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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안에 인생 병법이 있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5.07.16 13:41

한 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는 여름, 초복을 넘어섰으니 이제 말복까지 뜨거운 더위와 한 판 열전을 치르는 것밖에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리 소설책을 읽을까, 아니면 등골 오싹하게 하는 공포영화를 볼까, 그것도 아니면 통쾌한 승전보가 있는 스포츠 경기를 볼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며 리모콘을 돌리다 한 몫에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통쾌한 반격의 기술 - 야구 병법」(SBS Sports)이었다.

   
▲ SBS Sports <통쾌한 반격의 기술-야구병법> (출처 : SBS Sports 홈페이지)

황금사자기, 청룡기, 봉황기, 대통령배 등 4대 고교야구대회는 우리를 얼마나 열광케하였는가.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은 또 얼마나 우리를 흥분케 하였는가. 개막전 두 팀을 비롯하여 OB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해태 타이거즈, 삼미 슈퍼스타즈 등 6개 팀으로 시작된 프로야구는 어느새 10개 팀의 빅리그로 성장하였다.

야구는 전략과 전술의 스포츠이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상황, 감독은 전장을 지휘하듯 매 순간 작전을 지시하고 선수는 치열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이겠지만 최종 목표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왕좌자리를 차지하는 것. 하늘 아래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 자리를 향해 수많은 병법들이 부침(浮沈)을 거듭하였을 것이다. 「통쾌한 반격의 기술 - 야구 병법」은 바로 그 시난고난한 야구 이야기이다.

프로야구는 다이아몬드 안에서 펼쳐지는 전쟁이라고 한다. 시작된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강자가 약자를 이기면 예상한 결과라 하지만, 약자가 강자를 이겼을 때 사람들은 약자의 병법과 이를 둘러싼 지략에 대해 수 십, 수 백 가지 분석과 해석을 내놓는다. ‘허를 찌르는 작전이 적중했다’, ‘감독의 용병술이 뛰어났다’, ‘더 이상 잃을 것 없다는 최후 결전의 마음가짐이 주효했다’는 등 약자의 승리 앞에 바치는 꽃다발은 화려했다. 스타 플레이어 하나없이 전년도 최하위의 불명예를 딛고 정규 시즌 우승을 거머쥐었던 SK 와이번즈가 그러했고, 구단주의 변동과 선수들의 트레이드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더욱 느긋하게 때를 기다려 하나의 신화를 만들었던 넥센 히어로즈도 그러했다.

   
▲ '야구병법' 방송화면 (출처 : SBS Sports 홈페이지)


「야구 병법」은 시작부터 비장했다. 배경음악은 웅장했고, 나레이터의 목소리는 결전을 앞둔 용사 같았다. 오랜 세월 숨겨졌던 비법이라도 찾아낸 듯 긴박하게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삼국지와 손자병법이 동원되었고, 살아 움직이는 듯 선 굵은 삽화가 곳곳에 배치되니 마치 무협지를 읽는 것 같기도 했다. 야구 역사의 한 장 한 장을 ‘전략적으로’ 뒤돌아보는 45분이 지나고 나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빅 이벤트를 본 듯 한줄기 땀이 흘러내린다. 「야구 병법」의 이러한 몰입감은 경기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던 각 언론사의 베테랑 취재 기자들이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와 역사인문학자나 문화콘텐츠 전문가, 리더쉽 전문가 등이 풀어주는 풍성한 병법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각자의 재능에 따라 배치할 때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택재(擇材)의 기술, 힘을 비축하였다가 상대가 지쳤을 때 맞서 싸우라는 기다림의 미학 이일대로(以逸待勞),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이환위리(以患爲利), 한 번 이기고 두 번 이기면 세 번 네 번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해진다는 승적이익강(勝敵而益强), 어느 경우든 주도권만 잡는다면 이길 수 있다는 출기불의 공기무비(出期不意 攻期無備),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히듯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전심전력을 다하라는 파부침주(破釜沈舟),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겼음을 확인하기 위해 싸운다는 선승구전(先勝求戰) 등등 「야구 병법」이 쏟아내는 병법은 삶의 지침과도 같다. 그래서 야구를 인생과 같다고 사람들은 말하나보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 있어 감독이자 선수이다. 치열한 삶의 전장에서 당신은 어떤 병법으로 찬란한 승전고(勝戰鼓)를 울릴 것입니까.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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