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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런칭 고전한 넷플릭스 "싸움은 지금부터"게임체인저 넷플릭스가 키운 '몰아보기 종족'이 가져 올 변화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6.03.18 22:21

세계 1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달이 지났다. 가입 후 첫 한 달 간은 콘텐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1월부터 현재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면 유료 가입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진출 초반 뜨거웠던 열기는 금세 식었다. 한 달 무료 이용 기간을 넘겨 계속 남아있는 사용자는 10명 중 2명에 못 미친다. 별다른 마케팅도 없고 볼만한 콘텐트도 나오질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실패한 것인가? 

넷플릭스 홈페이지

◇넷플릭스의 힘든 싸움(Netflix , in a tough fight in Korea)

국내 진출 2달.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거둔 성적표는 초라하다. 시장 조사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안드로이드 단말 기준)는 1주일에 5만~6만 명 수준. 특히, 스마트폰에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은 설치했으나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37%에 달하는 등 국내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지난해 4분기 미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404만 명을 새로 유치하는 등 8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한국에서의 힘든 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콘텐트 부족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4’, ‘와호장룡’시즌 2 등 오리지널 콘텐트를 늘리고 있지만 한국 드라마 라인업은 그야 말로 볼품없다. 지난 2009년 KBS에서 방영했던 ‘아이리스’가 주요작으로 소개돼 있을 정도다. 
가입자 확보가 지지부진한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이다. 한 달 9.99달러(스탠더드)라는 비교적 싼 가격에 제공되고 있지만 SK텔레콤의 ‘옥수수’ 등 국내 이동 통신사가 사실상 무료로 공급하고 있는 OTT서비스에 비하면 매우 비싸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서비스되는 국내 콘텐트가 급속히 늘고 있고 독점 서비스하는 미드(미국 드라마)도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T 등 국내 미디어 플랫폼사들과 계약한 일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콘텐트 독점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트’가 더 많아지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트의 증가는 가입자 확보엔 가장 큰 호재다. 국내 방송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신작 미드 라인업이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고 국내 콘텐트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실제, 지상파는 물론 지난달 방송이 끝난 CJ나 종편 드라마도 구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콘텐트 부족이 해결되면 가격에 대한 불만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올 상반기 넥플릭스의 성적을 보면 국내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TV는 더 넷플릭스 처럼.’(TV is changing to be more like Netflix)

이렇듯,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던진 돌은 아직 큰 물결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국내 미디어 업계’를 충분히 긴장시키고 있다. 케이블TV, IPTV, OTT사업자 모두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사업자를 안방에서 만난 국내 OTT업체들은 8000만 기업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상파N스크린 서비스 ‘푹’은 국내 OTT 서비스 중 처음으로 오리지널 드라마 ‘페이지 터너’를 서비스한다. 페이지 터너는 천재 피아니스트와 불도저 같은 성격을 지닌 한 운동선수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이전과는 180도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내용을 담은 청춘 드라마. 페이지 터너는 온라인 방영 후 지상파(KBS)를 통해서도 방송될 예정이다. 

또 SK브로드밴드는 호핀, B tv 모바일 등 기준 SK그룹의 OTT서비스를 ‘옥수수’로 통합하면서 오리지널 콘텐트와 MCN, 가상현실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뉴미디어 콘텐트도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양적 변화는 앞으로 닥칠 태풍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넷플릭스는 기존 시청 트렌드나 방송사 간 합의된 규율을 모두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즈 전편을 한 번에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전략에 따라 급속히 늘고 있는 이른바 ‘몰아보기 종족(binge-watching species, 몰아족)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선 몰아족을 잡기 위해 방송사들의 ‘콘텐트 제작 방식’까지 바뀌고 있다.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드는 최근 ‘TV is changing to be more like Netflix’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넷플릭스의 확산은 TV 프로그램 제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몰아보기(Binge watching)의 영향으로 TV시리즈의 제작 속도가 빨라졌고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곳도 생겨났다 ”고 보도했다. 
넷플릭스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1주일에 한 편씩 방영되는 기존 미드(미국 드라마)를 지루해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 영국 등 해외 TV방송사들은 몰아족을 만족시키기 위해 드라마나 심지어 광고의 제작 방식을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10여 편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나리오도 몰아보기 트렌드에 맞춰 ‘피로감은 줄이고 긴장감은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있다. 특히, 1주일에 한번 씩 방송하던 당시 문제됐던 신의 중복은 과감히 없애고 있다. 

TBS의 엔지 트라이베카

미국 TBS는 지난 1월 새로운 코미디 드라마 ‘엔지 트라이베카’를 모바일, VOD를 통해 10편 전편을 모두 공개하고 TV를 통해서도 동시 방영했다. 몰아족을 위해 스토리 라인을 다시 구성한 경우도 있다. 랜드 TV는 빚에 쫓기던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목사 행세를 하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린 자사의 인기 드라마인 ‘아임패스터’의 이야기 구조를 몰아족에 맞춰 구성했다. 랜드TV의 제작 총괄 이사 킴 웍셔너리는 “몰아보는 시청자를 위해 한 편당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구성에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좀 더 추가해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몰아보는 콘텐트’의 확산으로 인한 광고 시장의 영향도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 전편을 한 번에 보는 시청자의 경우 매번 같은 회사의 광고에 노출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신한 건 넷플리스 이후의 한국 콘텐트 시장은 애덤 그랜트가 <오리지널스>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낡은 사고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롭고 진취적인 사고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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