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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처럼 떠도는 ‘지상파 블랙아웃’ 공포실시간방송에서 모바일, VOD로 분쟁 확산, 정부 뒷짐 풀어야
채널A 한정훈 기자 | 승인 2015.05.29 17:28

요즘 방송가에 떠도는 지상파 3사의 별명 중 하나는 '갈등 유발자'다. 인사이드 케이블을 즐겨 보는 분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갈등은 주로 재송신과 관련해 벌어졌는데 대개 지상파의 결론은 ‘협상’에서 시작해 ‘소송’으로 끝난다. 지난 2009년 이후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나 IPTV사업자에게 제기한 재전송 관련 소송은 이제 한 손가락으론 모자란다. 지상파의 소송에는 이유가 있다지만 과하다는 평가가 계속 나온다.

◇ 지상파-유료방송 진흙탕 소송戰 , 올해도 계속

   
▲ KT홈페이지 팝업창 안내문 캡처

지상파 방송은 올 초 개별SO인 JCN울산중앙방송을 형사 고소한 데 이어 지난 22일엔 CMB를 상대로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는 상품을 팔지 말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걸었다. 지상파 3사는 가처분 소송 후 보도 자료를 통해 "CMB와 재송신계약이 2014년 12월 말 만료됐는데도, CMB가 지상파를 가입자들에게 무단 재송신하고 신규가입자 마저 유치하고 있어, 일단 신규영업만 중단 시켜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소송 이면에 재전송료 인상과 확장이 숨어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상파 방송은 현재 가입자자당 재전송료(CPS) 280원을 최소 400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동시에 디지털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전송료를 8VSB나 기존 아날로그 상품 가입자를 상대로 대상을 넓히려 하고 있기도 하다.

갈등이 이는 곳은 케이블TV만이 아니다. IPTV와도 갈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최근 IPTV사업자에게 모바일 IPTV 지상파 상품의 가격을 2배가량(월 1900원에서 월 3900원)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방송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IPTV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이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자기 로드맵대로 가격을 올린다.”며 “사실상 협상이 아니라 통보에 가깝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 달 부터 모바일IPTV에서 지상파방송을 보지 못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 블랙아웃 ‘폭탄돌리기’...뒷짐 진 정부

상황이 이런데 방송 규제의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그 사이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 지급하는 재전송료는 매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이에 유료 방송 사업자, 특히, 케이블TV사업자의 영업 이익은 급감하고 있다. 이제 업계에선 SO를 ‘시장 보호 사업자’로 지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마저 나온다.

그동안 문제 있을 때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재송신문제 해결 의지를 표명하긴 했지만, 재송신 중단사태 발생 시 정부개입 근거 정도를 마련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와 언론에서도 방통위가 시장 중재자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사이 케이블TV 업계의 성장률은 크게 둔화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17일 발간한 '종합유선방송사업 매출 추이 분석'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방송 사업 매출은 연평균 11.5%씩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SO의 방송 매출은 7.2% 씩 증가해 전체 방송 사업 증가율을 밑돌았다. 특히 2013년 한 해 동안 SO 방송 사업 매출 증가율은 2.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둔화는 가입자 감소로 인한 부분이 크지만 재전송료 분쟁 등으로 인한 대외 신인도 하락도 한 몫하고 있다.

물론 재전송료 분쟁은 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달 초 약 850개 지역 중소 케이블 사업자가 모인 미국 케이블협회(ACA)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방송사 프로그램 사용료(우리나라의 경우 재송신료) 급등에 제동을 걸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미국 방송통신 규제기관 FCC는 지난해 지상파방송사들이 연합해 유료방송사들과의 협상에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케이블사업자들은 재전송료 항목으로 고객들에게 별도로 청구하고 있으며, 유료방송 서비스패키지에 지상파방송 안테나를 제공하는 사업자도 나오고 있다.

   
 

◇ OTT, VOD로 확산되는 분쟁

지상파-유료방송 분쟁은 잦아들지 않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실시간 방송에 대해 CPS를 주고 있지만 지상파가 지속적인 인상을 요구하면서 재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통신업계나 MSO 뿐만 아니라 중소규모의 개별SO들과의 협상도 진행되면서 소송과 형사고소가 난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티빙, 모바일IPTV 등 인터넷기반 서비스에 대한 대가 분쟁도 격화되다보니 6월부터 모바일방송에서의 지상파 블랙아웃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최근 MBC는 주요MSO 등 유료방송업계에 공문을 보내 무료VOD 공급대가를 사실상 대폭 인상하는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시청자들이 방영 후 3주 후부터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지상파VOD 서비스도 사라지게 될 우려가 생겼다.특히, 모바일서비스나 VOD의 경우 규제 외 영역이라는 이유로 정부정책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실시간 방송은 물론 지상파콘텐츠가 제공되는 모든 영역에서 비용인상을 압박하고 있어, 시청자 부담이 늘어나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케이블TV 1500만 가입자를 비롯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는 2700만을 넘어섰다. 반면 지상파 직접 수신률이 7% 수준에 머무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상파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선 유료방송과의 공존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상파 콘텐츠 이용을 둘러싼 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오히려 전체 방송 산업 영역으로 확산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블랙아웃 사태에 대한 우려로 시청자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다.

유료방송 영역에서의 분쟁이지만, 직․간접적인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 지상파방송 프로그램 접근성에 관한 문제다. 정부가 지상파 콘텐츠 이용대가에 대한 합리적인 협상의 룰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채널A 한정훈 기자  exist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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