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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 쾀, 복지 서비스로 봐야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 승인 2012.10.26 09:31

   
▲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이르면 내년부터 일부 시청자들이 셋톱박스 없이 고화질(HD) 케이블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디지털TV에 디지털케이블TV 방송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한 '클리어쾀(Clear QAM)'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케이블TV는 도(盜)시청을 막기 위해 신호에 암호처리를 해 쾀 방식으로 방송신호를 송출한다. 이 때문에 디지털케이블TV 방송을 시청하려면 암호를 해독하는 셋톱박스가 있어야 한다. 셋톱박스는 가격이 10만~20만원에 달해 방송사와 이용자에게 투자비ㆍ임대비 부담으로 작용,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걸림돌이 돼왔다.

디지털TV에 클리어쾀 기술을 도입하면 이용자와 케이블TV 방송사업자의 부담이 줄고 디지털 정보격차를 느끼는 소외계층에게 디지털 방송의 혜택을 확대할 수 있다. 디지털TV 보유자가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늘어나고 정체돼온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율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클리어쾀이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기술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00만가구에 이르는 아날로그케이블TV 가입자들이 클리어쾀을 통해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유료방송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계속되고 저가 유료방송 상품의 출혈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 클리어쾀이 주문형비디오(VOD) 같은 양방향 서비스가 불가능한 단방향 서비스여서 디지털 방송도입 취지에 반한다는 게 반대진영의 논리다.

필자는 클리어쾀 도입의 파급력에 대한 평가가 좀 왜곡됐다고 생각한다. 위성ㆍIPTV 방송사들은 1,000만 아날로그케이블TV 가입자가 클리어쾀 가입자로 전환할 것을 우려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클리어쾀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크게 봐도 아직 디지털TV가 없는 가구(약 30%) 중 클리어쾀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TV를 구입하는 가구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시청 방지를 위해 최소채널로 구성된 최저가 유료방송 상품에 가입하는 소외계층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논의 중인 클리어쾀 도입방안을 들여다봐도 독과점 문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케이블TV 방송사가 클리어쾀을 도입하더라도 수혜 대상은 저소득층ㆍ노인 등 기술적 소외계층으로 국한하는 방향에서 논의가 정리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이라면 클리어쾀은 사회적 약자 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복지형 서비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클리어쾀 기술 적용은 아직 디지털TV를 구입하지 못한 아날로그케이블TV 가입자들 중 제한적인 콘텐츠만 시청하기를 원하는 가입자에게 한정될 것이다. 클리어쾀이 도입되더라도 이용자층이 제한적일 것이므로 전체 디지털 양방향서비스시장에 미칠 영향도 경미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도를 고치거나 새로 도입하려 할 때면 이해관계자 간의 대립과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주장하는 편마다 각자의 논리와 이유는 있다. 클리어쾀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클리어쾀을 곧 다가올 디지털방송시대에 디지털 정보격차로 소외될 우리 이웃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이전투구 방송시장판의 경쟁무기로 볼 것인가. 클리어쾀 기술이 무엇인지부터 자세히 살펴보면서 좀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시각전환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글은 2012년 10월 25일자 서울경제신문에 게재된 내용이며, 필자의 허가를 얻어 게재합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ssjchoi@snut.a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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