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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지상파방송' 유감
조은기 성공회대학교 교수 | 승인 2012.04.06 13:41
   
▲ 조은기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난 수십 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했던 케이블TV로부터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 한 사람당 한 달에 280원씩, KBS2, MBC, SBS 3개 채널 합산으로는 840원, 연간 10,800원을 무슨 수를 쓰더라도 끝까지 받아내야겠다고 버텼고, 그 돈을 줄 수 없었던 케이블TV는 급기야 지상파 디지털HD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애꿎은 소비자만 그 사이에 끼어 영문도 모른 채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내년 말에는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다고 하니 지금의 문제가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앞으로의 당장에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가 협상을 통해 얼만큼 돈을 주고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 대가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격적인 지상파 방송의 유료화에 있다. 나는 오히려 이참에 KBS2, MBC, SBS가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당당하게 스스로 유료방송임을 선언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미 KBS1과 EBS라는 공영으로 운영되는 무료방송을 가지고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를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제대로 된 KBS1과 EBS 두 개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만일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하나를 더 만들면 된다.

이미 전체 국민의 90% 이상이 전파가 아닌 유선망이나 위성을 통해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마당에 왜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에 최고의 목적을 둔 KBS2, MBC, SBS에게 우리들의 자산인 전파를 공짜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어렵다. 통신은 주파수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보조금을 통해 기존의 2G 가입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이미 시행하였는데 왜 방송은 안 되는가?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10% 미만의 가구에는 왜 동일한 정책이 시행될 수 없는 것인가? 이미 유료방송을 선언 한 KBS2, MBC, SBS가 쓰고 있는 디지털,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을 모두 회수해서 통신사업자에게 배분하고 그 조건으로 통신 요금을 실감나게 낮추든지, 아니면 그것을 경매에 붙여 그 돈으로 정말 훌륭한 무료 보편적 방송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그리고 KBS2, MBC, SBS는 본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유료방송 사업자의 지위를 이제 제대로 가졌으니 시장에서 여타의 케이블TV 채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하는 게 공정하지 않은가?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업자들 간의 협상에 끼어들기 전에 유료화를 선언한 지상파 방송에게 무엇을 선택할 지를 분명하게 물었어야 했다.
 
2009년과 2010년의 지상파 방송의 순이익은 약 2천억 규모이다. 만일 디지털 전환이 모두 완료되어 1900만 유료방송 가입자에게 채널 당 280원을 징수한다면 가만히 앉아서 매년 약 2천억의 순이익을 더 챙길 수 있다. 딱 지금보다 곱절이다.

2009년 말 통계로 케이블TV가 184개의 케이블TV 채널에 지급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약 3500억이다.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후 1500만 케이블TV 가입자에게 지상파 3사가 월 280원을 받아간다면 연간 1500억이 넘는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가 만든 케이블 채널이 약 800억을 가져가고 있으니 2300억 이상이 지상파 방송사의 몫이다.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의 65%이다. 184개 케이블TV 채널, 그리고 이번에 새로 출범한 종합편성 채널과 뉴스 채널은 나머지 1200억을 함께 나눠가져야 한다. 쉽게 185개 채널 기준으로 산술 평균하면 채널 당 연간 6억5천만 원이 조금 안 된다.

세상에 이런 시장은 없다. 어떤 시청자도 앞으로의 우리나라 방송 시장이 이렇게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 당사자인 케이블TV와 중재자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어정쩡하게 유료방송을 표방한 지상파방송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유료방송 사업자’ 인가, 아니면 ‘무료 보편적 방송 사업자’인가라고 말이다. 이번 협상의 출발점은 반드시 그 물음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꼼수 부리지 말고.

 
 

조은기 성공회대학교 교수  ekcho@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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