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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그들의 행보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6.02.17 09:28

케이블 드라마가 이처럼 성공할 것을 예견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성공한 케이블 드라마의 뒤에 항상 따라오는 말이 있다. “그거 지상파에서 퇴짜맞은 기획안이었어.” 오랜 경험과 타율 높은 제작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케이블이 만들면 달라졌을까? 잘 알려진 유명 스타가 거의 없는데도 시청률은 높았을까?

2015년 최고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의 기록을 보자. 마지막회 시청률 19.6%, 순간 최고 시청률 21.6%, 광고 완판, 최고 광고 단가 지상파 초월, VOD 매출 매주 5억원 상회, 방송 10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 OST 음원 10위권내 80% 점령, 게다가 출연했던 배우들은 밀려드는 광고를 찍느라 숨 쉴 틈이 없다고 한다.

뒤를 이어 선보인 「시그널」(tvN)엔 김혜수와 조진웅, 이재훈이 출연한다. 영구 미제 사건을 추격하는 형사들의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뻔한 소재다. 과거와 현재가 전파로 이어져 소통하는 것도,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바뀐다는 것도, 어떤 상황에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우직한 정의파와 출세에 눈이 멀어 옳고 그름을 구분하려 하지 않는 자의 대결도, 작은 실마리 하나로 범인을 잡아내는 것도 이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새롭게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건 케이블 드라마의 특성이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tvN '시그널' 포스터 (사진 tvN 제공)

우선 전개의 속도감이 만만치 않다. 구성이 조밀한 것과 불필요한 설명을 앞세우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부족한 이야기로 굳이 방영 횟수를 늘리려 하지 않는다. 주변의 환호에 앞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횟수를 연장하지도 않는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전작제를 향해 가고 있기에 전체와 부분을 조화롭게 배치할 줄 안다.

둘째, 배우들이 새롭다. 생전처음 보는 듯 한 얼굴인데 깜짝 놀랄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많다. 그들의 연기력에 놀라 인터넷을 뒤져보면 이미 여러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에서 십수년동안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만들어온 사람들이었다. 눈에 잘 뜨이지 않던 그들이 왜 케이블 드라마에선 그렇게 빛나는 것일까. 배우의 인기보다 드라마와 얼마나 잘 맞는 지, 그것만 생각한 캐스팅의 결과이다. 그래서일까 ‘발연기’ 논란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셋째, 감독들이 자유롭다. 새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원하는 케이블 방송의 속성상 ‘드라마는 이러해야 한다’는 고정된 틀을 벗어버리기가 조금은 쉬웠을 것이다.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시어머니도 적고, 규제나 운영의 틀도 다르다. 감독은 새로운 스케치북을 받아든 아이처럼 자기만의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 케이블이었다.

케이블 드라마에 톱 클래스 배우들이 출연하기 시작한 것은 십년도 채 되지 않는다. 종합편성 채널의 개국이 전환점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1995년 케이블방송이 개국한 이후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tvN '시그널' 주요 장면 (사진 tvN 제공)

「시그널」은 법보다 음모가 승리하는 현실을 바로 잡고자 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게 쉽게 망각된 사건들이지만 우리 현대사의 한 장을 장식했던 사건을 다시 조명해 보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진실이 묻힘으로써 이득을 본 사람과 삶의 전부를 뺏겨버린 사람, 당연히 억울한 운명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시그널」은 그 꼬인 실타래를 풀기위해 문제가 발생한 시점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총 16부작인 「시그널」은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8부가 제작 완료되었다고 한다. 「싸인」(SBS), 「유령」(SBS)의 김은희 작가, 「미생」(tvN)의 김원석 피디가 만들고 있는 「시그널」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5월에는 배우 고현정이 ‘감정의 연금술사’라 불리우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로 케이블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제 최고라 불리우는 사람들의 케이블행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알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케이블 드라마,믿고 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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