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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남자, 남자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5.12.21 11:37

여기를 둘러봐도 남자, 저기를 둘러봐도 남자, 텔레비전은 온통 남자 세상인 듯하다. 「문제적 남자」(tvN), 「쓸모 있는 남자들」(OtvN),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XTM), 「아는 형님」(jtbc), 「비정상 회담」(jtbc), 「냉장고를 부탁해」(jtbc), 「집밥 백선생」(tvN), 「삼시 세끼」(tvN), 「마녀사냥」(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jtbc), 「주간 아이돌」(MBC 에브리원) 등 인기 상위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하나같이 남자들뿐이다. 쌍쌍파티도 아니니 굳이 남녀 비율을 맞출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군(群)에서 이렇게 여자들이 희귀해진 것도 참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 (사진: tvN 제공)

「문제적 남자」의 남자들은 상당히 똑똑했다. 자신의 모자 색을 모르는 스머프들이 같은 색 모자를 쓴 스머프끼리 모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섯 개의 9로 100을 어떻게 만들까, 횡단하는데 6일이 걸리는 사막을 갈 때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식량이 4일치뿐이라면 탐험가는 몇 명의 짐꾼을 데리고 갈 수 있는가 등등 서울대생 70%가 풀지 못한 문제에서 부터 국내 및 세계 대기업 입사 문제와 국내 상위 1%의 두뇌들만이 풀었다는 문제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의 문제들을 그들은 풀어낸다. 문제가 주어지는 순간, 그들의 눈은 빛난다. 주변에서 뭐라 해도 오직 풀어야할 문제 이외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여럿이 문제를 정복해 간다.

뇌를 풀가동시키는 남자들은 근육질의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거친 광목이 갖고 있는 날 것의 느낌이 아니라 최고급 비단의 우아한 매끈함 같은 것이 전해온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뇌가 섹시한 남자’라 부른다. 카이스트 출신의 가수 이장원, 공대오빠 탤런트 하석진, 탤런트 김지석, 방송인 타일러 라쉬, 가수 박경, 진행자 전현무 등 여섯 명의 남자들이 펼치는 지적 향연은 상당히 멋지다.「쓸모있는 남자들」의 그들은 도통 쓸모가 없어 보였다. 사회생활은 잘할지 모르지만 집에서는 전등하나 제대로 갈지 못하고, 밥 한 끼도 혼자 챙겨 먹을 줄 모르고, 아내의 도움 없이는 옷 하나도 폼 나게 차려입을 줄 모르는 남자들이었다. 이들에게 쓸모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매주 새로운 아내가 등장한다. 남편이 쓸모없을수록 아내들의 요구는 다양해진다. 자잘하게 고장 난 집안 시설 고치기, 아프거나 화나거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내를 위해 음식 만들기, 아이 키우기, 아내와의 커플룩 완성하기 등등 별 거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하려고 드니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사회 초년병 시절에도 이렇게 막막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JTBC<비정상회담>, OtvN<쓸모있는 남자들>, MBC에브리원<주간아이돌> (사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나름대로 미션을 해결하고 나면 아내는 남편들의 인생 기술 습득 현황을 평가하여 베스트 쓸모남을 선정한다. 그들이 습득한 기술이 얼마나 유용하게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쓸모 지수가 아무리 업그레이드되어도 찌질해 보이는 것을 보면 남자들의 일상 개선 작업은 쉽지 않아 보였다.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의 남자들은 생각보다 어렸다. 어쩌면 저렇게 자기 생각만 할까 싶기도 했다. 좁지만 그래도 스위트 홈인데 안방, 아이들 방만 있고 자신의 방은 없다며 투정이다. 그나마 혼자만의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은 화장실뿐이라며 또 투덜거린다. 아직도 성장 중인 이 시대 남자들의 소망은 자신만의 방을 갖는 것. 일명 ‘수컷의 방’. 그러나 상상해 보라. 집안에 낚시터, PC방, 당구장, 홈 바, 만화방, 영화관, 노래방을 꾸며놓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철없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공간 창조가 절실했던 그들 앞에 현실로 다가온 ‘수컷의 방’은 더없이 행복한 천국이었다.

   
▲ XTM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 (사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어느 해 보다 남자라는 존재에 몰입했던 2015년의 안방극장.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린다는 노래 ‘It’s raining man’이 매일매일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좋다. 남자들이여 영원하라. 그대들이 있어 여자들은 즐거웠노라.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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