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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모든 것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5.11.19 16:46
   
▲ tvN <응답하라 1988> 4화 ‘Can’t help ~ing’ 편 화면 갈무리.

「응답하라 1988」(tvN)엔 쌍문동 최고 극빈층에서 복권 1등 당첨으로 졸지에 부자가 된 성균이네 자동차가 나온다. 베이지색 포니2. ‘서울 1러 1956’ 녹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이 자동차는 성균이네 자랑일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보기 드문 ‘My Car’이다. 자가용을 탄다는 것 하나만으로 식구들의 어깨가 한껏 올라갈 수 있었던 시절이다.

자동차 등록제가 실시된 1945년 7,000대에 불과했던 자동차는 70년이 지난 2014년 2,000만대를 넘어섰다. 인구 2,127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했던 우리는 인구 2.5명당 1대의 자동차를, 가구당 1.14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운전면허증은 특수 기술 보유자로 인정받는 증명서였고, 자동차를 갖는다는 것은 특수층에 속한다는 표시였지만, 이제 운전면허증이 없다면 문맹자와 다를 바 없고, 자동차 없는 일상생활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자동차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동차 관리 이야기가 나오면 슬슬 머리가 아파온다. 자동차 서비스 센터가 도처에 있어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는 자신의 생명을 공유하는 운명 공동체 아닌가.

   
▲ 자동차 가치의 재발견! XTM <더벙커> (출처 : 더벙커 홈페이지)

「더 벙커」(XTM)는 2013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시즌6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전문 프로그램이다. ‘자동차 가치의 재발견’이 모토인 「더 벙커」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자동차라면 시동 걸고 달리는 것 밖에 모르던 자동차 문외한들에겐 구세주가 나타난 듯했고, 자동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매니아들에겐 자동차에 대한 지식창고가 열린 듯했다. 누구나 새 차를 좋아하겠지만 자동차를 타 본 사람이라면 새 차 보다 더 좋은 것이 나에게 딱 맞게 익숙해진 차임을 안다. 세차부터 유리막 코팅, 왁싱, 오일 교환, 타이어 관리, 블랙박스, 네비게이션 등 자동차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를 체계적으로 알게 된 운전자들이 스스로 튜닝까지 해낼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초기의 「더 벙커」는 그런 길라잡이였다.

「더 벙커」의 백미는 튜닝이다. 웬만한 중고차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10년 이상 된 자동차는 보통이고 심지어 25년 된 자동차도 벙커에만 오면 완벽 변신의 짜릿함을 맛본다. 휠을 인치업하고, 차체는 다른 색으로 도색한다. 특수 광택에 유리막 코팅도 별스러운 것으로 한다. 오래 사용한 부속들을 신형으로 교체하고 뻑뻑해진 곳에 기름을 친다. 정비를 마친 자동차는 새로운 심장을 이식받은 듯 파워풀해진다.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튜닝은 무척 진지하다.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끝없는 흥분감을 안겨주고 문외한 조차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튜닝과정에 순간 순간 넋을 잃기도 한다. 튜닝 전(全) 과정과 그에 들어간 비용까지 공개되고 나면 경매가 시작된다. 스튜디오에 모인 갤러리들의 눈은 매보다 날카롭다. 그냥 중고차가 아닌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튜닝 중고차는 그렇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간다. 특히 경매 수익은 전액 기부한다니 이 또한 기특하다.

   
▲ <더벙커> 시즌5 첫 방송 화면 갈무리.

진행은 잘 튜닝된 자동차가 달리는 것처럼 매끄럽고 거침없다. 이 사람이 천사를 찾아달라며 엉덩이 춤을 추던 룰라였나 싶을 만큼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이상민과 개그맨이자 가수이자 배우인 김재우, 카레이서인 유경욱, 권봄이. 호흡이 척척 맞는다. 관객들은 모두 서있다. 그들의 웅성거림은 격하지 않지만 자동차의 변신을 꼼꼼히 지켜보는 치밀함을 동반하고 있다. 시즌이 더해갈수록 자동차는 더욱 화려해지고, 벙커 안에 모인 사람들의 열기는 그렇게 달아올랐다.

「더 벙커」는 신차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다. 오로지 중고차와 그 변신에 집중한다. 낡았다고 외면하지 않고 시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 자동차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주는 화룡점정인 듯하다.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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