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20.9.17 목 15:27
HOME 오피니언&인터뷰
PP "거미보다 박쥐 돼야"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PP 유통전략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 | 승인 2012.09.10 14:27
   
▲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

거미는 절지동물로서 끈적끈적한 실을 내어 그물 같은 거미집을 쳐 놓고 파리나 잠자리 같은 벌레가 걸리면 잡아먹는다. 즉 거미는 정교한 그물을 만들고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생태를 갖고 있다. 반면에 박쥐는 포유류, 박쥐목에 속하는 동물로서 전파를 사방으로 보내 공중의 여러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전파를 분석하여 그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청각계를 갖고 있고 이를 이용해 먹이 감을 찾는다. 거미가 거미집에 의존해서 수동적으로 먹이를 잡는 스타일이라면 박쥐는 적극적으로 신호를 보내 먹이가 있는 곳을 파악하고 공격하는 능동적인 스타일인 셈이다.

케이블 TV 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전통적으로 거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왔다. 프로그램이라는 실로 케이블 TV 방송이라는 거미집을 꾸며 놓고 시청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먹이’가 되기를 기다려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감지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케이블 TV 채널사용사업자들이 더 이상 거미의 모습에 안주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콘텐츠 유통경로가 다원화되고 있다. IPTV, 스마트 TV, 모바일 TV 등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유통경로의 깊이가 확장되었고 OTT로 통칭되고 있는 웹 플랫폼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마켓과 소셜 미디어가 콘텐츠 유통의 경로로 부각되면서 유통경로의 폭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사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 마켓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유통 플랫폼으로 접속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애플리케이션 마켓과 소셜 미디어가 플랫폼의 플랫폼이 되는 더블 데킹(Double-decking)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방송콘텐츠 사업자들은 유통경로의 다변화에 복수 플랫폼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타임워너는 AOL과 TWC(Time Warner Cable)를 분사하여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외부의 모든 플랫폼을 활용하는 콘텐츠 유통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단, HBO GO는 타임워너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체 플랫폼인데 이는 OTT를 일종의 플래그쉽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디즈니는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콘텐츠 제공에 적극적인데 ABC Player 앱의 경우에는 ABC의 모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이패드용 마블코믹스 앱(Marvel Comics App)을 통해서는 500편이 넘는 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BBC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까지 포용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을 아우르고 있으며 각종 모바일 기기와 PC, 셋톱박스가 장착된 TV와 게임콘솔 등의 다양한 단말기에서 BBC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몇몇 방송콘텐츠 사업자들은 P2P를 불법 콘텐츠 유통의 온상이 아닌 새로운 유통경로로 인식하여 P2P 업체들과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케이블 TV 채널사용사업자들이 OTT나 P2P, 애플리케이션 마켓 그리고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콘텐츠를 공급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케이블 TV 방송의 시청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One source multi route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달성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즈음 화제가 되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음악도 유튜브와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거미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시청자를 마냥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박쥐처럼 시청자에게 적극적으로 신호를 보내 시청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만족시킬 것인가, 케이블 TV 채널사용사업자들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  hiddentrees@korea.ac.kr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