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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방송으로 시청편익 주장, 소비자 우롱하는 것
한진만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2.09.12 16:25

   
 
케이블TV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 간 DCS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익히 알다시피 DCS 서비스는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의 방송신호를 KT 전화국에서 위성안테나로 수신하여 IPTV 기술 규격으로 전환, 이를 IPTV로 전송해 주는 것을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월 29일 DCS는 현행법을 위반한 서비스로 판단해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는 시정권고 조치를 내렸다. DCS 가입자 1만 2,000가구가 다른 서비스로 전환하거나 해지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는 기자회견을 통해 DCS는 위법한 서비스가 아닌 신기술 융합서비스로 시청자 편익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고 주장하며 반발하였다. 또한, 방통위의 위법성 판단에도 불구하고 DCS 가입자를 계속 모집하는 동시에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방통위의 판단 이후 DCS를 둘러싼 주요 쟁점은 신기술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밝히는 문제로 전환되었다. 현행법에 따라 DCS를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이지만 이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는 ‘법 개정을 기다리기만 한다면 신기술은 발전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방송 신호를 IP신호로 변환하여 전달하는 DCS는 기존 위성 및 IPTV 기술을 거의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다만 위성방송을 가입자가 안테나를 통해 직접 수신하던 것에서 타 사업자가 수신해 이를 대신 전달하는 형식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것을 볼 때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DCS는 새로운 요소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보면 DCS는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응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설령 신기술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현행 방송법 체계에서 DCS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MVPD(Multichannel Video Programming Distribution) 라이센스로 케이블, IPTV, 위성방송이 수평적 규제 하에서 자유롭게 기술을 선택적으로 운용하도록 하고 있어 DCS와 같은 상품이 나와도 어색할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료방송도 매체 간 역할구분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허가 없이 역무를 이탈하는 행위는 그동안 용납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먼저 KT스카이라이프는 DCS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충분한 법적 검토를 진행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했다. 방송법 상 방송역무가 명확히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난 사업형태는 규정위반에 해당한다. 방통위는 법에 따라 DCS 서비스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KT스카이라이프가 법을 위반한 서비스임을 알고도 추진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당장 앞에 놓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소비자를 방패막이로 삼은 꼴이 되기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DCS 서비스 논란은 아마도 2009년 방통위가 허용했던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즉 위성방송과 IPTV 결합상품 논란의 연장선이 아닌가 싶다. 2009년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선보인 OTS는 위성방송과 IPTV의 실시간 다채널 방송 및 IPTV의 주문형비디오(VOD)를 동시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방통위는 논란 끝에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려 당시에는 해결점을 찾았지만 이는 미봉책이었다. 이것이 어쩌면 오늘날 DCS와 같은 문제가 불거지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현행 규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사업자로서의 책임의식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방송산업은 타 산업과 다른 공익․공공성을 지닌 산업이니만큼 사업자는 무엇보다 법을 준수해야 하는 중차대한 책임성을 가지고 있다.
싸움을 하는 주체들은 각기 저마다 시청자의 편익을 위해서라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설사 시청자 편익을 위한다하더라도 현행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업을 벌이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택시정류장에서 손님을 태우려고 기다리는 많은 택시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승객의 편의를 위한다고 맨 뒤나 중간에 있는 택시가 오는 손님을 태우려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처음엔 승객의 편익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정류장의 의미도 사라지고, 혼란과 무질서로 오히려 소비자는 더 불편해진다는 것은 뻔히 보이는 이치이다.
우리는 DCS 서비스가 실제 소비자의 편익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를 점검해보아야 한다.
소비자를 위한 편익제고는 기존 매체와의 차별성을 통해 매체선택권이 확대되고, 콘텐츠에 대한 실질적인 효용가치가 높아질 때 가능해진다. 하지만, DCS는 단순히 전송방식을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 편익제고와는 거리가 멀다. 신기술을 통한 서비스 제공은 혁신이 동반되어야 하나 DCS 서비스에 소비자를 위한 혁신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DCS가 새로운 기술이라고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이다.
조그마한 시장에도 질서가 있기 마련이다. 정부는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사업자와 소비자들도 정해진 질서 하에 건전한 경쟁을 하고 소비를 할 때 공익은 확대될 수 있다.
국내 방송통신시장의 대표기업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
거대 사업자로서 가입자 뺏기로 시장을 독식하려 한다거나 새로운 유통방법을 개발하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KT스카이라이프 입장에서는 DCS가 불법 판정을 받아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은 사업자의 설명을 듣고 아무런 의심 없이 상품에 가입한 시청자들이다. 정부의 DCS 가입자 해지 및 신규가입자 모집 중단 권고에도 가입자를 계속 모집하려는 것은 고의적으로 피해자 규모를 더 늘리는 무책임한 일이다.
KT스카이라이프가 최소한 시청자에게 사과하는 자세로, 이번 사태를 극복해 가려면 우선 불법판정을 받은 상품을 중단하고 필요하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옳다. 또한 책임 있는 방송통신사업자로서 KT는 국내 콘텐츠와 방송서비스에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여 진정으로 우리나라 방송 영상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 이 글은 2012년 9월 8일자 한국경제신문에 게재된 내용이며, 필자의 허가를 얻어 게재합니다.

한진만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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