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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한정훈 JTBC 기자 | 승인 2016.04.11 08:17
▲ 지난 3월 25일 '케이블, 창조적파괴로 도약하라!'를 주제로 열린 미래전략세미나에서 자리를 메운 방청객들.

지난달 말 한국케이블TV협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미래전략세미나.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는 ‘케이블TV가 위기를 극복할 것 같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1995년 30여개 채널로 국내 최초로 다채널 방송 서비스를 연 ‘케이블TV’.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케이블TV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위기 원인에 대한 진단은 다양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주제는 크게 3가지로 모인다. △IPTV의 확산 △OTT의 부상 △결합상품의 압박. 현재 케이블TV를 괴롭히고 있는 이 트리플 위칭(Triple Witching)은 해를 거듭하며 힘이 강해지고 있다. 케이블TV가 이 세 마녀의 심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2015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이 글을 시작한다. 

◇ 연평균 62% 성장...IPTV의 무서운 전진

최근 IPTV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IPTV의 연평균 성장률은 62%에 달해 이미 가입자 12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수익도 급증해 KT, SK,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2014년에만 1조 498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과 비교하면 연평균 46.7%의 성장률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종관 센터장은 “IPTV의 폭발적 성장은 유료 방송 산업의 주도권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년 간 유료 방송 시장의 맹주로 자리 잡았던 케이블TV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케이블TV업계의 어려움은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가입자 수는 IPTV와의 경쟁에서 아슬아슬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SO는 전체 유료 방송 시장의 53.1를 점유하고 있지만 그 격차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 케이블TV의 경우 디지털 가입자의 증가(연평균 성장률 44%)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가입자의 감소로 전체 케이블TV 가구는 감소하고 있다. 
특히, 단일 기업으로 보면 상황은 더 우울해 보인다. KT(OTS, 위성 포함) 계열은 가입자 수 기준 시장 점유율 28.4%로 압도적인 선두다. 만약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확정되면 순수 SO계열 기업의 점유율은 전체의 절반 이하가 될 처지에 놓였다. 
때문에 유료 방송 플랫폼 시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요동치고 있다. 시장집중도(HHI)는 전국 78개 방송 구역 평균이 2013년 4,191에서 2014년 3,816으로 감소했다. 방송 권역이 신설된 세종시를 제외하곤 시장 집중도가 높아진 곳은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IPTV와 케이블TV의 치열한 경쟁으로 케이블TV의 시장 지배적 지위가 점점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 OTT 이용자 90% "계속 이용하겠다"

에브리온TV (출처 : 에브리온TV 홈페이지)

케이블TV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명 뛰는 자동차 위에 나는 드론도 있다. IPTV와의 수평적 경쟁도 어렵지만 넷플릭스, 옥수수 등 OTT의 공격은 설상가상이다. 국내 OTT이용자는 아직 많지 않지만 20, 30대 젊은 층의 이용률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20, 30대는 방송 시장에서 가장 왕성한 소비자 층이다. 특히, 미국 넷플릭스 효과 등을 감안하면 가입자 시장에서 유료 방송 시장과의 간섭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유료 방송 사업자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OTT사용이 TV시청 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 2015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를 봐도 ‘OTT사용으로 TV시청 시간이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표본 568명)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OTT서비스의 기존 방송 서비스 대체 가능성을 묻는 설문에선 ‘대체 불가’라는 응답이 48.6%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OTT의 영향력이 여기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독자적인 오리지널 콘텐트와 개인화된 서비스로 노쇠화 된 유료 방송을 위협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현재 이동 통신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OTT서비스의 경우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 통신사의 조사에 따르면 OTT이용자의 10명 중 9명이 OTT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물론 이동통신사들이 특정 요금제 이상 가입자에게 자사의 OTT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모바일 시청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현재 지표임에는 분명하다. 최근엔 송중기의 주연의 <태양의 후예>가 인기를 끌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운영하는 ‘푹’ 가입자가 폭증하고 있는 등 콘텐트가 OTT시장을 견인하기도 한다. 

OTT의 확산은 지역을 근거로 하는 케이블 TV사업자에겐 달갑지 않다. 지역과 경계에 익숙한 케이블TV 사업자에겐 OTT는 속칭 ‘나와바리’ 없는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에브리온, 티빙 등 케이블TV 사업자들도 OTT시장을 대응하고 있지만 지역 사업보단 확산속도가 확실히 더디다. 그 사이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들의 공세가 너무 거세다. 

▲ 방송산업 매출액 점유율 변화 (출처 :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 문제는 바로 '결합'이다!

