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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 자부심 느껴야 좋은 성과 낼 수 있어”[인터뷰] KBS N 최철호 대표
권정아 기자 | 승인 2015.06.19 11:18
   
 

“직원 만족도 1위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상암동 KBS미디어센터에서 만난 KBS N 최철호(52·사진)대표는 대표는 직원들의 근무환경 만족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직원들이 스스로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때 기업 성장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1990년 KBS에 입사해 ‘추적60분’, ‘세계는 지금’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PD로 활동했다. 이후 기획예산국장, 외주제작국장, 인재개발원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KBS드라마․KBS N 스포츠․KBS조이․KBS W․KBS N 라이프․KBS 키즈 등 6개 채널을 운영하는 KBS N 대표로 취임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대학시절 최 대표는 기자가 돼서 성역 없는 취재를 하고 싶었다. 그러다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면서 ‘추적60분’, ‘뉴스비전 동서남북’ 등 사회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시사프로그램 PD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추적60분’은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온 KBS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이다.

90년대는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삼풍백화점 붕괴 등 초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때다. 신입PD 시절이었지만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제보를 많이 받았다. 한번은 경기도의 관급 대형 다리공사가 부실덩어리라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그런데 건설사에서 검찰과의 친분을 거론하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당시 최 대표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절대 타협할 수 없다’면서 버티자 상급자는 이를 받아들여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이 나간 후 알게 된 일이지만 당시 상급자는 후배가 프로그램 제작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윗선으로부터 전해지는 엄청난 외압을 온몸으로 막아주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느낀 선배에 대한 고마움과 감동은 동료애와 조직에 대한 마인드를 키우는 소중한 자산이 됐습니다.”

자기 일에 관해서는 거침이 없었지만 최 대표는 관리자 위치로 올라서면서 최대한 직원들을 회사운영에 참여시키고, 세심하게 보살피는 ‘소통형 리더’를 지향해 왔다.

KBS N 대표를 맡으면서 가장 먼저 도입한 제도가 평직원까지 참여하는 ‘제도개선회의’와 ‘인사검증위원회’다. 대표가 손수 직원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손 편지를 쓰고, 결혼기념일을 맞은 직원들의 가정도 직접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2주마다 열리는 ‘제도개선회의’는 현장을 뛰는 직원들이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고, 저마다 개선 아이디어도 꺼내놓는다. 아이디어는 직원들이 투표를 통해 채택하면서 스스로 업무환경을 개선한다. 회사는 직원들의 결정사항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만 한다.

대부분 임원들의 성향이나 판단에 좌우됐던 업무평가도 객관적 평가 비중을 70%로 바꿨다. 채용이나 징계, 포상, 직책자 임명에도 평직원까지 참여시켰다. 직책마다 누가 적임자인지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

또한 최적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규모 있는 예산 사업들은 무조건 공개적으로 경쟁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최 대표가 과거 KBS 외주제작국장을 맡았을 때부터 시행해 온 방식이다. 당시 외주업체를 선정할 때 윗선 개입이 관행이었지만 최 대표는 이를 차단하고 제작PD들이 투명한 절차를 통해 능력위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자연스럽게 좋은 인력들이 참여하게 되고 KBS의 콘텐츠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리더의 지시로 움직이는 회사는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직원들 스스로 회사 발전을 리드해 갈 수 있도록 최대한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제도개선위원회를 운영하다보니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다. 매월 부서별로 문화생활을 함께 즐기면서 자연스레 결속력을 높이기도 하고, 동종업계나 거래처의 미혼남녀 단체미팅도 회사차원에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부서별 특성에 맞게 아이디어를 내어 소외계층을 돕는 캠페인 영상도 제작 하고 있다. 이를 KBS N 보유채널의 유료 광고 재원을 할애해 편성한다. 시청자의 아이디어도 반영하기 위해 상금 1억 원을 걸고 ‘대국민 프로그램 기획안 공모전’도 열었다.

최근 KBS N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선한 변화에 대해 최철호 대표는 본인의 뜻이 아니라 모두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라고 강조한다.

“직원들이 시청자, 사회와 함께 활발하게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모아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다보면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댄싱 위드 더 스타’와 같은 고부가가치의 압도적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갈 수 있다고 봅니다.”

최 대표는 산업계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송업계가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발전으로 미디어 영역의 구분 없이 결합되는 초 연결 사회로 가고 있는 요즘, 방송계가 과도한 갈등으로 소모적 논쟁만 반복하다보니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진단이다.

“눈앞의 수익을 두고 싸우기 보다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자세로 글로벌 시장을 바라봐야 합니다. 업계가 함께 콘텐츠를 모아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방송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습니다.”

미디어는 창의력이 중시되는 분야지만 방송사들의 조직문화를 살펴보면 여전히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인 면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최철호 대표의 ‘직원 중심’ 경영방식은 대단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만난 KBS N의 한 직원은 “힘들게 일하면서도 직원들이 마주보며 웃을 일이 많아졌다.”며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KBS N의 도전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다른 기업들에게도 좋은 모범사례로 기억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정아 기자  news@inc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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