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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의 마술 ‘콘텐츠, 세상과 소통하라!’이영균 CJ E&M 홍보팀장 인터뷰
홍지민 서울신문 기자 | 승인 2012.11.22 19:57

방송법에 따라 등록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모두 270곳이 넘는다. 하루에 한 채널씩 구경하더라도 아홉 달은 걸리는 셈이다. 이 모든 채널들을 통해 쏟아지는 프로그램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프로그램 하나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불과 5~6년 전만 하더라도 케이블 TV 프로그램이 평균 시청률 1%를 달성하면 대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젠 상황이 다르다.

프라임타임에 걸리는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평균 시청률 1%가 무난하다. 요즘엔 2%를 넘기면 성공, 3%를 돌파해야 대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슈퍼스타K’처럼 동 시간 대 방송되는 지상파 프로그램을 압도하는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기본적으로는 오랜 기간 제작진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역량을 쌓아온 결과다. 그러나 홍보 마케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시청 환경은 나날이 변화하고 있어 홍보 마케팅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
그 최전선에 서 있는 이영균(40) CJ E&M 홍보팀장을 만났다.

   
▲ 이영균 CJ E&M 홍보팀장
PP 업계 최대 홍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소개 좀 부탁드린다.

현재 E&M 기업 홍보와 방송 홍보가 섞여 있어 방송 부문만 따로 나누기가 어렵다. 전체적으로 29명이 있는데, 방송 쪽으로는 18개 채널을 20~21명 정도가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인원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보다 자체 제작 물량이 10배 정도 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자체 제작 콘텐츠는 예전으로 따지면 채널 하나를 홍보하던 것과 맞먹을 정도로 손이 간다.

프로그램 홍보가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엔 언론 매체에 노출되는 퍼포먼스 정도로 만족했다면 요즘은 달라졌다. 스스로 퍼포먼스를 창출하기 좋은 시대가 됐다.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를 일으키는 것도 홍보맨의 몫이 되고 있다. 포털 메인 노출되고 실시간 검색까지 치고 올라가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업무가 됐다. 프로그램 자체가 화제성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지만, 나아가 우리가 직접 동영상과 이미지를 만들어 전파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제는 디지털 홍보 마케팅도 크게 신경을 써야 한다.

채널마다 시청자층이 다른 것 같다.

채널마다 시청자 색깔이 다르다. OCN에서 대박난 프로그램도 tvN에서 틀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요즘 케이블TV 시청자들의 70~80%는 계획 시청자들이다. 특정 채널에 특정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예상과 다르면 안 본다. 예전에는 미드 등 수입물, 그러니까 이미 만들어져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배치하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 각 채널 시청자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하는 단계가 됐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근 가장 크게 터진 게 ‘응답하라 1997’이다. tvN 시청자층의 특성과 프로그램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홍보 마케팅 업무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같이 만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예능 같은 경우에는 매주 홍보 결과와 반응, 피드백이 제작에 반영된다. 홍보는 세상과 프로그램 제작을 이어주는 창구 같은 역할을 한다. 예전엔 제작 쪽에서는 홍보 분야를 에이전시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즘엔 성공하지 못한다.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콘텐츠와 세상의 소통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이쪽 일을 하면서 처음 희열을 느꼈던 때는 미드 ‘CSI’와 ‘섹스 앤 더 시티’가 열풍을 일으켰을 때다. 이후 크고 작은 보람들이 있었지만 ‘응답하라 1997’을 통해 가장 큰 보람을 느낀 것 같다. 기본적으로 작품이 좋았다. 작품을 담당한 홍보맨의 역량도 여물었다. 제작과 홍보 사이에 유기적인 협조도 이뤄졌고, 모든 게 맞물려 시너지가 제대로 나왔다.

