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20.9.17 목 15:27
HOME 오피니언&인터뷰
방송채널사업자(PP)가 살아갈 길
서병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장 | 승인 2012.06.18 16:03
   
▲ 서병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협의회장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의 차이점은 프로그램의 다양성에 있다.
케이블방송에서는 바둑, 낚시, 패션, 음식, 골프, 종교 등 다양한 장르의 채널이 시청자 입맛에 맞게 제작· 방영된다. 지상파 방송에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유료방송 콘텐츠를 담당하는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것도 시청자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순수한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이제 다양성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으나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시청자에게 노출되지 못하면 허사다. 케이블TV, IPTV, 위성등 플랫폼에 진입해 방영이 돼야한다.

현재 방통위에 등록된 265개의 PP 중 거의 절반이 휴면 상태라고 한다. 기술적으로 999개의 채널을 운영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주장했던 IPTV도 채널운영비용문제로 제한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PP채널이 시청자에게 보여지기 까지 플랫폼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자본금 5억원이면 누구나 PP를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등록 후 몇 년이 지나도 방송하지 않는 채널들도 수두룩해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있다.

방송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건전한 PP를 육성하고자 한다면, 콘텐츠를 내세워 선의의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PP는 2~3년 후 퇴출하는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방송발전기금도 콘텐츠 제작지원을 위해 제대로 써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방송콘텐츠 육성업무가 정부 부처 이곳저곳으로 나뉘어 비효율적이고 구체적인 육성책 또한 미미했다. 콘텐츠진흥원, 전파진흥원, 인터넷진흥원 등 진흥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부기관이 과연 PP나 프로덕션을 위해 지금까지 얼마나 지원해 왔는지 묻고 싶다.

방송사로부터 방송 수입의 일정비율을 징수하는 방송발전기금은 마땅히 방송콘텐츠를 위해 사용되어야한다.
이 기금이 방송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배정되는 관행도 없어야한다. 방송발전기금의 배정을 재조정해 방송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제대로 사용한다면 PP들은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되고, 콘텐츠의 질 향상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PP육성책은 자유방임으로 일관한 레세페에르(laissez-faire) 정책이다. 아무나 등록해 PP를 할 수 있고, 강자와 약자가 동일한 조건하에 자유경쟁을 하는 풍토다.
PP는 여러 채널을 소유한 MPP(복수PP), 지상파계열PP 등을 강자로, 개별PP들을 약자로 구분할 수 있다. 시장에서 강자들은 계속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PP시장의 지나친 쏠림을 막기 위해 한 사업자의 매출을 33%로 제한했던 것을 49%로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정된 PP광고시장에서 강자들은 PP 수를 늘려 패키지화해 광고점유율을 늘려가고 있고, 상대적으로 약자의 몫은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다.
거기에 더해 종합편성채널의 등장, 미디어렙법시행등으로 PP들은 사면초가, 첩첩산중에 처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신문사들의 방송시장진출은 시대흐름으로 이해 할수 있지만, 한꺼번에 4개의 채널을 허가한 것은 PP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 됐다. PP는 일관성 있게 종편은 1개 또는 2개로 최소한으로 허가되어야한다고 주장했었다. 광고주나 광고회사들이 종편을 위해 일정 예산을 반영하고 있으니 기존 PP들은 그만큼 광고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렙도 악재다. 지상파방송사들은 미디어렙으로 한층 강화된 영업조직을 갖추고, 계열PP광고 연계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 낮은 시청률을 보이는 PP들은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광고영업 전쟁을 치르면서 경영악화의 길로 치닫고 있다.

헤비급과 라이트급을 한 링 위에 올려 세워놓고 권투를 시킨다면 대체로 라이트급선수는 한방에 쓰러지게 된다. 정부는 무조건 규제완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시청자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채널을 살릴 의무가 있다.

PP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정부도 시청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하지만 건전한 PP를 보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콘텐츠 강국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 이 글은 2012년 4월 13일자 내일신문 <기고>란에 게재됐습니다.

서병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장  8787suh@hanafos.com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서병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