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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의 밀린 숙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5.09.25 16:29
   
 

추석 전 밀린 숙제를 하는 모양새다. 지난 9월 24일 방송 통신 분야 주무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방송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는 결합 상품에 대한 금지 행위의 세부 규정을 마련해 전체회의를 통해 보고했다. 결합 상품이란 방송, 인터넷, 휴대전화 등의 상품을 묶어서 할인 판매하는 것. 소비자로선 착한 상품으로 불리지만 사업자는 ‘슬픈 현실’이다. 특히, 휴대전화 시장 절대 열위에 놓여 있는 케이블TV사업자에겐 업(業)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문제의 상품이다. 
  
◇ 밀린 숙제, 지금은 맞다.

방통위가 전체회의에 보고한 '결합판매의 금지행위 세부유형 및 심사기준(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이르면 올 연말부터 방송통신사업자들은 통신과 방송 서비스를 한데 묶은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인터넷이 공짜', 'TV가 공짜'하는 식으로 광고하는 일이 금지된다.
앞으로 사업자들은 유•무선 통신, TV, 인터넷 등 구성상품 유형별 할인 내역을 각각 나눠 표시해 이용자가 상세한 요금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일부 통신사들의 과장 마케팅 때문에 피해보던 시청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 
또 개정안에서 방통위는 합리적 근거 없이 구성상품 간에 현저하게 차별적인 할인율을 적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특정상품을 무료나 혹은 저가로 파는 공짜 마케팅을 막기 위해서다. 
아울러 동등 결합판매와 관련한 금지행위 유형을 '제공 거절', '차별적인 대가와 조건으로 제공' 등으로 세분화•구체화했다. 말 그대로 결합 상품 구성 시 사업자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나 행동을 명문화 한 것이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의 통신 서비스를 다른 결합상품 판매자들도 상품에 묶어 팔려고 하는데 이때 통신사는 계열사와 제3의 사업자에게 같은 조건으로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번 개정안을 행정예고와 규제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연내에 고시•시행할 예정이다.
  
◇ 잘못된 풀이, 그때는 틀리다.

방통위의 이번 조치는 ‘늦었지만 시장을 바로 잡는 결론’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만약 방통위의 의지대로 된다면 심각하게 왜곡된 방송 시장을 바로 잡는 대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모호한 표현이나 현실성 없는 정책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정안에 포함된 ‘현저하게 차별적인 할인율을 금지 한다’는 표현은 가장 큰 논란꺼리다. 어느 정도의 할인율을 현저하게 차별적으로 볼 것인가. 인터넷, 방송, 휴대전화 서비스 가격을 20, 60, 40% 할인하는 상품과 20, 70, 30% 할인하는 상품 중 어떤 상품이 ‘현저하게 차별적인가’ 두고두고 논쟁이 될 이 표현은 전체회의 당시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 부분이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결합판매의 할인율 문제는 통신 쪽이 유료방송을 끼워 팔기를 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그러면 동등할인율을 적용할 수 없는 몇몇 이유가 뭔가, 방송=무료로 끼어주기 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객관적이지 않은 현저한 이 표현을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고시 개정 당시 소비자 편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상품별 동등 할인(30%)을 도입하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고시에서 ‘00텔레콤 휴대전화 서비스+케이블TV 방송 서비스’ 등 이종 간 결합 상품 구성 시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지만(금지 행위 유형 세분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에선 동등 결합은 이론적으로는 좋은 제도지만 사업자 상품별 원가, 마케팅 비용 등이 명확히 산정되지 않으면 불투명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유료 방송 관계자는 "통신사들도 결합 상품을 판매하는데 이용자들이 왜 굳이 이종 결합을 하겠냐“며 ”동등결합은 통신사 결합상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아직 풀지 못한 숙제

   
 

결합 상품을 향한 정부의 규제는 문제가 많지만 절망적이진 않다. 일단 시작이 됐으니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아직 풀지 못한 해묵은 숙제는 아주 큰 문제다. 
대표적인 숙제가 ‘유료 방송과 지상파 방송’ 간 재송신 분쟁이다. 현재 두 진영의 분쟁은 20개 넘는 소송戰으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지상파 3사와 케이블TV 방송사 CMB 간 신규 상품(디지털방송)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최근 지상파와 울산 지역 케이블 SO 간 CPS 소송에서 법원이 SO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이번 가처분 신청에도 업계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광고 매출이 급감 하고 있는 지상파가 자구 노력 대신 이를 유료 방송 재송신료(CPS) 인상이나 간접 광고 확대 등으로 메우려고 한다는 비난도 하고 있다. 실제 2011년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송신 수입은 2011년 345억 원에서 지난 해 155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방통위 국감에서도 지상파가 간접광고(PPL)을 대폭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반 광고와는 달리 간접 광고는 광고 단가 비싼 대신 시청자가 회피할 방법이 없다.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상파3사의 PPL 매출은 지난 2010년 30억 원에서 지난 해 415억 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며 “올 상반기까지 PPL로 229억원을 벌어들였다” 말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교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재송신 협의체를 출범시켰지만 지상파는 빠져있어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협의체 출범 당시 한국방송협회는 "지상파 재송신 협의체 발족은 정부의 성과주의식 행정"이라며 "사업자간 자율적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송신협의체 구성 및 운영 중단을 요청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패사례로 남았던 과거 재송신 관련 전담반 및 협의체 운영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전문가 협의'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핵심적인 것은 당사자간 재송신 대가 합의를 원만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 협상의 틀을 갖추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정부개입에 반대한다 해서 과거처럼 한발 물러선다면 사업자 갈등과 시청자 피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법•제도개선에 나서 밀린 숙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애꿎은 시청자들만 피해를 봐 왔다. 지금도 이익에 목마른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 다시 보기 가격(VOD)도 현재의 정액이 아닌 가입자당 CPS 형태로 계약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럴 경우 어떤식으로든 시청자 부담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지상파방송사들은 'VOD는 방송도 아니고 방송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렵다' 며 정부가 방송법으로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정부는 사업자가 아닌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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