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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응답하라 1997’을 기다리며지상파→케이블, 채널→VOD로 시청패턴 변화
허정헌 한국일보 기자 | 승인 2013.01.11 10:01
   
▲ 허정헌 한국일보 기자

‘응답하라 1997’과 ‘이웃집 꽃미남’.
전자는 기자가 지난해 가장 재미있게 봤고, 후자는 최근에 눈여겨 보는 드라마다. 과거에는 케이블 드라마라고 하면 무조건 선정적이거나 일부 마니아들만 선호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는 케이블 드라마가 속속 나오고 있다. 케이블 드라마의 약진세라고 할까.

이런 추세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매년 발표하는 ‘소비자행태조사’ 2009년치와 2012년치를 비교하면 지상파 채널 이용시간은 2009년 일 평균 163분에서 지난해 157분으로 5.6분 줄었다. 반면 케이블 채널 이용시간은 87분에서 92.2분으로 5.2분 늘었다. 지상파 TV 시청시간이 줄어든 만큼 케이블 TV 이용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고작 5분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13~64세 소비자 6,000명의 평균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로 읽힌다. 이 같은 결과는 시청자들이 지상파와 케이블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케이블 가입 가구가 전체 가구의 74%에 달해 케이블 채널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아진데다 요즘 시청자들은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라면 리모콘 버튼을 여러 번 누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인기를 얻었던 케이블 드라마의 특성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상파 TV는 광고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드라마 한 회 분량을 과거 45분에서 60분으로 늘렸다. 프로그램 전과 후 직접광고 시간, 간접광고 노출 시간 등이 프로그램 길이에 비례해 허용되기 때문이다. 한 회 분량이 늘어나다 보니 이야기가 지루해지고, 시청자들은 이를 참지 못한다. 최근 대부분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이 20%를 넘지 못하고, 한 자릿수에 그치는 프로그램이 허다한 원인 중 하나다. 반면 케이블 드라마는 45분 내외로 짧다. 지상파 드라마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은 한 편이 더욱 짧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은 잘 해봐야 5% 정도 아니냐”며 비웃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터. 하지만 절반은 알고 절반은 모르는 소리다. 편성시간에 맞춰 본방송을 사수한 사람이 얼마냐 하는 시각에서 본다면 맞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느냐 하는 면에서 해석하자면 틀렸다. 시청률 10%를 기록했지만 VOD 주문량은 10만 건이 되지 않는 드라마(인구 4,700만명 기준 시청자 추산 480만명)와 시청률은 5%에 불과했지만 VOD 주문량이 600만 건이 넘는 드라마(835만명) 시청자를 비교하면 후자를 본 시청자가 월등히 많다. 케이블 드라마를 많이 보는 젊은층이 시청률 조사에 포함되지 않는 IPTV, 모바일 및 일반 인터넷을 콘텐츠 소비 수단으로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블 드라마의 시청률은 큰 의미가 없다.

   
▲ 지난해 tvN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7'

실제로 코바코의 자료 가운데 ‘언제라도 주문해서 볼 수 있는’ 디지털 유료방송과 인터넷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 디지털케이블TV와 IPTV 등 VOD를 볼 수 있는 디지털 유료방송 가입자가 1,100만을 넘어 섰다는 것은 이 같은 시청패턴의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망을 이용해 지상파나 케이블채널의 실시간 및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pooq’(푹), ‘티빙’, ‘에브리온TV’ 등이 속속 선을 보이면서 일반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 이용시간은 하루 평균 169.1분으로 4년 전(109분)보다 60분 가량 급증했다.

케이블과 IPTV의 발전 가능성은 시청자들의 이용 목적을 봐도 뚜렷하다. 코바코 조사에서 ‘습관적으로 틀어놓는다’는 응답자는 지상파가 40%인데 반해 케이블은 37%, IPTV는 30%로 낮았다. ‘흥미, 오락,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청한다’는 시청자는 지상파가 39%로 가장 낮았고 케이블은 43%, IPTV는 55%로 절반을 넘었다. 이 같이 케이블 TV와 IPTV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소비하는 패턴은 향후 더 심화할 것이 분명하다. 종합하면,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소비 패턴이 틀어주는 대로 보는 것에서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는 덕분에 케이블 드라마의 발전 가능성 또한 매우 커지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현재 콘텐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소수의 프로그램 공급자(PP)만이 인기 드라마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투자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PP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 “제작비 충당하다가 회사 망한다”는 하소연이 나올 성싶다. 하지만 제자리에 안주해서는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여력이 부족하다면 복수PP 합작 드라마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고양이가 검거나 희거나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다. 시청자들은 2013년 제2, 제3의 ‘응답하라 1997’ 같은 작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허정헌 한국일보 기자  huh74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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