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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채널 아이디어? "잡지 있는 곳에 시장 있어"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이사 인터뷰
홍지민 서울신문 기자 | 승인 2013.01.03 11:15

케이블TV를 켜면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채널들이 쏟아진다. 시청자 스스로 특정 채널을 찾아오게 만들려면 킬러 콘텐츠가 필요한데 웬만한 자본력 없이는 프로그램 자체 개발도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지상파 계열 채널과 대형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 채널들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신생 채널이 시청률 상위권에 이름 올리기가 무척 힘든 구조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론칭 3년 여 만에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채널들이 있어 관심이다. 현대미디어가 내보내고 있는 CHING(채널ING), 트렌디(TrendE), 오앤티(ONT)다. 특히 CHING의 경우 시청률 순위 20위권으로 상승세가 놀랍다. 트렌디와 오앤티도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채널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다져가고 있다. 현대미디어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업계에서 ‘젊음’과 ‘스마트’로 통하는 김성일(46) 현대미디어 대표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
현대미디어 채널 라인업이 매우 특별한 것 같다.

과분한 평가다. 사실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CHING의 경우 인수 과정에서 드라마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지상파가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장르고 손익을 따진다면 자체 제작 드라마를 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해외 드라마로 눈길을 돌렸는데 중국을 선택했다. 미드에 견주면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프로그램 수급이 유리했다. 마침 중국 드라마가 고화질(HD) 방송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 아예 처음부터 HD 채널로 시작했다.
트렌디의 경우 패션 트렌드와 엔터테인먼트를 맞물린 채널로 보면 된다. 현재 시청률보다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오앤티는 아웃도어와 트레블을 묶은 채널이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며 아웃도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시장과 산업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가장 대표적인 게 '삼국지'다. 지상파가 사들여 방영할 정도로 인정받은 콘텐츠다. '옹정황제의 여인'(원제 후궁 견환 전)의 경우 이전까지 남성 타깃 중심이었던 채널에 변화를 가져온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여성 블록 편성을 하게 됐다.
CHING은 중국 프로그램을 온라인 판권까지 모두 갖고 온다. '삼국지'도 우리가 지상파 판권까지 모두 갖고 있어 KBS에 다시 판매한 경우다.

특화 분야를 선택하는 요령이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잡지가 있으면 그 분야에 대한 시장과 고객이 있다고 본다. 10개 정도 잡지군이 형성된 산업이면 도전해볼 만하다. 일주일에 1~2시간 정도 지상파에 편성되는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광고주가 있든지, 시청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버리기는 아깝지만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늘리기도 쉽지 않은 분야다. 지상파에선 가요,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일주일에 1~2시간 정도 편성하는 데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TV 쪽에서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특화 채널로 만들고 있다. 현재 지상파가 의외로 패션이나 뷰티 쪽은 손대지 않고 있는데, 그 분야만큼은 케이블TV업계가 앞서고 있다.

   
▲ 매주 목요일 트렌디에서 방송되고 있는 'All about trend TM'
특화된 전문 채널을 꾸리는 게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다.

프로그램 구매가 쉽지 않다. 패션 분야는 국내 제작물이 드물다. 여행 같은 경우 일부 지상파 프로그램이 있지만, 전문적인 등반 쪽으로는 없다. 광고 영업도 쉽지 않다. 상식적으로 아웃도어 광고를 하려면 아웃도어 전문 채널을 선택해야 하는 데 실제로는 스포츠 채널에 광고를 한다. 특화 전문 채널 프리미엄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광고주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현대미디어의 지난 3~4년을 평가해본다면.

전체적으로 보면 이제 기틀을 마련해서 걸음마를 뗀 정도다. CHING의 시청률은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 평균 시청률 20위권에 들 정도다. 커버리지는 늘지 않았지만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동안 동안 킬러 콘텐츠도 몇 개 나왔다. 마니아층으로 퍼져가는 단계다.
트렌디나 오앤티는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부족한 상태다. 2013년에는 트렌디를 보다 집중적으로 육성해보려고 한다. 일반 광고주들이 여성층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오앤티는 전문 잡지 정도로 지향점을 삼고 있다.

   
 
얼마 전 업계 최초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MOU를 맺었는데.

우리 회사의 특징이자 강점 가운데 하나가 조직이 작고 유연하다는 점이다. 규모보다는 내실과 효율을 먼저 생각한 결과다. 프로그램 구매, 기획, 편성, 채널 기획, 광고 영업, 홍보까지 모두 26명에 불과하다. 광고팀 인력이 다른 곳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 광고주에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는데 채널이 성장하며 접촉 대상을 넓혀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인원을 충원해야 하나 고민하던 끝에 기존 광고 영업 방식을 유지하며 코바코를 통해 외연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코바코로서도 케이블TV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쪽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면 된다.

