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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놓고 이야기하니 좋구나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5.05.15 13:59

「2014년 방송영상산업백서」에 따르면 40대~60대 평균 TV시청률은 20%를 웃돌았지만, 10대~30대는 10%에 한참 못미쳤다. 특히 10대 이하는 겨우 5%를 넘었다.
  

   
 

‘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이 공통된 인생 목표가 된 오늘의 10대.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된 하루 일정의 쳇바퀴를 따라가며 게임도 하고, 아이돌 그룹 노래에도 빠져보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는 10대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니 애견채널까지 수 백개의 전문 채널이 있는 이 시대에 청소년 채널 하나가 없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TV에서 멀어진 10대들을 TV속으로 끌어들인 프로그램이 있다. 이름하여 「고교 10대 천왕」(tvN). ‘나라를 걱정하는 10대들의 모임’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약간 엄청난 아이들’과 ‘조금 모자란 어른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 한마당이다.
 
   
▲ tvN <고교10대천왕> 포스터

외국어에 능통한 것은 기본이고, 해외 유명대학 입학허가를 여러 곳에서 받았고, SNS 팔로워가 수 십 만명에 이르며, 해외 유학경험까지 있는 말 그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쟁쟁한 학생 열 명이 모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이끌어갈 진행자는 찰떡 궁합의 최고봉에 오른 김성주와 정형돈, 예능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전직 농구 선수 서장훈, 그리고 하버드대 출신 아나운서 신아영이다.

10대들의 나라 걱정은 거창했다. ‘왜 S대를 졸업하고도 취직이 안되나?’, ‘나홀로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가?’, ‘사교육이 없어진다면’.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이 발등의 불 일터인데, 대학진학이 안정된 직업으로 결말짓지 않으면 ‘의미없음’을 알아버렸기에 취직 대란에 대한 그들의 고민은 깊었다. 꿈을 향한 도전보다 안락한 의식주가 평가의 잣대인 세상이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강력한 스펙. 학벌, 학점은 기본이고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인턴경력, 사회봉사에 성형까지 어마어마했다. 이에 대해 스펙을 갑옷에, 취업을 전장에 비유하며 갑옷이 과도하게 무겁다면 전장에서 싸울 수 없다는 의견과 전장에서 갑옷을 입는 것은 18세기의 이야기고 21세기에는 수송수단으로 얼마든지 갑옷과 무기를 옮길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섰다. 토론은 팽팽했고, 주장은 일리 있었다.

「고교 10대 천왕」의 최고 장점은 솔직함이다. 어떤 주제든 잠시 주저함은 있어도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감추지 않고 이야기했다. 풋풋한 연애이야기도, 부모의 이혼이나 가장의 실직 등 숨기고 싶은 가족사도 경박하지 않게, 그러나 진지하면서도 경쾌하게 털어놓았다. ‘모자란 어른들’인 4인의 진행자들 또한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었다. 이 솔직함이 ‘엄청난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준 특효약 같았다.

   
▲ 최강 스펙을 가진 10대 고교생들과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돌직구 토크쇼 tvN <고교10대천왕>

솔직함은 감동을 불러왔다. 부모의 이혼 경험이 있는 출연자들이 말하는 이혼의 순간에 대한 기억은 애잔했다. ‘만일 부모가 재혼을 한다면’이란 질문에 엄마와 아빠는 이혼하셨어도 영원히 엄마이고 아빠로 남아주길 바라기에 재혼을 흔쾌히 받아들이진 못하겠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해드릴 거라는 애뜻한 마음을 들어낼 땐 먹먹함 같은 것이 밀려오기도 했다. ‘어떤 순간 아버지가 작아보였냐’는 질문엔 기러기 아빠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쓸쓸한 뒷 모습을 보았을 때, 자식들의 실패에 남몰래 눈물 흘리실 때, 직장생활이 힘들어도 말씀하지 않고 참아내실 때 등이라 답했다. 어린 듯, 아직은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 같지만, 그들은 아버지의 눈물을 이해할 줄 아는 든든한 동반자로 성장해 있었다.

어설프긴 하지만 10대들의 이야기는 치기어린 투정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고민의 산물이었다. 토론이 오락의 틀 안에 있었기에 이래도 되나 싶은 농담이 19금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했지만, 10대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이 시대의 문제를 그들에게 직접 들어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였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보여준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고교 10대 천왕」은 알고 있었다.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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