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22.8.12 금 13:06
HOME 오피니언&인터뷰 케이블 살롱
옛 것에 대한 그리움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5.09.22 10:47

옛날엔 그랬다. 극장에 가면 영화를 보기 전 <대한 뉴스>를 봐야했다. TV에서, 신문에서 접했던 사건 사고들은 지루했고, 미사여구로 한껏 멋을 낸 세상 이야기는 신기하지 않았다. 도대체 영화는 언제 보여줄 것인 지 조바심만 났다. 그러던 어느 날 극장에서 <대한 뉴스>가 사라졌다.

1953년부터 1994년까지 극장에서 상영되던 영상 보도물 <대한 뉴스>는 TV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극장 영화를 보러온 대중들에게 정부의 지침을 홍보하던 정책 수단의 하나였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했고, ‘7번 틀어라, 9번 돌려라, 11번은 뭐하니’라던 ‘방송 삼국시대’가 막을 내려가던 1994년 12월 31일 2040호를 끝으로 ‘대한 뉴스’도 끝났다. <다시 보는 대한 늬우스>(KTV)는 그 시간 속으로의 여행이다. 빛바랜 옛날 일기장을 펼쳐보듯, 주로 흑백 시절 ‘어느 해의 오늘’ 있었던 일들을 따라가 본다. 뉴스 속 사람들은 참으로 왜소했지만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또렷이 빛났다. 과한 것도, 모자란 것도 모두 우리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었기에 다시 보는 ‘늬우스’는 애잔하다.

   
▲ KTV <다시 보는 대한 늬우스> (출처=KTV 홈페이지)

한 시대의 모습을 둘러보기에 TV은 참 좋은 매체이다. 1961년 12월 31일 KBS TV 개국이후 55년 동안 수많은 방송국들은 뉴스, 드라마, 다큐, 오락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왔다. 물론 TV방송 초창기엔 녹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있지 않아 주옥같은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고, 시스템을 갖춘 후에도 방송용 테잎 값이 비싸 본방송 후 재활용하느라 프로그램을 남길 수 없었다니 달라도 너무 다른 시절이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라도 남아있는 흑백 시절의 방송을 볼 때면 먼 기억 저편의 일들이 어제처럼 떠오른다. 그런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중 하나가 <추억 공감 옛날 테레비>(MBC 드라마넷)이다.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라는 노래와 함께 젊은 배우 한석규, 최민식, 채시라가 그려낸 서민들의 삶 <서울의 달>을 비롯해서 심은하의 매력이 돋보였던 미스테리극 <M>,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정겹게 그려낸 <한 지붕 세 가족>, 많은 사람들의 정인(情人)이었던 고(故) 최진실 주연의 <질투>, 그 외에도 어린 시절 웃음의 보고(寶庫)였던 <웃으면 복이 와요>, 주말의 신나는 버라이어티 쇼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등등. 마치 각자의 꿈을 찾아 도시로, 더 큰 세상으로 떠났던 자식들이 돌아와 부모님 품에 안겨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몇 번이나 또 듣는 것이지만 그 시절 이야기가 정겹고 재미있는 것은 그 안에 함께 울고 웃었던 내 인생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 MBC드라마넷 <추억 공감 옛날 테레비> (출처=MBC플러스 홈페이지)

노래는 또 어떤가.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jtbc)은 짧은 만남이었기에 재회가 더 기대되는 시간이다. 세상 전부를 얻은 듯 누구에게나 박수를 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것은 딱 한번, 오로지 한 곡의 히트곡만 남긴 채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 그들을 찾아가는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연락이 끊긴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비며 날렵하게 추던 춤의 엣지는 무뎌졌고, 속사포 갔던 랩은 벅찬 숨을 내쉬어야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을 보여주어 고마웠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 빛났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처음은 미미할 지라도 그 끝은 창대할 것을 믿으며, 그 창대함이 영원할 것을 소망하며 살아가지만 산다는 것이 거기서 거기였다. 작은 일에도 세상 전부를 얻은 듯 기뻐했고, 별 것도 아닌 일에 인생 전부를 건 듯 분노했던 시절도 있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괜히 감상적이 되어서일까, 빠른 속도로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세련된 화려함보다, 조금은 느리게, 어쩌면 촌스럽게 지난 시절의 언저리를 어정 거려보는 것이 그리워진다.

그런데 1995년 3월 1일 케이블 개국할 때 첫 프로그램은 무엇이었을까? 누가 보여주었으면 참 좋겠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