모기업인 현대백화점과 시너지는 어떠한가.

트렌디는 타깃층이 백화점의 주요 고객인 여성층과 겹친다. 이벤트 콘텐츠를 서로 공유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백화점 이벤트 홀을 활용해 세미 강연이나 뷰티 클리닉 행사를 한다면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일반 PP의 약점이 오프라인 통로가 없다는 것인데, 우리는 백화점이 있기 때문에 협업 작업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오앤티의 경우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기업 이미지를 의식해서인지 채널들이 한결 같이 단정한 모양새다.

우리 채널 방향이 시장 흐름과 다소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후퇴는 아니라고 본다. 노이즈마케팅은 하고 싶지 않다. 방송법에서 지향하는 심의 규정을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19금 프로그램도 드물다. 사실 우리가 이쪽 시장에 진입했을 당시 고객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정도로 업계에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상태였다. 그동안 현대미디어와 계열 케이블TV방송사(SO)가 유료 방송업계에 서비스 마인드를 심는 데 앞장 서왔다고 자부한다. 아직까지 채널 인지도가 높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참신하고 창의적인 시도도 많이 해왔다.

   
▲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
스마트·모바일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현대미디어의 전략은.

방송에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방송의 보조적인 매체로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 특화된 매체로서의 N스크린 서비스다. 궁극적으로는 후자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 모바일에 맞게 콘텐츠를 가공하고 특화해야 한다. 그런데 모바일 시장은 아직 수익 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모바일 플랫폼이 수익을 내야 PP에게도 돌아오는 게 있지 않겠나.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기에는 시장이 설익었지만 준비를 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

PP업계 전망은 어떻게 보나.

고민이 많다. 광고가 주요 수익원인데 광고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유료 방송 시장이 워낙 저가로 형성돼 있어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만족할 만큼 올라가지 않는 것도 고민이다. 한미FTA 등을 통해 조만간 해외 미디어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것 또한 고민이다.
예를 들어 구글TV가 폭스 같은 거대 해외 콘텐츠 그룹과 손잡고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로 들어온다면 정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유료 방송이 저가 시장이라 콘텐츠 제작의 선순환이 어려운데.

현재로선 탈출구가 VOD 정도에 불과하다. 저가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현재 정액 요금제인데 앞으로는 소비자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부분 종량제 쪽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평일에 TV 시청하기가 힘든 시청자들에게는 주말 요금제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VOD를 보태주는 것이다. 현대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종량제를 적극 도입해야 소비자의 저항감도 줄고, 저가 시장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 지난해 방송된 현대미디어 자체제작 프로그램 에이핑크뉴스 시즌3

중소 PP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유료 방송 시장 자체가 살아남아야 한다. 끼워팔기 등 방송을 저가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VOD 등 방송 서비스의 유료화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또 특화된 모바일 콘텐츠를 준비해야 줄어들고 있는 광고 시장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 수익과 수신료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려면 자체 제작을 통해 콘텐츠 수출을 노려봐야 한다. 불법 콘텐츠 시장도 없애야 한다. 해외 미디어들이 직접 국내에 들어올 경우 국내 PP와 동일한 규제를 해야 한다. 로컬 PP라고 해서 역차별 받아서는 미래가 없다.
 
김성일 대표는 방송업계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김 대표를 만났을 때도 벽을 통째로 칠판처럼 사용하며 온갖 아이디어를 적어 놓은 회의실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목포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대표가 방송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현대백화점에 입사하면서부터. 당시 회사가 울산 지역 백화점 주리원을 인수했는데, 주리원의 자회사로 울산방송(UBC)이 있었다.
김 대표는 자회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방송을 조금씩 알아가게 됐다고 한다. 계열SO인 HCN(현재 현대HCN)과 현대백화점 본사 미디어전략실을 오가며 방송 내공을 쌓았고, 콘텐츠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인식한 현대백화점이 2009년 HCN미디어(현재 현대미디어)를 세울 때 전격적으로 선장 역할을 맡았다.
이왕 할 것이면 남들보다 먼저하고, 웃으며 하고, 같이 하고, 끝까지 하자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김 대표가 회사에서 가장 강조하는 단어가 바로 스마트(SMART). 스스로를 통제하라(Self-maneged), 자기 업무 외에 동료 업무도 할 수 있어야 한다(Multi-play), 즐겁게 일해라(Amusement), 관계를 유념해라(Relation),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하라(Timely)는 이야기다.

홍지민 서울신문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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