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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걸림돌은 '상업적 욕심'광고 완전 폐지, 콘텐츠 유료화 전략 재검토 필요
채널A 한정훈 기자 | 승인 2015.06.12 16:31

KBS수신료 인상을 놓고 논란이 또 다시 가열되고 있다. 늘 그렇듯 이번엔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KBS의 자기 개혁 수위가 낮아 어렵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KBS 수신료 인상은 현행 2500원을 4000원으로 1500원 올리는 법안이 지난 2013년 국회 미방위에 상정돼 있다. 그러나 2년째 답보상태다. 조직 슬림화와 KBS의 공익성을 먼저 실현해야 한다는 이른바 ‘선행 조건론’에 막혀서다.

이에 KBS는 지난 1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KBS수신료 인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조대현 KBS사장은 ‘국민께 드리는 KBS의 약속’이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TV수신료 인상해주면 광고를 줄이는 등 공영 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KBS의 노력은 과실을 맺을까.

   
▲ KBS 보도화면 갈무리

◇ 수신료 인상의 첫 번째 걸림돌 ‘광고 완전 폐지 로드맵’

그러나 간담회 이후 KBS를 둘러싼 외부 공기는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수신료 인상 시 약속한 KBS의 답이 문제였다. 조대현 KBS 사장은 수신료가 인상되면 △TV광고 연 2000억 원 축소(광고 4100억 수준 동결) △KBS 2TV 01시~21시 광고 폐지 △라디오와 DMB 광고 폐지 △임금 피크제 도입 등 인력효율화 △EBS지원금 인상 164억->467억)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BS 2TV의 광고 시간을 1시간 더 줄이는 등 지난 2013년 밝힌 것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평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매우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그 첫 번째가 ‘광고 폐지 로드맵’의 누락이다. KBS는 BBC나 NHK처럼 거의 100%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공영 방송을 지향한다고 밝히면서도 완전한 광고 폐지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조 사장은 간담회에서 “KBS의 광고 완전 폐지는 수신료로 광고 감소분을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라며 “지금 1500원 인상안 가지고 프라임 타임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수신료 인상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방통위의 지적을 어긴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3월 국회에 'KBS 수신료 조정안 검토 의견'을 제출하면서 “광고 추가 축소 및 완전 폐지에 대비한 사전 계획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수신료 인상의 두 번째 걸림돌 ‘KBS의 상업화’

KBS수신료 인상의 두 번째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KBS의 상업화’ 문제다. KBS를 포함한 지상파 3사는 유료 방송 재전송료, VOD 판매 수익 등에서 엄청난 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지난해 케이블TV, IPTV 등으로부터 받은 재전송료도 13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가입자당 재전송료를 현행 280원에서 400원 이상으로 배 가까이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관련한 부가 수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도 콘텐츠 사업자인 만큼, 어렵게 만든 콘텐츠를 제 값 받고 파는 것에 대해 비난하긴 어렵다. 지상파가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무료로 쓰고 있다는 점 때문에 코너에 몰리고 있지만 향후 지상파도 주파수 사용료를 내면 이 부분에선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공영 방송이면 상황이 다르다. 전체 재원의 40%가량을 국민의 수신료로 충당하고 앞으로는 100%를 국민이 낸 돈으로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KBS가 ‘지상파 콘텐츠 유료화’에 나선다는 건 왠지 배신으로 여겨진다. 내가 낸 돈으로 운영되는 빵집의 빵을 다시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 느낌이랄까.

특히, 국민의 96%에 가까운 유료 방송 시청자는 이중 부담일수 밖에 없다. 매달 2500원의 수신료도 꼬박꼬박 내고 유료 방송이 지상파 주는 가입자당 280원의 재전송료도 결국 그들이 지불하는 돈이다.

때문에 공영 방송인 KBS만이라도 재전송료를 받지 않거나 콘텐츠 다시 보기를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최근엔 수신료 인상과 재전송료 면제를 연계하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KBS는 화답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모바일 IPTV에서 지상파를 보는 가격을 월 1900원에서 39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상업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KBS의 약속에도 재전송료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조대현 사장도 “KBS 콘텐츠로 막대한 이익을 보는 사업자에게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KBS는 EBS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KBS수신료에서 일정 비율(3%)를 제작비로 배분 받는 EBS는 수신료 배분 비율 인상(15%) 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의 다시 보기 서비스를 무료화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는 심지어 거꾸로 가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차라리 재전송료나 VOD 판매 수익을 높여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다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 KBS 수신료 현실화 캠페인 영상 갈무리

◇ 수신료 인상의 세 번째 걸림돌 ‘불행해지는 시청자’

KBS의 수신료 인상을 가로막는 세 번째 걸림돌(어쩌면 가장 중요한)은 불행해지는 시청자다.

KBS는 수신료가 인상되면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제2의 한류’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겨울연가>로 한류 열풍을 일으킨 KBS인 만큼, 위기에 빠진 한류를 구할 ‘한류의 구원 투수’ 역할을 기꺼이 자청한 것이다. 특히, 최근 한중 FTA 이후 차이나 머니의 한류 잠식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국 용병 투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고 KBS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 관점에선 KBS의 이런 ‘공영 방송의 한류 대항마’ 논리가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미지수다. 다시 말해 설령 KBS가 수신료 인상으로 한류를 선도할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서 우리 시청자들이 보는 이득이 뭘까.

국격 향상, 한국 이미지 제고 등 측정하기 어려운 무형의 이익을 들이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공영 방송 수신료 인상의 이유가 되긴 여러모로 부족하다. 수신료 인상의 첫 번째 수혜자는 우리 국민이 되어야 한다. 올라간 수신료는 한류가 아닌 한국을 위해 써야 한다.

게다가 개발 독재 시대도 아니고 한류는 혼자 만들 수 없다. KBS 말고 지상파도 여럿 되고 CJ, JTBC 등 유료 방송 사업자들의 해외 진출도 잦아지고 있다. 한류의 물결은 여기서도 충분히 일어난다.

지금이 KBS는 수신료 시청자를 향한 궤도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행한 시청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국민들과의 약속을 다시 공포해야 한다. 한 방송사의 관점이 아닌 공영 방송의 눈으로 수신료 인상 플랜을 짜야 한다. 수신료 인상으로 국민들이 어떤 이익을 받을지 또는 국민들의 어떤 행복감을 느낄지 먼저 살펴야 한다.

특히, KBS는 완전한 공영적 재원 구조로 나가기 위해서 ‘콘텐츠 유료화’ 전략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KBS의 지나친 상업화는 완전 공영으로 가는 길에 놓인 가장 큰 걸림돌이다.

유료 방송과의 재전송료 문제에 대해 KBS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상업 방송인 SBS, 정체가 모호한 MBC의 노선과는 달라야 한다. 게다가 케이블, IPTV는 KBS의 방송 직접 수신률이 7%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이들은 공영 방송의 도달률을 보조해주는 공익적 역할도 맡고 있지 않은가.

독일 등 해외에선 TV수신료를 단순히 ‘TV를 보는 돈’이 아닌 ‘공영 방송을 유지하기 위한 방송 분담금’으로 분류하고 징수한다. 국민들도 공영 방송의 가치를 생각하며 방송 분담금을 기꺼이 낸다.
KBS수신료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인식되는가.

   
 

채널A 한정훈 기자  exist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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