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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국내 서비스 시작… '한국에도 통할까'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6.01.08 11:22

2016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방송 업계도 새해 계획을 짜며 올 한해 농사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녹녹치 않은 현실에 주름은 벌써 깊어진다. 특히, 지난해의 뒤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의 강도가 더하다. 지상파 광고 총량제 허용 논란으로 시작한 지난해는 지상파 MMS 서비스 허용, 다시보기(VOD) 중단 등 12월 마지막까지 핵폭탄급 이슈들이 터졌다.
올해도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MMS 이슈는 여전하고 지상파 방송과 유료 방송 플랫폼 간 재전송 문제는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다시 ‘지상파 블랫 아웃’까지 논의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문제만으로도 복잡한데 설상가상. 세계 최대 방송 플랫폼 넷플릭스는 한국어 홈페이지와 관련 서비스를 개설하고 한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 글로벌 TV네트워크를 향한 ‘넷플릭스’ 항해

소문이 현실이 됐다. 지난해부터 말만 많던 넷플릭스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방송 서비스 넷플릭스(www.netflix.com)는 미국 CES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을 포함한 130여 개 국가에서 신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CES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130여 개국에 동시 진출한 점에서 볼 수 있듯 ‘글로벌 TV네트워크’를 향한 넷플릭스의 의지는 강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기조연설에서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는 "오늘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국가가 130개 늘었다"라며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진정한 글로벌 TV 네트워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창업주이기도 하다. 헤이스팅스의 말처럼 이번 서비스 국가의 추가로 넷플릭스의 진출국은 190여 곳으로 늘었다. 채널이나 콘텐트가 아닌 방송 플랫폼 기준으론 세계 최대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글로벌하면서도 개인화된 콘텐트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 영화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수급된 방송 콘텐트들은 넷플릭스라는 하나의 사이트 혹은 TV에서 제공된다. 그러나 하나의 사이트 안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콘텐트 경험은 다르다.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추천(큐레이션) 알고리즘 서비스’는 과거 나의 시청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나에게 최적화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배달한다. 특히, 시청 습관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런 추천 기능은 아주 강력하게 다가온다. 그들이 보여주는 것을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측은 “개인마다 국가마다 제공되는 콘텐트가 다르다”며 “7000만 명의 취향들이 모인 추천 시스템은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 플럭서블(flexible)한 ‘넷플릭스’ 한국에도 통할까.

7일 시작된 한국 넷플릭스 서비스는 리디큘러스, 제시카 존스, 마르코폴로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트에서부터 미국, 유럽 드라마, 한국 영화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재생 시 버퍼링 시간이 다소 길고 초고화질(UHD)을 경험한 한국 시청자들의 눈높이엔 다소 미흡한 일부 저화질 콘텐트를 빼면 기본기가 충실하다. 시청 흐름을 끊는 광고도 없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특히, ‘00님을 위한 추천 동영상’ ‘한국 영화 및 TV프로그램’ ‘000과 비슷한 동영상’ 등 성향과 카테고리별로 제공되는 추천 알고리즘은 넷플릭스를 친절하고 정교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한국 서비스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월 7.99달러(베이직), 9.99달러(스탠다드, 2명 접속), 11.99달러(프리미엄, 4명 동시 접속 가능) 등 3가지 무제한 시청 상품으로 시작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션이션, 스마트 TV 등을 통해 자유롭게 시청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한 달 무료 사용 기간을 끝내고 유료로 전환하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될 것 같냐고 묻는다면 ‘부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현재 오픈된 넷플릭스 한국 서비스의 콘텐트 경쟁력은 바닥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TV네트워크를 지향하지만 시장 진입 초기엔 철저히 현지 시장을 따른다. 인터넷 속도, 현지인들의 성향 등을 파악해 콘텐트 양에서부터 종류 등이 모두 결정된다. 물론 현지 제작사와 협력해 ‘단독 콘텐트’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협상이 안돼선지 한국 방송사 및 영화는 거의 없고 유명 미국 드라마도 상당수가 제공이 안 되고 있다. 물론 JTBC 등 종편 콘텐트는 하나도 없다. 제공되는 한국 콘텐트는 2~3년 전 작품이거나 지상파 콘텐트라고 하긴 질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지상파 방영 당시 철저히 소외된 드라마들도 다수 보인다. 지상파 콘텐트가 아닌 ‘지상파 방영 콘텐트’라고 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 지상파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콘텐트 공급 계약을 하지 않고 있고 접촉도 없다”며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지상파 콘텐트는 외주 제작사가 판권을 가진 것들”이라고 말했다.

◇ 국내 미디어 업계 지형 변화는 ‘불가피’

‘변화를 거부한 개화기 대한제국이 망국을 경험했듯’ 넷플릭스를 만만하게 볼 수 없다. 넷플릭스 한국 진출로 국내 미디어 업계 지형 변화는 불가피하다. 먼저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해 진출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현재는 단독 진출한 형태. 그러나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일본 사례를 봤을 때 확장성와 안정성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내 협력 모델은 언제든 유효하다. 여기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더해지면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두 번째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월 7.99달러로 수백 개의 콘텐트를 무제한 볼 수 있는 장점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700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100~200만 명 정도의 가입자로 똑같은 콘텐트를 공급하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과는 다른 종류의 경쟁자다.
저가 구조가 고착화된 한국 유료 방송 업계에 ‘넷플릭스’가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또 아직 인기PP나 종편, 지상파 드라마 등 필수재로 불리는 방송 콘텐트들이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에 초기 가입자 확보에는 어려움 겪을 것이다.
그렇다고 쉽게 볼 상대는 아니다. 넷플릭스의 고객은 ‘시청자’ 뿐만 아니라 ‘관객(영화)’ 혹은 ‘독자(키즈)’일 수 있다. 방송을 보는데 쓰는 돈은 아깝지만 ‘생활’을 즐기는데 드는 돈은 인색하지 않다.
특히,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트 사업자 및 방송사와 손잡고 ‘독점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제작하게 되면 경쟁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진다. tvn '응답하라 1988‘ JTBC '히든싱어’ 등 골리앗을 이기는 ‘화제성 콘텐트’를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만 31개의 신규 TV 시리즈와 시즌, 24개의 오리지널 장편 영화 및 다큐멘터리, 30개의 오리지널 키즈 프로그램 등 100편이 넘는 독점 콘텐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서 ‘깨어난 포스’로 다가올 넷플릭스를 지켜보자.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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