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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반려자가 되렵니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6.01.28 11:31

어린 시절, 개집은 항상 대문 옆에 있었다. 개들은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며 반갑다 꼬리치기도 하고, 낯설다 앙살 맞게 짖어대기도 했다. 마당을 뛰어다니며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예쁜 꽃을 꺾기도 하고, 아버지가 아끼는 나무를 긁어놓기도 했다. 아주 가끔은 자기가 고양이인 줄 알고 쥐를 잡았던 적도 있다. 천둥치는 밤이면 어두운 마당에 혼자 있는 개가 걱정되어 마음을 졸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개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존재가 되었다. 자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영양만점의 사료를 먹고, 전용 샴푸로 목욕을 하고 가끔은 애견 미용실에서 털을 다듬기도 한다. 함께 사는 사람들을 주인이라 부르지 않고 호부호형하는 사이가 되었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반려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주장하는 시대. 국내 반려견 인구는 이미 1,50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애견 시장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니 ‘개가 보는, 개를 위한 방송’인 <DOG TV>가 등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2013년 12월 한국에 첫 방영된 'DOG TV'는 현재 케이블TV, IPTV에서 시청 가능하다.  (사진제공=CJ헬로비전)

2013년 12월 개국한 <DOG TV>는 관찰의 대상이었던 개들에게 스스로 방송의 주체가 되게 해주었다. 애완동물 전문가, 동물심리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개들의 기준에 맞는 색상, 명암, 소리 등을 연구해서 프로그램을 만든다. 「평온한 안식」, 「아침 교향곡」, 「오감 자극」, 「소통 발달」, 「스트레스 완화」, 「굿나잇 베이비」등 프로그램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의 방송인 지 짐작이 간다. 마치 사람들을 위한 힐링 채널 같다. 집에 혼자 남겨진 개들의 불안증과 스트레스 완화, 외부 자극에 대한 적응력 향상, 사회성 증대를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들은 철저히 개의 시선에 맞춰져 있다. 카메라 앞에 선 개들이 무어라 짖어대면 그것을 보는 시청자인 개들은 그 짖음의 의미를 알아들었다는 듯 답을 한다. 참 신기하다.

2001년 5월 「TV동물 농장」(SBS)이 등장했을 때, 동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상상이상으로 다양한 동물의 세계는 신기했고, 성우들의 목소리로 듣는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래도 동물들은 관찰의 대상이었고,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람들의 생각대로 해석해낸 동물 이야기였다. 그러나 <DOG TV>는 달랐다. 더 이상 인간의 입장이 아니라 개 스스로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좀 과할지 모르겠지만, <DOG TV>는 ‘인간 의존적 틀’에서 벗어나 개 스스로 ‘존재적 독립’을 선언하는 듯했다.

<DOG TV>가 개들을 위한 방송이라면 「개 밥 주는 남자」(채널A)는 개를 인생의 반려적 존재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쓸쓸한 남자들,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는 반려견’과의 좌충우돌 리얼 동거 이야기인 「개 밥 주는 남자」는 마치 강아지판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는 것 같다.

채널A '개밥주는 남자' 매주 금요일 밤 11시 방송 (사진출처=채널A 홈페이지)

이제 막 어미젖을 뗀 귀여운 개 세 마리와 동거를 시작한 주병진은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 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이고, 수 천 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사업가이기도 한 그이지만 환갑이 다된 나이에도 혼자이다. 그런 그의 품에 찾아온 강아지 세 마리. 처음엔 강아지 밥을 챙기는 것도, 그들의 용변을 처리하는 것도, 잠자리를 봐주는 것도 하나 같이 어설펐다. 그러나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랑과 관심을 쏟은 만큼 강아지들은 주병진의 품에서 편안해 했고, 외출했다 집으로 들어오는 주병진도 전심전력으로 뛰어와 자신을 맞이해 주는 개들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아픈 강아지가 병원 치료를 받을 땐 눈물을 흘렸고, 강아지들을 목욕시킬 땐 마치 아기를 다루듯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줄 때는 다정한 아빠 같았고, 강아지들의 발톱을 깎아줄 때는 자상한 엄마 같았다.

살다보면 외로울 수 있고, 살다보면 혼자일 수 있다. 세상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고독의 성안에서 독거노인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강아지들은 <DOG TV>보며 견생(犬生)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들은 「개 밥 주는 남자」를 보며 공생(共生) 기술을 익히면 된다. 그것이 2016년식 반려적 삶이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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