특히, 결합 상품은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요즘 신혼집을 가보면 휴대전화와 인터넷, 방송을 각각 계약해 쓰고 있는 곳이 드물 정도다. 결합 상품으로 인한 소비자 이득도 점점 나타나고 있다. 통신사 집계에 따르면 연간 소비자 혜택(할인) 규모는 1조3천800억 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결합의 문제점은 없을까. 최근 통신과 방송의 결합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나친 가격 후려치기와 시장 지배력 전이에 따른 사업자 간 불공정 경쟁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결합의 폐해는 주로 인터넷과 방송 상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결합 시 방송 및 초고속 인터넷 상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1+1의 결합이 아닌 3+0+0인 셈이다. 소비자 부담은 동일하지만 방송과 인터넷은 공짜로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방송산업의 시각에서 볼 때 느낌이 좋지 않다.

현재 통신사들은 무선, 유선, 인터넷 등 상품별로 동등할인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공개된 자료가 없어 확인은 힘들다. 다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부터 IPTV사업자의 방송사업 수익 구조를 요금, 홈쇼핑 송출 수수료, 광고 등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와 같은 방식으로 세분화하고 이를 재산상황 공표를 통해 발표키로 함에 따라 결합 상품의 정확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날 전망이다.

   
 

◇ 이기적 공짜마케팅에 오염되는 시장

결합 상품의 문제점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잘못된 결합으로 인한 시장 지배력 전이 현상이 통신 시장과 방송 시장 둘 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통신 시장의 경우 무선 시장의 지배력이 유선 시장으로 급속히 옮겨 붙고 있다. 50%를 넘나드는 점유율로 무선 시장(휴대전화)을 장악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결합 상품을 통해 무섭게 유선(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LG와 KT는 SKT의 결합할인을 제한해야 한다며 유선 시장 보호에 사활을 걸었다. 물론 SK텔레콤은 유선 시장 점유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며 결합 제한이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방송 시장에서의 지배력 전이다. 국내 방송 시장은 IPTV와 케이블TV간 치열한 가입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후발 주자인 IPTV의 확산 속도는 바이러스 급이다. 출범 6년 사이 가입자 11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KT는 6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케이블TV는 떠나는 가입자를 잡기 위한 일명 ‘버티기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수준이다.

방송 분야에서의 시장 지배력 전이는 ‘방송=0원’인 상태까지 갔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는 무선과 초고속 인터넷에서 돈을 벌고 방송을 거의 헐값으로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한 가입자당 3000원 수준이고 결합을 전제로 방송을 공짜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지역 가입자인 케이블TV의 경우 무선 상품(휴대전화)을 포함한 3종 결합 상품 구성이 사실상 어렵다. 한 케이블TV MSO 사장은 “1년에 수십조 원을 버는 통신사와 1조원 남짓인 케이블과 결합 상품 구성이 똑같을 수 있냐”며 “통신사는 방송을 공짜로 줘도 문제없지만 우리는 생존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 초토화 되는 유료방송, 방통위 대응은?
 

   
 

방송 시장 헐값 현상은 사실 케이블TV가 자초한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과거 위성방송에 이어 IPTV와의 싸움에서 경쟁 우위를 위해서 3000~4000원 수준의 상품을 남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업자 신분의 한계로 통신사 대비 마케팅 여력이 없는 케이블TV 입장에서는 뾰족한 경쟁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결합상품으로 통신사의 공격적 마케팅이 더해지다 보니 유료방송 시장이 그야말로 초토화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결합 상품의 문제에 대해선 방통위도 조사 중이다. 그러나 속도가 더디다.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로 예정됐던 방송통신위원회 결합상품 고시 개정안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5~6월이나 돼야 1차 조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달 내로 예정됐던 방통위 결합상품 고시 개정안 발표는 어렵게 됐다”며 “좀 더 세심한 조사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널A 한정훈 기자  exist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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