사실 이 모든 어려운 싸움은 결합에서부터 시작됐다. 지금의 IPTV 위세도 케이블TV와 IPTV의 경쟁력이 뛰어나다기 보단 결합의 힘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결합은 다들 아시다시피 ‘방송+인터넷+전화(이동통신)’ 혹은 ‘방송+인터넷+이동통신+집전화’ 등을 연계해 파는 ‘묶음 상품’을 말한다. 
방송 통신 시장에서 결합 상품은 대세를 넘어 필수가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방송통신 결합 상품 가입자 수는 1,199만 명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전체 유료 방송 가입자 2명 중 1명(42.3%)이 결합 상품을 이용 중이다. 물론 그 추세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도 결합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 통신 시장의 강력한 지배력을 앞세운 IPTV사업자들에 비해 점유율이 너무 낮다. 방송 통신 결합 상품 가입자 비중 중 SO가 차지하는 비중은 22.5%에 불과하다. 케이블TV가 전체 유료 방송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낮다. 

더 큰 문제는 IPTV의 결합 상품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전체 SO의 점유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SO의 결합 상품 비율은 2014년 말까지는 순증 했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감소로 전환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2014년 274만 명에 달하던 결합 상품 이용 고객은 지난해 6월에는 270만 명으로 줄었다. 케이블TV의 결합 상품 고객 감소는 어려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통신사들의 가격 할인 영향이 가장 크다. 또 과거 가정 유선 인터넷을 중심으로 묶음 상품을 구성했다면 요즘엔 모바일, 즉 휴대전화 가입 회사를 중심으로 결합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 요즘 전체 결합 상품 가입자 10명 중 4명이 휴대전화 포함, 결합 상품 가입자다. 
그렇다면 왜 SO들의 결합 상품 가입자 중가 속도는 더딜까. 케이블TV사업자들이 결합 트렌드에 둔감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은 'SO들의 결합‘에 다가서지 않고 있다. 이미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파격적인 할인 등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케이블TV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 All IP시대에도 지역성은 중요 

그렇다면 미디어 시장에서 케이블TV의 역할은 이제 다 한 것인가. 케이블TV의 플랫폼적 가치는 위기를 맞고 있지만 케이블 TV의 산업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사물 인터넷 시대, 오히려 케이블TV가 가진 지역의 힘(지역성)은 시청자 입장에서 더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다. 중앙 집권화 된 방송의 홍수 속에 소외 받지 않을 권리로써 지역 방송의 자리는 여전하다. 

요즘 미디어 업계의 최대 화두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전에서도 지역성은 몸통을 흔드는 핵심 요소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 특정 업체의 콘텐트 시장 독식 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건 ‘지역성 훼손 우려’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블TV는 지역에 기반을 둔 유료 방송 플랫폼이다.
 
방송의 권역이 전국인 IPTV사업자가 지역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케이블TV의 로컬리즘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때문에 정부도 인수 합병 심사에서 지역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도 최근 열린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다른 부분도 중요하지만 방통위의 사전 동의 인수합병 심사에선 콘텐츠 다양성(지역성)이라든지, 방송서비스 품질 수준이라든지 이런 접근성이라든지 이런 부분 위주로 보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 케이블TV 발전 방향 (출처 : 미디어미래연구소)

케이블TV의 지역에 대한 기여도는 이 짧은 글로는 다 담기 힘들다. 지난 10년 동안 케이블TV는 3조 원의 설비 투자를 통해 지역 방송 통신망을 업그레이드해왔고 지역 광고, 지역 고용 창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게다가 케이블TV는 서울, 부산 등 전국 6대 대도시의 광고를 다루는 유일한 방송 매체다. 또 기초 지자체 단위에서 지역 홍보(보도) 채널을 운영함으로써 지역 여론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케이블TV를 “방송미디어 중 유일하게 지역특화 채널을 운영하며 지역 문화소통 및 화합에 기여하는 지역성 구현의 핵심매체”로 평가했다. 

개인화되고 이동성이 강화되는 모바일 방송 시대, 지역성은 버려야 하는 가치거나, 혹은 넘어야 하는 구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플랫폼의 차별적 경쟁력 요소들은 오히려 지역성에서 구현되기 쉽다. 가상현실(VR), UHD 확대, 사물인터넷(IOT) 등 뉴미디어 서비스의 개발도 지역에서 광역으로, 광역에서 지역으로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가치 발굴, 케이블TV의 미래를 향한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정훈 JTBC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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