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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톡] 케이블에서 노는 아이돌
차우진 방송문화평론가 | 승인 2012.06.18 11:48

   
 
평범한 주말 오후, 지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뭐하냐는 질문에 카라 새 앨범을 들으면서 쉬고 있다고 했더니 “나는 짐승 아이돌 보고 있네. 역시 아이돌이 대세!”라는 답장이 왔다. 맞다. 그의 말대로 아이돌이 대세다. TV만 틀면 아이돌 얘기로 화제다. 가요 프로그램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아이돌은 수시로 출몰한다.

심지어 얼마 전 티아라는 데뷔무대로 가요 프로그램 대신 <라디오스타>를 택했다. 그만큼 현재의 아이돌에게 TV는 공연을 보여주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공간이다. 아이돌 그룹의 TV 활동이 음악 프로그램에만 국한되지 않았던 건 꽤 오래된 경향이지만, 최근에는 단지 게스트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통째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특이하게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경향이 지상파보다는 케이블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아이돌에 대해서는 ‘기획사의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다. 아이돌 음악은 밴드 음악이나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서슴없을 뿐 아니라 노래 실력보다는 외모로 승부하는 그룹이라는 삐딱한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선입견을 깬 것은 빅뱅이었다. 대부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빅뱅은 데뷔전부터 tvN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다큐멘터리 <빅뱅: 더 비기닝>으로 관심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YG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방영 당시 소소한 화제와 함께 빅뱅(이란 이름도 정해지지 않았던 이 아이돌 연습생들)에 대한 기대를 키운 다큐멘터리 덕분에 빅뱅은 데뷔 후 ‘남다른 아이돌’로 여겨졌고 그로 인해 점차 사람들은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씩 버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이돌의 팬이 10대 팬덤을 넘어 일반적인 음악 팬들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케이블 채널의 아이돌 관련 프로그램들이 제작되는 경향이 전혀 낯설지 않다. 현재 Mnet에서는 2NE1의 일상을 담은 <2NE1 TV>가 방영 중이다. 2PM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와일드 바니> 역시 인기리에 방영 중이고, 티아라의 뮤직비디오 메이킹만 다룬 스페셜 프로그램 <더 메이킹 오브 티아라>도 방영됐다. KBS JOY에서는 <소녀시대의 헬로 베이비>가 방영 중이고 MBC 에브리원에서는 샤이니가 진행하는 <지금은 꽃미남 시대>가 전파를 타고 있다. 아이돌이 직접 출연하지 않음에도 아이돌 효과를 누리는 프로그램도 있다. QTV의 <20세기 소년중앙>은 과거 아이돌의 영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차트 쇼이고, MBC 에브리원의 <21세기 아이돌 군단>은 아예 아이돌의 과거 영상으로만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채운다. 아이돌 멤버가 진행을 맡든, 아이돌 그룹의 활동과 일상을 담든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는다는 사실 자체는 현재 아이돌의 영향력과 대중성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아이돌 그룹은 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스타일링이나 컨셉트에 의해서가 아니라 케이블 채널의 연예 프로그램, 리얼리티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구축하고 어필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중이 아이돌 그룹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음악 외에 개별 멤버들의 캐릭터에 맞춰져 있으며, 그 캐릭터와 공명하는 과정에 있음을 반영한다. 바꿔 말하면 대중들은 아이돌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그들을 지지한다. 이러한 과정이 지상파가 아니라 케이블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다분히 시사적이다. 케이블은 지상파보다 기획과 제작, 편성에서 좀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한 10, 20대를 중심으로 분포된 케이블 시청자 층이 아이돌 그룹의 1차적인 소비층과 겹친다는 점에서 다양한 전략을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유행하는 케이블의 아이돌 관련 리얼리티 쇼와 연예 프로그램들은 당사자들 모두가 만족할만한 기획과 성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케이블 채널의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아이돌이 대세’라는 말의 증거이자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변화, 생산자와 수용자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과정이다. 자, 이쯤 되면 한 10년 쯤 후에 우리가 경험하게 될 케이블 방송과 주류 아이돌 그룹의 관계는 얼마나 혁신적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차우진 방송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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