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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전쟁', 생존게임은 이미 시작됐다넷플릭스, 아마존의 콘텐츠 투자가 의미하는 것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5.12.01 11:11

최근 한국에선 미국 드라마(일명 미드)의 인기가 예전만은 못하다. 수년 전만 해도 ‘히어로즈’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드라마를 현지에서 업데이트되길 기다리며 (가끔 욕설도 섞여 있는) 조악한 자막의 불법 콘텐트까지 다운 받아 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케이블TV, IPTV에서 버튼 하나 누르면 바로 볼 수 있는 지금은 오히려 그 희소성이 덜하다.

하지만, 미드는 우리의 관심과는 별개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올해도 <슈퍼걸> 등 톡톡 튀는 소재의 작품들이 공개됐다. 특히, 최근엔 전통적인 드라마 스튜디오가 아닌 뉴미디어 플랫폼 사업자까지 가세하며 미드 라인업은 더 풍부해졌다.
 

◇ 넷플릭스 VS 아마존, 새로운 콘텐트 강자

<나르코스>는 1970년대 역사상 가장 부유했고 동시에 잔인했던 콜롬비아의 마약상 에스코바(와그너 모라)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는 에피소드 10편을 지난 8월 31일 동시 공개했다.
미국 마약국(DEA) 요원 스티브 머퍼(보이드 홀브룩)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드라마는 방영되자 마자 미국 시청자들의 안방(정확히 말하면 OTT)을 뒤흔들었다

<높은 성의 사나이'(The Man in the High Castle)> 필립 K 딕이 쓴 동명의 소설을 리들리 스콧 감독이 각색한 미드로 넷플릭스에 이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이 드라마는 미국 등 연합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해 1947년에 항복하고 나치 독일과 대일본 제국에 점령된 후 세 조각으로 분단됐다는 가상 역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난 11월 20일 전편(10편)이 공개됐는데 아마존이 자체 제작한 시리즈 드라마 중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 넷플릭스 <나르코스>, 아마존스튜디오 <높은 성의 사나이>

2015년 올해의 미드라고도 해도 손색이 없는 이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뉴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두 드라마의 제작사인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콘텐트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이 두 곳은 어떤 콘텐트 기업보다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게다가 매력적이기까지 한 드라마를 내놓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SF(루크 케이지), 애니메이션(다이노트럭), 다큐멘터리(쉐프의 테이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콘텐트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리사 니시무라 넷플릭스 부사장은 “오는 2018년까지 60억 달러를 콘텐트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넥플릭스 독점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책이 아닌 ‘콘텐츠에 대한 경험’을 세일즈 하고 있는 아마존은 넷플릭스에 비해 뒤늦게 콘텐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드라마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최근엔 독자(혹은 가입자)를 위해 자사 콘텐트뿐만 아니라 타사 콘텐츠를 추가 수급해 콘텐트 시장에서에의 물량 싸움을 준비 중이다.

아마존은 그동안 99달러 연회비를 내는 프라임 가입자에게 넷플릭스와 비슷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포함해 TV 방송과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프리미엄 영화와 TV 콘텐츠는 추가 비용을 받고 제공해왔다.

그러나 아마존은 앞으로 타사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프라임 가입자’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아직 그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타임워너, NBC 등 대형 TV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이 서비스되지 않을까하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 ‘케이블TV에만 볼 수 있는 드라마’ 필요

해외에선 이런 파괴적인 혁신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잠잠하다. 얼마 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관심이 없다. 이번 인수로 케이블TV, IPTV, 통신 업계는 생존이 걸린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청자에겐 그냥 케이블TV회사가 IPTV회사로 바뀌고 혹은 그 반대가 되는 것일 뿐이다. 누가 나의 안방을 차지하든 그들이 제공하는 방송 채널이나 콘텐트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혹 다르더라도 내 선택을 바꿀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이 같은 사태를 불러온 궁극적인 이유는 국내 유료 방송 콘텐트 사업자들의 부족함 탓이다. 그러나 케이블TV, IPTV 등 한국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뉴미디어 시장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 사이 플랫폼에 지상파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웠다. 유료 방송에게 지상파는 고객 유입 효과가 탁월한 콘텐트지만 남들과 다르기 위해선 그것만으론 안 된다. 지상파와의 재송신 협상, 다시 보기 중단 사태 등도 어쩌면 지상파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유료 방송 운동장’ 때문이다.

이런 비관적인 현실 때문에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해도 미디어 시장 판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방송영상 콘텐츠 유통플랫폼 : 해외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시장 판도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는 ▲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제공하는 가격보다 저렴한 국내 디지털 유료방송 서비스 가격 ▲ 국내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의 수익모델인 월정액제 주문형비디오 서비스(SVOD)보다는 건당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TVOD)를 선호하는 점 ▲ TV를 통한 주문형비디오 서비스 제공이 목표인 넷플릭스가 국내 유료방송사업자와 제휴하지 않는 한 TV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국내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했다.

   
▲ tvN <응답하라 1988> 티저영상 갈무리.

그러나 분명한 점은 싫어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성공하진 못할지 몰라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누군가는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을 흔들 것이다. 비관적인 현실이라고 했지만 모두에게 꼭 그렇진 않다. 준비된 사업자에겐 기회가 열릴 것이다. 결국 방송의 시작과 끝은 콘텐트다. 케이블TV에서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기대한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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