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22.7.2 토 20:00
HOME 오피니언&인터뷰 케이블 살롱
아름다워지고 싶은 진짜 이유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5.06.15 18:05

봄은 화려했고, 여름은 일찍 찾아왔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자 긴 팔 옷은 목련 꽃 지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상의 건 하의건 옷의 길이는 앞 다투어 짧아졌다. 노출의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고, 옷 속에 감춰졌던 살들은 더 이상 숨을 곳을 잃었다. 늦었다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서둘러 단기 속성 다이어트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던 때 눈에 들어온 프로그램이 있었다. 「렛미인」(tvN)
 

   
▲ tvN '렛미인5' 티저영상


‘국내 최대의 메이크오버쇼’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얼마만큼 고쳐주나 궁금했다. 벌써 시즌5가 시작되었으니 그동안 얼마나 ‘논란을 넘어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을지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은 「렛미인」의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와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성형수술에 대해 친근한 이미지를 조성하여 성형이 필요없는 사람들까지 수술대에 오르게 하는 부정적 영향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출연 의사 및 병원들의 과도한 마케팅 활동에 대한 지적 또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렛미인」의 출발은 성형 수술이란 것에 대해 다르게 접근하고자 했던 것 같다. 좀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절박한 인생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응어리진 삶을 해결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을까. 선척적 기형으로 인해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을 동굴 밖으로 이끌어 주고자 하지 않았을까.

   
▲ tvN '렛미인5' 제작발표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숨기고 싶은 자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뼈를 깍아내고, 살을 져며내는 고통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히 두려울 것이다. 선발에서 탈락하여 더 큰 시련의 늪에 빠질까봐 걱정도 되었을 것이고, 행운의 여신이 손을 잡아주어 선발된다 하더라도 수술이후의 모습이 기대한 것과 다를까봐 조바심도 났을 것이다. 가정 형편이라도 넉넉했다면 방송 출연까지 결심하진 않았을 것인데, 삶이란 것이 항상 내 편이 아니다보니 움추려든 마음은 더 구석으로만 몰려갔다. 가족마저 마음의 문을 닫고 아픈 그들을 짐이라 생각할 때, 그들이 가야할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부정교합으로 밥 먹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심지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폭력을 당한 후 외톨이가 된 한 출연자는 언제나 혼자였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부모님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 아버지는 밥이라도 힘차게 먹으라 화를 내시고, 그는 먹고 싶어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내 맘을 아냐며 소리를 지른다. 부모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이에 정신과 의사는 말한다. 고쳐주고 싶어도 고쳐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자신의 불행이 부모나 친구들 때문이라 생각하며 노력하지 않는 자신은 보이지 않냐고. 「렛미인」의 심리 치료는 성형수술보다 더 예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렛미인」은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고통스런 어제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화려하게 변한 오늘 이 순간을 극명히 대비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출연자들의 어제를 심하게 부정하고 있다. 진행자들은 출연자들의 힘든 일상에 대해 과도하게 안스러워 하고, 그들의 외모를 보면서는 세상 못 볼 것을 본 듯 오만상을 다 찌푸린다. 수술 후 달라진 모습으로 스튜디오에 선출연자들을 향해 보내는 환한 웃음조차 마치 자신들의 선택과 의료진의 기술이 최고였음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듯해서 씁쓸했다.

「렛미인」은 상업성과 공공성의 경계에서 ‘착한 방송’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렛미인」에 응모한 그들이 진짜 ‘미인(美人)’이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 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그 눈물을 어떻게 닦아주어야 하는 지, 성형 수술이나 화장, 의상 같은 외형적인 것만이 아니라 심리치료나 직업교육 등 종합적인 과정을 통해 어떻게 희망을 주어야 할 것인 지 고민할 때, 「렛미인」은 진정한 미인이 될 것이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