   
▲ tvN에서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7'(출처 : tvN 홈페이지)

슈퍼스타K는 시즌 4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유사 콘텐츠가 생겨나며 피로감이 쌓였다고 본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시즌 4는 매회 반전이 일어나 결과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재미가 있다.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는데 10~20대 남성 시청자 상당수가 디지털 디바이스로 옮겨갔다. TV시청률은 다소 떨어졌지만 문자 투표수가 늘었다는 게 그 방증이다. 폭발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팬덤이 세지고 시청자도 꾸준하다. 장기적인 스테디셀러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여의도 텔레토비 등 일부 E&M 콘텐츠에 대한 심의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정치 이슈는 사실 콘텐츠로 만들기 좋은 소재다. 그런 좋은 소재를 우리 방송계가 방치해왔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무관심 같은 악순환 고리를 ‘SNL 코리아’ 등이 깰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SNL 코리아’, ‘끝장 토론’, ‘쿨까당’, 강용석의 ‘고소한 19’ 등 정치적인 소재를 가지고 끊임없이 예능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치권이 케이블TV 콘텐츠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반응이 온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PP 업계를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떤가.

우선 규모가 달라졌다. 처음 온미디어에 입사했을 때 전체 인원이 200~300명 정도였다. 지금 CJ E&M은 방송 부문만 1,000명, 방송 부문 매출도 8,000억원을 웃돈다. 1990년대 후반 케이블TV 업계의 거품이 꺼지며 자체 제작물이 사라졌다가 2005년 다시 물꼬가 트였다. 이때부터 드라마 타이즈 콘텐츠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봤자 1년에 2~3개 정도였는데 지금 E&M의 경우 일주일에 본방 기준으로 방영되는 제작물만 70개 정도다. 외부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연예인을 섭외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은 연예인들도 유료방송을 또 다른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플랫폼끼리, 채널끼리 방송업계는 무한 경쟁이다. PP업계 1위지만 부담도 클 것 같은데.

예전 같으면 지상파 쪽에서 우리가 무엇을 방송하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 홍보도 상당히 조심스럽다. PP업계 1위라고 하지만 전체 방송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상파 독과점이 여전한 상태다. 유료방송 시장 내에서도 지상파 계열 PP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전체 방송 시장으로 보면 E&M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PP업계가 발전하려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 단계를 따져보면 역시 해외 진출이 이슈일 수밖에 없다.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은 그리 좋지 않지만 수출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프로그램은 수출되는 것만으로 제작비를 뽑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PP산업이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PP가 가야 할 길이다.

글로벌 미디어를 키워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큰 방향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지상파에 견줘 유료 방송이 이중 규제를 받아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제 국내만 보고 투자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E&M이 내년에 선보이는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 ‘설국 열차’의 경우 우리 시장만 갖고 소화할 수 없는 작품이다. 방송 쪽에서는 범 아시아권을 겨냥한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헌트’가 조만간 방영된다. 그러한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가야 제대로 된 글로벌 미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 규모를 묶어 버리면 어떻게 해외로 나가겠는가. 말만 내세우지 말고, 진짜 글로벌 미디어가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줘야 한다. 

   
▲ 이영균 CJ E&M 홍보팀장
연세대 및 동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이영균 팀장은 올해 11월로 만 15년 동안 홍보마케팅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 가운데 방송 홍보 마케팅만 12년째다. 2001년 온미디어에 입사하며 인연을 맺은 게 계기가 됐다. 2010년 온미디어가 CJ그룹에 흡수됐고, 현재 CJ E&M 기업홍보 팀장과 방송홍보 팀장을 함께 맡고 있다. 그는 소셜 미디어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트위터에서 무려 12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파워트위터리안 ‘미르몽’이 바로 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관련한 책 두 권을 내기도 했다. ‘미르몽의 원더풀 트위터 라이프’ 와 ‘제대로 통하는 소셜 마케팅 7가지 방법’이다.

이 팀장은 사람이 시간을 초월하는 욕망. 공간을 초월하는 욕망. 남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고, SNS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이 팀장 또한 처음에는 세상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에서 트위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만 명만 모아보자고 시작했는데 어느 새 팔로워가 12만명에 달한다. CJ E&M이 SNS를 비롯한 디지털 마케팅에 있어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이 팀장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홍지민 서울신문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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