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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국가들 “유료플랫폼이 지상파에 전송대가 받아”
홍종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BK21사업단 박사 | 승인 2012.04.06 17:09

   
▲ 홍종윤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BK21사업단 박사
지상파 재송신 저작권료 면제가 세계적 추세

우리나라 지상파 재송신 분쟁의 핵심은 지상파방송의 재송신에 대해서 저작권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가의 여부다. 이와 관련해 대다수 국가들의 경우 권역 내 동시 재송신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면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상업방송 체제를 채택한 미국은 SO와 위성방송사업자들이 각각 저작권법 111조 및 122조에 의거하여 권역 내 지상파 재송신에 대해서는 저작권 강제허락에 따라 저작권료를 면제받는다. 권역 내 재송신의 경우, 원래부터 지상파방송 신호가 공중 송신을 통해 무료로 시청자에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권역 내 지상파 재송신으로 저작권자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공영방송 체제인 유럽연합 국가들 역시 플랫폼사업자의 지상파 재송신과 관련해 저작권이나 저작인접권에 대한 보상 조항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는 저작권법 상의 ‘서비스 지역 원칙’(service area principle)과 ‘이중 보상(double payment) 방지’ 등의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서비스 지역 원칙’이란 최초 방송되는 지상파방송의 방송 권역 내에서 신호 내용을 변경하지 않고 동시적으로 재송신 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동의나 저작권 보상을 요하지 않는다는 저작권법 상의 해석을 말한다. ‘이중 보상 방지’란 공영방송 서비스의 경우 수신료 형태로, 상업방송 서비스의 경우 광고 시청의 형태로 이미 사용료를 지불한 시청자들이 플랫폼사업자를 통한 지상파 시청에 또다시 비용을 지불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 법원은 지상파-케이블 간 재송신 분쟁에서 지상파방송의 저작인접권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는데 이는 재송신 관련 저작권법 및 방송법의 법적 미비 상황으로 인해 ‘서비스 지역 원칙’이나 ‘이중 보상 방지’ 같은 저작권 기준들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재송신 정책목표에 따른 다양한 대가 지급 시스템 존재 
 
미국에서 법적으로는 지상파 재송신 저작권 사용료가 면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송신 관련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재송신 동의’라는 독특한 지상파 재송신 정책에 기인한다. 1992년 미국 의회는 재송신 동의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SO가 방송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함에 따라 지상파방송사들에게 재송신 대가를 요구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 간 힘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SO 외에 수많은 다채널 방송사업자들(위성방송, 통신사업자)이 등장하면서 지상파방송과 다채널방송사업자 간의 협상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위성방송이나 통신사업자 등의 신규사업자들은 SO와의 경쟁을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지상파방송사와 재송신 동의 협상을 체결하기 시작했고, 이는 다시 지상파-케이블 간 협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즉, 2005년 이후 지상파방송사들이 상당한 액수의 현금 보상을 SO에게 요구하는 일이 잦아졌고, 협상 결렬로 인해 지상파방송사들이 재송신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미국 의회와 FCC는 재송신 분쟁과 관련하여 가능한 사업자 간 자율 협상에 맡긴다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규제 개입을 자제해왔으나, 최근 들어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수퍼볼 같은 국민적 관심 프로그램의 재송신 중단 위기가 자주 발생하자 현재는 재송신 동의 규칙의 개정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다.

한편, 지상파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책무를 강조하는 유럽의 경우 미국과는 반대로 지상파방송사들이 플랫폼사업자들에게 재송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양 사업자간 대가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예를 들면,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의 경우 케이블 등 플랫폼사업자들이 지상파방송사들에게 재송신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고 있다. 그 외 핀란드, 폴란드, 헝가리,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는 지상파 재송신 대가 거래를 금지하거나 실제로 대가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가 산정 방식 논쟁보다 관련 법 개정과 정책방안 정비 필요

우리나라의 지상파방송 제도는 공공서비스 책무를 강조하는 유럽식 공공서비스방송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KBS는 공적 수신료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MBC 역시 광고 기반으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상업방송인 SBS 역시 KBS, MBC와 다를 바 없는 사회적 책무와 역할을 부여받고 있으며 실제 방송 정책 측면에서 공영방송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공공적 책무가 강조되는 한국의 지상파방송사들이 최근 미국식 모델을 따라 지상파 재송신 대가 요구를 당연시 하는 것은 자신들의 공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일 수 있다. 또한 현행 방통위의 지상파 재송신 정책대응 방식 역시 사업자간 사적 협상을 인정하는 미국식 모델을 따라가면서 대가 산정 방식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는 지상파 재송신 문제를 사업자 당사자들 간의 저작권 문제로만 파악하는 시장 경쟁적 관점에 매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식 공공서비스방송 체제에서 지상파 재송신 정책은 지상파방송사들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사회문화적 공익 측면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며, 지상파 재송신 대가 분쟁 해결의 제1원칙 역시 방송 사업자들의 이익이 아닌 시청자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돼야 한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저작권법과 방송법 개정을 통해 지상파방송의 권역내 동시 재송신에 대한 저작권료 면제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법적 쟁송을 방지함으로써 재송신 중단 사태와 같은 시청자 피해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지상파 대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적 논의에 앞서 국민 대다수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는 특수한 역사적 제도적 맥락을 감안해 지상파 재송신의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의무재송신과 의무 제공 등의 재송신 정책 방안을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규제기관이 사업자간 분쟁의 법제도적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하지 않고 대가 산정 방식과 같은 미시적 논쟁에만 매몰될 경우 현 지상파 재송신 논란의 근본적 해결을 오히려 요원하게 만들 것이다. 

<플랫폼사업자가 대가를 받는 경우>


<대가 거래가 없는 경우>

홍종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BK21사업단 박사  kangtow@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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