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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렇게 볼 수도 있지 말입니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6.03.29 11:04

역사를 과학으로 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21세기 기술을 활용하여 역사 속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한국사 탐(探)」(YTN 사이언스)은 과학 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북돋아 준다. 문헌과 고증에 따라 역사적 사실과 그들 간의 인과 관계를 살펴보는 일반 역사 다큐멘터리에 과학이라는 시선을 얹음으로써 과거는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조선시대 미라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 시신은 바싹 말라있었지만 피부와 근육은 그대로였고, 머리털마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수 백년이 지났는데도 흐트러짐 없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공기 차단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을 찾아내는 데는 CT 및 MRI 등 각종 최신 과학 장비가 동원되었다.

침몰된 조선시대 선박에서 발견된 백자는 일반도자기와 달리 그릇이 불에 직접 닿거나 불순물이 붙지 않는 방법으로 만들어져 최고급품이 되었다. 산산히 부서진 조각으로 발견된 유물을 복원하고 이를 오래도록 손상없이 보존하는 과학 기술은 잠들어 있는 역사를 깨우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드라마 「장영실」(KBS)이 사극에 과학이란 옷을 입혀 ‘과학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면 「한국사 탐」은 역사적 사실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역사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한편 역사를 IT 기술로 풀어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등장인물의 복장이나 배경을 보면 조선시대인데 사람들 손에는 21세기 산물인 핸드폰이 들려있다. 그것도 스마트폰. 그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SNS ‘톡’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느날 갑자기 메신저로 찾아온, 조선시대 그 분들의 시시콜콜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웹툰 「조선왕조실톡」이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왔다. 이름하여 「툰드라쇼 조선왕조실톡」(MBC 에브리원).

MBC에브리원 <툰드라쇼2> 조선왕조실톡

새롭다. 드라마이긴 한데 코미디 같기도 하고, 예능인 듯 하면서 역사 다큐멘터리 같기도 했다. 배우들은 웹툰이 보여주지 못한 툰(toon)간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경쾌하게 연기한다. 명품 조연으로 빛나는 황석정, 영화 「써니」로 이름을 알린 박진주, SNL코리아의 어리버리 리포터 권혁수, 가수겸 연기자인 만능 엔터테이너 손진영 등이 출연한다.

「툰드라쇼 조선왕조실톡」은 원작인 웹툰을 충실하게 화면으로 옮겼다. 웹툰의 핵심은 ‘톡’ 화면이다. 임금도, 대비마마도, 정승도, 사관도, 내시도, 심지어 백성들까지 모두 톡을 한다. 웹툰을 영상으로 옮겨오면서 ‘톡’ 메시지는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자극했고, 내레이션으로 메시지를 읽어냄으로써 텔레비전이면서도 다른 매체같은 느낌을 만들어냈다. 요즘 사람들이 즐겨쓰는 유행어도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마치 민속촌에 있는 기념 촬영용 의상을 입은 듯한 사람들이 오가며 삶의 현장을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취직걱정은 마찬가지, 조선시대 청춘들의 치열한 취업 경쟁과 당시 인기 직업을 보여주는 ‘조선 취업 전쟁’, 양반 부인들의 과도한 사치를 꼬집은 ‘조선 여인 명품 잔혹사’, 불구가 되거나 죽기도 했던 성균관 신입생들의 끔찍한 신입생 신고식 이야기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등. 정사(正史)에 기록된 내용과는 다르게, 어쩌면 황당하고 우스꽝스럽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런데 웃다보니 가슴 아프고, 아픈 가슴 쓸어내리다 보니 이것이 조선시대 이야기인 지 2016년 지금의 이야기인 지 헛갈려 답답해지기도 한다.

「툰드라쇼 조선왕조실톡」가 단순히 ‘퓨전 사극 코미디 드라마 버전’에 머물지 않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 마다 ‘실록에 기록된 것’과 ‘기록과 다른 것’을 정리해줌으로써 기록된 역사를 정확히 짚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라마처럼 무전기 하나로 과거와 소통하고,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역사를 이렇게 보니 재미있지 말입니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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