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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중계권 갈등으로 드러난 지상파 방송의 본질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 승인 2012.06.15 11:34
   
▲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오는 6월 남아공에서 개최되는 2010 월드컵 중계권을 두고 SBS와 KBS,MBC가 벌이고 있는 갈등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SBS는 올 초밴쿠버 동계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도 단독 중계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공영방송 KBS는 제소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공공재인 전파를 자사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마땅히 중재할 방법이 없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스타일을 완전히 구긴 상태다. 확실한 것은 국민들이 중계를 누가 하든 중요하지 않다는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방송 3사가 같은 중계 화면을 보내면서 골 장면에서 누가 더 크게 소리 지르는지 경쟁하는 듯한 흥분 경연대회를 더 이상 원치 않는 것이 분명하다.
공영방송 KBS, MBC가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것은 이해할만하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이 월드컵을 못 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SBS의 질 낮은 중계수준을 탓할 수 있겠지만 단독 중계가 계속되다 보면 익숙해질 수도 있다.
지금도 KBS, MBC, SBS 등 한국의 지상파 3사는 스테이션 로고만 떼어 내면 어떤 채널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획일적인 방송을 하고 있다. 뉴스,드라마, 시트콤은 물론 예능, 심지어는 다큐멘터리까지 ‘편성 경쟁’이란 명분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이 모두가 광고 때문이라는 점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번 월드컵 중계권도 마찬가지다. KBS와 MBC는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광고수주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경영에 압박을 줄 것이다.
그러나, 단독 중계권을 따낸 SBS가 이번 월드컵 행사를 통해 흑자를 볼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SBS는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를 치르기 위해이미 중계권료에만 76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앞으로 방송비용 및 추가 지출을 예상하면 흑자가 날 것이라는 판단이 쉽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적자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광고대행수수료와 방송발전기금을 고려하면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대행수수료는 광고수익의 14%, 방송발전기금은 광고수익의 4.75%에달하기 때문에 광고 재원이 1,400억원 이상이어야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는분석이다. 현재의 분위기를 봤을 때 월드컵 광고로 1,400억원을 거둔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SBS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KBS, MBC와 같은 수준으로 오르지 못할 것이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제4,제5의 지상파 방송이 탄생할 때 제 가치를 인정받겠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결국 이번 SBS의 월드컵 단독 중계 사건은 ‘방송사가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미디어 기업일 뿐’이라는 평범하고도 자연스러운 진리를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 평범한 진리가 그동안 ‘지상파=수퍼 공익 매체’라는 허구적 인식에 가려왔을 뿐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디지털케이블TV, 위성TV, DMB, IPTV 등 뉴미디어 매체가 탄생할 때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뭉쳐왔다. 적정한 대가를 받고 콘텐츠를 지급해 뉴미디어를 성공시켜 국가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미디어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진정한 공익성에 관심이나 있었을까.
지상파 방송사는 오는 2012년 12월 31일 오전 4시로 예정된 디지털 방송전환을 앞두고도 어떻게 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는지 계획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의 파트너로 삼아야 할 케이블TV 사업자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도 볼썽사납다. SBS의 월드컵 단독 중계권 사태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간 이기심이 극대화 돼 양보 없는 싸움을 벌여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막을 내길 가능성만 높아 보인다.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jac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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