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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널, ‘어떻게’ 보다 ‘무엇을’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 승인 2012.06.18 09:17
   
▲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기아가 이기고 있어. 올해 아마 우승할 것 같아”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의 팬인 한 기자 선배 J는 기아타이거즈가 이기고있다는 소식을 듣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IT업계 S업체와의 기자간담회자리였다. J선배는 SK와이번즈와의 1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한경기 한경기가 마치 4강 플레이오프와 같다고 목소리 톤을 높였다. 케이블TV로 중계되는 그 경기를 J선배는 자신의 노트북 PC를 통해 보고 있었다.S사의 기자간담회가 있던 곳은 한국이 아닌 중국 베이징이었다.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처음엔 인터넷으로 기아타이거즈의 경기를 보고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J기자는 분명히 케이블TV로 중계되는 화면을 끊김없이 보고 있었던 것이다.
J선배는 얼리 어댑터임을 강조하며 “케이블TV에 수십만 원짜리 별도 셋톱박스를 달아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우리 집에 들어오는 케이블TV를 어디든 볼 수 있다”며 “심지어 아이팟으로도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케이블TV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새로웠다. 방송을 보기 위해굳이 집에 가거나 케이블TV가 들어오는 장소를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케이블TV를 보는 방식이 적법한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외국에서 한국의 케이블TV 방송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한국의 방송을 미국이나 중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실시간으로 볼수 있다는 사실은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소식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케이블TV에 가입해 놓으면 외국에서도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방식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외국에서 한국의 방송을 보려면 그 나라 허가를 받은 채널을 통해 시청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의 채널’은 한심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나름의 노력을 한 끝에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아리랑TV나 KBS월드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리랑TV나 KBS월드를 1분이상 본 기억은 없다. 아리랑TV나 KBS월드에서는 5년 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을 정도로 1분 이상 보기 민망하다.아리랑TV와 KBS월드는 “예산과 관심이 부족하다”며 하소연하고 있다.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방송 용어로 때깔나는) 글로벌 채널이 없다는 것은 경제 규모 12위의 한국으로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방송과 국력이 비례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특히 방송은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미국 CNN과 영국 BBC, 일본 NHK 등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어김없이 방송된다. 미국과 영국,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CNN, BBC, NHK와 아리랑TV, KBS월드를 비교하는 것은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지능 수준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제 한국에서도 아리랑TV나 KBS월드를 뛰어넘는 글로벌 채널이 나올때가 됐다. 240만 재외동포에 대한 투표권도 부여돼 재외동포를 향한 한국 방송이 각광받을 것이고 재외동포의 동향이나 성향을 알려고 하는 방송에 대한 수요도 충분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보고자 하는 욕구도 많다. 한류(寒流) 붐 이후 한국의 드라마 인기는 여전히 높다.
한국의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과 수요는 이미 확인된 셈이다. 이렇게 당위성도 있고 수요도 확인됐고 경쟁력도 있으며 정부에서는 ‘국책 사업’처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한 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글로벌 미디어 그룹 탄생을 지원하고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되겠다는 기존 미디어 회사들도 많지만 정작 글로벌 채널이 탄생 할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왜일까? 방송에 대한 철학적 차이, 협소한 시장 규모, 불합리한 관행, 기존 방송사들의 안이한 태도 등이 떠오른다. 유럽식 공영 방송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한국의 방송과 미국식 대자본 미디어를 이식하려는 정부와의 충돌도 변수가 될 것이다.
‘글로벌 채널이 탄생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지금의 글로벌 미디어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해 치중한 나머지 ‘무엇을’ 만들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없어 아쉽다.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  jac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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