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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길이 있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5.10.20 09:24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 9.2권, 성인의 29%는 1년 내내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OECD 통계는 국민 1인당 연간 1.2권의 책을 읽는 대한민국을 최하위 독서국가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말을 갖고 있는 민족으로서 치욕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책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세상에 너무 많아서일까, TV에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사라진 지도 오래이다. 이러다가 우리 모두 책을 잊은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던 차에 느닷없이 책 소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비밀 독서단」(O tvN).

‘오락’이어도 좋다. 책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책은 삶의 고비마다 구원이었다. 누군가로 부터 위로 받고 싶을 때, 길을 잃고 막막했을 때, 불의(不義)앞에 분노가 하늘을 찌를 때, 언제나 책은 빛이 되어 주었다.

「비밀 독서단」에는 10명의 명예단원이 있다. 작가 이문열, 만화가 박재동, 경영전문가 공병호, 언론사 기자 등 책 전문가이자 애서가(愛書家)인 이들은 매주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한다. 비밀독서단원은 그 중 몇 권의 책을 읽은 후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최후의 한 권을 결정한다. 최후의 책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비치하여 서로 읽고 공감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것이 비밀 단원들의 임무이다.

   
▲ O tvN 북 토크쇼 '비밀독서단' (사진제공=O tvN)

비밀단원들은 다양하다. 입담 좋은 개그맨 정찬우, 책을 사랑하는 다독가(多讀家) 배우 예지원, 미술 전문가인 방송인 김범수, 박학다식한 기자 신기주, 인문학 지식이 풍부한 작가 조승연, B급 정서의 대변자 가수 데프콘까지. 관심 분야가 다르고, 독서의 양과 질도 다르지만 이들의 토론은 활기차다. 자신들이 감동적으로 읽었던 부분에 줄을 쳐 오고, 그것을 낭독하면서 왜 그 부분이 감동적이었는지 ‘진지하게’ 이야기 한다.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반박한다. 그들의 토론은 어긋나 보이지만 조화롭고, 유쾌하지만 경박하지 않다. 남자 단원들은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었고, 홍일점 여자 단원은 성장(盛裝)하고 토론에 참여한다. 책에 대한 예의나 존경을 표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

‘갑질에 고달픈 사람들’,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 ‘부모님께 죄송한 사람들’, ‘입만 열면 손해 보는 사람들’, ‘시간 없어 여행 못가는 사람들’에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까지 비밀 독서단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을 찾아 나선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아니 여러 번 주어진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힘겨워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친구들은 나름의 조언을 해주지만 그것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고 결국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임을 알았을 때, 슬그머니 책으로 눈을 돌려본다. 「비밀 독서단」은 이 점을 간파하고 ‘맞춤 독서 길잡이’가 되어 ‘시청자’를 ‘독자의 길’로 이끌고 있다.

   
▲ O tvN 북 토크쇼 '비밀독서단' 방송화면 갈무리 (사진제공=O tvN)

출판가에 찬바람이 거센 요즘, 「비밀 독서단」에 소개된 책들은 서점가에서 작은 희망이기도 하다.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편에서 소개된 시인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시집은 2012년에 발간된 책으로 방송 후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15쇄 인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이 흔하지 않아 대중들의 관심은 더 컸다. 최후의 책 <다윗과 골리앗>, <윤미네 집>, <레토릭>, <자전거 여행> 을 비롯하여 비밀 단원들이 읽은 책들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방송과 책은 좋은 친구가 되었다.

옛 조상들은 책을 눈으로만 읽은 것이 아니라 소리로 읽었다. 고요한 밤, 은은한 달빛 아래 한 구절 한 구절 읽어가노라면 책 읽는 소리에 빠져 어느새 책 속으로 스며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소리는 희미해지고, 시각적 자극에 집중하고 있는 찬란한 오늘, 케이블 채널 저 뒤편 어딘가에는 청각만을 자극하는 오디오 서비스가 있다. 그 중 책 읽어주는 채널이 있으니 이름하여 「오디오북」 (SORIE)채널. 내 마음을 흔들었던 그 책을 소리로 들어보는 것 또한 좋지 아니한가.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 당신의 책은 무엇입니까.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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