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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잃은 MMS, 지상파 상업화 부채질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6.01.29 17:59
최성준 위원장이 2016년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정부가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 Multi-Mode-Service)을 도입을 결정했다. MMS란 디지털 압축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1개 지상파 채널 주파수 대역(6MHz)에서 2개 이상의 채널을 방송하는 서비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 단계에선 시범 방송 중인 EBS에만 상업 광고 없는 MMS채널을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설명과는 달리 사실상의 광고가 허용되고 법적으로 다른 지상파의 채널 신청을 막을 근거도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서 도입하려던 MMS가 유료 방송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상업 광고 담은 EBS 2TV 결국 허용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다채널방송(MMS) 도입방안’을 보고 받고 현재 시범서비스 중인 EBS 2TV 채널의 본방송 도입을 결정했다. 기존 EBS 주파수를 쪼개(10-1번) 지난해 2월 시범 방송을 시작한 EBS 2TV는 현재 초중학 학습, 영어 교육 프로그램 위주로 하루 19시간 방송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법 상 MMS채널 운영에 대한 규정이 없어 임시로 운영되는 상황. 이에 방통위는 MMS 채널 법적지위와 편성 규제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해 20대 국회가 구성되는 올 하반기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이 개정될 경우 EBS 2TV는 그동안 시범 방송을 끝내고 연내 본방송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사실 본방송이 시작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지만 불안한 셋방살이를 마감하고 自家를 마련했다는 의미 정도로 보면 된다. 자체 편성도 일부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90% 이상을 재방송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EBS 2TV를 운영하기 위한 제작비도 12억 원에 불과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다채널방송(MMS) 도입은 국민에게 제공되는 무료 보편적 방송서비스 확대를 위한 정책으로서 EBS-2TV 본방송이 개시된다면 사교육비 절감 효과 등 국민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MMS도입의 명분과 실리, 둘 다 잃은 방통위

그러나 EBS의 본방송 도입은 벌써부터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EBS가 지난 1년 간의 시범 방송을 통해 보여준 ‘공익적 역할’에 대한 회의론은 크다. 때문에 EBS 2TV의 본방송 허용은 시청자 복지라는 ‘명분’,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EBS가 MMS의 시작할 준비가 됐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방통위는 EBS를 MMS를 허용하는 첫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공익적 역할’을 내세웠다. 경제적인 이유로 유료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국민들에게도 무료 보편적인 교육 콘텐트를 제공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바람은 애초부터 달성하기 힘든 것이었다. 이런 혜택을 본 가구는 전체의 3.5%(직접 수신 가구)에 불과했다. 90%가 넘는 가구는 케이블TV나 IPTV를 통해 EBS 2TV를 시청했다. 정부가 아닌 자기 돈을 내고 유료 방송을 통해 EBS의 무료 보편적 방송서비스를 봐야 하는 셈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정부는 EBS 2TV의 시범 서비스의 성과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방통위는 EBS-2TV 시범 서비스 결과, 연간 사교육비 절감효과가 약 1,75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는 더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수치는 ‘EBS 영어 방송을 1시간 보는 효용이 영어 학원을 1시간 다니는 효용’과 같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EBS를 보면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결과에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방통위는 이런 비난에도 지난해 연말 도입 방안을 마련한 뒤 방송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대가 많은 정책인 만큼 지상파 외 방송 사업자를 상대로 여러 번의 의견 수렴을 하긴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안과 최근 공개된 안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도입 방안에는 ‘모든 지상파 단계적 도입’이라는 표현이 ‘EBS만 도입’으로 축소됐을 뿐, 다른 지상파 허가 금지 등 유료 방송 업계가 주장해온 내용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유료 방송 업계가 가장 크게 반대했다. 간접적인 광고 편성도 허용도 내용 변경 없이 그대로 포함됐다. 도입 방안에 따르면 MMS채널은 상업 광고는 편성할 수 없지만 가상이나 간접 광고 등 기술적으로 불리하기 힘든 광고가 포함된 재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편성이 허용된다. 방송 전문가들은 최근 방송 광고 트렌드가 ‘콘텐트 내에 삽입되는 간접, 가상 광고’ 인만큼 사실상 광고를 허용한 효과가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 다른 지상파 확대 가능성 열어둬

사실, 방송 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EBS가 아닌, KBS, MBC의 MMS 허용이다. 이번 방통위 안에선 EBS외 다른 지상파 채널에 대한 도입 여부는 빠졌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향후 법안(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법적으로 KBS 1TV, MBC 등 타 지상파까지 MMS채널을 허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방통위는 EBS만 MMS채널을 허용하겠지만 “방송법 개정안에 EBS만 MMS를 허용한다고 적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적어도 법적으론 모든 지상파에게 문을 열어 놓겠다는 이야기다. 
이미 방통위는 지난해 연말 모든 지상파 방송사에도 MMS채널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했다가 지상파 독과점에 대한 여론의 반발로 ‘EBS외 채널 도입은 현 단계에선 검토하지 않기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일부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직접 수신률이 올라가고 향후 (지상파)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면 확대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며 다른 지상파에도 MMS를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만약 지상파에 MMS가 전면 도입될 경우 ‘지상파 사업자’가 아닌 ‘지상파 플랫폼 사업자’의 출현을 정부가 허용하는 셈이다. 지상파가 여러 개의 채널을 보유해 SO, IPTV 등 플랫폼 사업자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도입 방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방송 시장 교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내리고 있다. 지상파들이 MMS 채널을 통해서도 광고를 수주하면 100여 개 중소방송채널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지상파 방송 3사는 국내 방송 광고시장의 60% 가까이 독과점하고 있다. 여기에다 매년 1500억 원이 넘어 계속 올라가는 재송신료(CPS), 각사 당 수백억 원에 달하는 다시 보기(VOD) 매출까지. tvn, JTBC 등의 선전으로 가까스로 균형추를 맞춰가는 국내 방송 시장의 무게 중심은 다시 지상파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MMS 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단순히 기존 지상파 방송에 채널을 1~2개 더 주는 쉬운 방식이 아니라 정말 시청자와 방송시장 전체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 대신 미국 등의 사례처럼 MMS 채널을 운영하는 ‘신규 사업자 선정’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1개 채널용으로 받은 주파수를 압축률이 좋아졌다고 해서 지상파가 공공의 재산을 독점 운영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EBS MMS 홍보 웹페이지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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