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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와 대안매체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 | 승인 2012.06.18 17:00

   
 
“뭐 좀 더 새롭고 신선한 것은 없을까?” 디지털시대에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출현하고 채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콘텐츠도 다양해지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새로움에 목말라 한다. 디지털케이블TV를 비롯하여 채널이 백 개가 넘는 플랫폼사업자가 서로 경쟁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150개 남짓한 채널 외에 PPV, VOD, NVOD 등이 별도로 서비스되니 그야말로 채널이 넘쳐난다.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장르별 콘텐츠만으로도 시청자는 벌써부터 선택권 행사에 부담을 느낄 정도다. 그런데도 왜 시청자는 더욱 새로운 그 무엇을 갈망하는가? 과연 지금 같은 채널이 몇 백 개 늘어나서 EPG 도움 없이 채널을 골라볼 수 없을 만큼 되면 시청자가 만족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저 그런 채널이 더 늘어나는 것과 시청자의 만족도는 함께 가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디지털위성방송, IPTV, 지상파 MMS 등 다채널방송과 경쟁적 관계에 처한 케이블TV가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혹시 대안매체(alternative media)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보면 어떨까?

18세기이후 영국의 자본주의와 정당정치가 정착해가는 과정에서 지배계층의 극심한 정파싸움은 정치권과 언론계를 매우 혼탁한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Tory당과 Whig당이 적대적인 대립으로 정치권을 양분하고 각 당이 직접 운영하는 매체를 동원하여 상대방에 대한 저질 비방공격이 난무하게 된다.

당대의 대표적인 작가나 문필가들도 편당지어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 관행이었다. 심지어 상대편의 신문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매수해서 그를 통해 다시 상대를 공격하는 일이 빈번하였다. 잘 알려진 로빈슨크루소의 작가 다니엘 디포도 이런 정파 싸움에 이용당한 사람 중 하나였다.

도를 넘는 정파지의 폐해와 지배계층의 일방적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매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고 독립된 견해로 객관적인 기사를 표명하는 신문, 이른바 독립지가 출현한 것인데 오늘까지 런던에서 발행되는 타임지(The Times)의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자본과 지배적 엘리트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신문을 지양하고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만들어지는 대안매체의 등장이다. 주로 노동자단체가 운영하는 신문으로 출범하여 노동계층의 입장을 대변하고 급진적 이념을 표방하는 신문으로 등장한 것인데 이를 대안매체라고 불렀다.

19세기 미국의 신문들이 똑 같은 궤적을 따르면서 대안매체운동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얼마를 버티어내지 못한다. 최근 인터넷의 등장은 다시 한 번 대안매체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큰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인터넷 역시 거대자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매체, 또는 지배이념과 대립각을 세우는 매체가 존재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블로그, UCC, 개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독창적인 견해와 주장을 펴는 인터넷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열렸으나 거대자본을 업고 있는 사이트와의 경쟁은 아직은 역불급이다.

케이블TV는 기존매체와 신규매체사이에서 협공당하는 진퇴양난이다. 그렇다면 기존매체가 해온 시각, 관점, 관행과 전혀 다른 접근을 해 볼 수는 없을까? 21세기의 대안매체구실을 할 수는 없을까? 정보를 수집, 가공, 처리하는 기준을 확 바꾸는 것, 그래서 기존의 콘텐츠와 차별성을 갖는 대안매체로서의 위상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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