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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자율심의권’ 의미와 과제
강대인 케이블TV윤리위원회 위원장(건국대 교수) | 승인 2012.06.14 18:59
   
▲ 강대인 건국대 교수

20세기 초 방송이 시작될 때부터 방송은 전파가 갖는 기술적인 특성과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하여 국가나 정부의 감독과 법적 규제를 받는 것이 당연시 되어 왔다. 제한된 자원인 전파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관리하는 문제, 공공의 자산인 주파수를 신탁받아 사용하는 방송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전파를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문제 등으로 정부의 규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방송을 포함한 언론매체에 대한 법적 규제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게 함으로서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가 침해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 이 부분에서 국가의 규제감독권과 국민의 알권리가 충돌하는 대치점이 발생한다. 이런 태생적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것이 방송의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였고, 결국 자율규제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서 한편으로는 국가 규제를 지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의 품격을 고양시키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정책을 택하게 된 것이다.

1920년 미국에서 최초의 방송인 KDKA가 방송을 시작한 직후 불과 수년 내에 수백 개의 방송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자연히 방송시장의 규제문제를 불러오게 되었다. 제한된 전파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기구의 필요성, 그리고 방송의 공익성을 유지하는 방안과 프로그램의 품격을 높이는 방안 등을 누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는 곧바로 법적 규제와 이를 규정하는 방법의 문제로 이어지게 되었다.

당시 방송행정을 책임졌던 상무부 장관 후버(Hoover)는 미국의 방송이 사유의 형태로 운영되면서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피하기 위해 자율 규제의 틀을 유지할 것을 제한한 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법적 규제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말았다. 이런 논의 속에서 결국 [1927년 라디오법(Radio Act of 1927)]과 [1934년 커뮤니케이션법(Communication Act of 1934)]이 만들어지고 이 법에 의하여 모든 방송은 ‘공공의 이익, 공공의 편의, 공공의 필요’를 충족할 의무를 지니게 된 것이다.

한편 정부의 법적 규제의 틀을 완화시키고 방송사업자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방송사업자의 자구책 마련도 뒤따르게 되어 1923년 [전국방송협회(NAB: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가 결성된다.

NAB 결성의 동기는 정부의 간섭을 완화하려는 목적 외에도 당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저작권협회(ASCAP)]의 끈질긴 저작권 사용료 요구에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것이었다. NAB는 자체적으로 윤리규정(NAB Code)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는데, TV매체가 본격화된 후에 이 규정은 [Radio Code]와 [TV Code]로 나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윤리규정도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과 규정을 금지하고 있는 수정헌법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판결에 따라 1984년부터는 유명무실한 상태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4년 방송에 대한 법적 규제의 근거를 담고 있는 방송법이 발효되기 전인 1961년에 방송자율규제기구인 [방송윤리위원회]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1980년 언론기본법의 제정으로 [방송윤리위원회]가 [방송심의위원회]라는 법적 근거를 갖춘 기구로 바뀌게 되었다. 따라서 방송은 자율적 심의가 아닌 타율적 규제를 받게 되었고 법적 기구인 방송위원회의 심의 감독을 받게 된 것이다.

방송심의권을 방송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법의 근거에 의하여 국가기관이 이를 행사하게 되면, 이는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을 위배할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정부 감독권의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1999년 대통령 직속의 [방송개혁위원회]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방송심의를 궁극적으로는 방송사업자의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은 방향임을 제안한 바 있다.

그래서 국가기관이 방송심의권을 갖는 대신 방송평가제를 도입하여 방송의 인·허가나 승인, 또는 재허가 시에 방송 전반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것을 새로운 방송법에 담게 된 것이다. 방송 평가는 방송법 제31조 제1항에 근거하여 방송사업자의 방송 프로그램 내용 및 편성과 운영 등에 관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법정 행정행위이다. 따라서 방송 평가결과는 방송사업자의 인·허가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승인 업무를 집행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 척도가 되는 것이다.

국가나 정부는 이와 같은 평가제를 운영하고 평가 결과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책임을 짐으로써 방송사업자가 시청자인 국민과 약속한 사항을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하느냐를 판단하는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 규정을 근거로 그 동안 국가기관이 주관하던 방송 내용의 심의 업무는 궁극적으로 방송사업자의 자율적 규제의 틀로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정책적 전환을 꾀하고자 한 것이 방송법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방송계와 정치권의 오랜 관행과 여건의 불비 등을 고려하여 과도기적으로 방송심의 업무를 방송위원회가 관장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런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002년 10월에 총회를 갖고 “종합유선방송 윤리의 확립과 고양”을 통해 케이블TV의 건전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시청자 불만사항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이를 케이블TV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이행케 하려는 목적으로 [케이블TV윤리위원회]를 두기로 결정하였다.

1994년 케이블TV가 다매체·다채널시대를 선도하는 미디어로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거나 사업자간 분쟁이 빈번하고 불공정경쟁이 자주 발생함으로써 방송시장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자율적으로 해결하여 시청자의 신뢰를 쌓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여 방송의 품격을 제고하고자 한 것이 케이블TV윤리위원회의 숨은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그리고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를 바탕으로 설립된 지 2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나름대로의 긍정적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다행스럽고 바림직한 일은 방송 행정과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방송위원회가 최근 케이블TV방송 프로그램의 심의권의 일부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이관하기로 큰 방침을 정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방송의 공적 책임과 의무가 상대적으로 더 요구되면서 보편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지상파방송과, 방송사업자간의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의 활성화를 필요로 하는 다채널 유료사업자인 케이블TV방송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동일한 잣대로 방송심의 행정을 펴온 것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이제부터라도 방송 매체별 채널별 특성을 고려한 심의행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방송위원회의 심의권 이관이란 정책이 더 진전된 방향으로 나아가서 궁극적으로는 방송 내용에 대한 윤리성 제고와 방송 프로그램의 품격에 관한 업무를 방송 사업자의 자율에 맡기는 결단으로 이러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권한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케이블TV방송 프로그램의 심의권을 행사하게 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그 산하의 [케이블TV윤리위원회]가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품격 높은 방송, 윤리성을 전제로 한 방송시장의 확립 등 보다 높은 이상을 실천함으로서 한국방송의 품격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케이블TV 관계자 모두의 노력과 분발을 기대해 본다.

강대인 케이블TV윤리위원회 위원장(건국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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