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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깨고 일어서!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6.04.14 09:41

채널을 돌리다 깜짝 놀랐다. 여든의 여배우 김영옥이 랩을 하고 있었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까라", “에라이 쌍화차야”, “이 십장생 개나리 같으니라구” 등등 특유의 맛을 살린 찰진 욕설로 한 때 인터넷을 달구었고, 원조 할미넴이라 불리기도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게 리듬을 타면서 랩을 뿜어내고 있는 폼이 남달랐다.

출처 : JTBC 공식 홈페이지

「힙합의 민족」(jtbc)은 쟁쟁한 힙합 가수들과 60세 이상 여배우들 및 국악인, 예술인들의 만남이다. 여배우들은 새로운 도전 앞에 두려워하지 않았고, 래퍼들은 초보 래퍼들과 멋진 베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이 황당한 상황이 낯설지만 흥이 났다. 출연을 결심한 이들은 하나 같이 말했다. 그 나이에 망신당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었다고, 내가 이런 걸 해낼 수 있을까 떨렸다고 한다. 걱정스럽긴 래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다하다 별 걸 다하는구나. 힙합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랩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등등.

결심은 출발부터 달랐다. 그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무대에 올랐다. 이 나이에 무엇이 두려우랴 하는 마음으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각오로 도전의 깃발을 뽑았다. 무모한 도전을 즐기고 싶었다. 언제나 내일의 행복과 오지 않은 일들을 준비하며 미뤄두었던 오늘이었다. 그러다 보니 스무살 꽃답던 청춘은 어느새 사그러들고,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사람들은 ‘할머니’라 불러주는 나이가 되었다. 벽시계는 고장날 수 있어도 세월은 고장 나지 않듯, 일탈같은 도전이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모두 신나게 했다.

출처 : JTBC '힙합의 민족' 방송화면 갈무리

힙합의 생명은 리듬과 가사이다. ‘뉴욕 할렘가에 사는 흑인이나 스페인계 청소년들 사이에서 생겨난 새로운 문화운동’이었던 힙합은 빠른 리듬에 맞춰 자기 생각이나 일상의 삶을 이야기하듯 전한다. 의상은 극히 자유롭고, 격렬한 동작이 함께 한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힙합은 젊은 층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래서 자유롭다.

“나는 랩을 가르쳐 드릴테니 할머니들은 나에게 인생을 가르쳐주세요.” 래퍼들은 힙합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 할미넴들에게 힙합이 무엇인 지, 랩은 어떻게 하는 지, 새로운 도전이 얼마나 멋져보이는 지 랩을 통해 보여주었다. “도전하고 싶어 나이 칠순에도, 시간이 지나도 열정은 팔 순 없어.” 나름대로, 아니 각고의 연습을 거쳐 팀 선발을 위한 무대에 오른 할매 군단들의 랩은 놀라웠다.

팀이 구성되고, 첫 경연의 주제는 ‘인생송’ 할매 군단이 직접 가사를 쓰고, 래퍼들이 곡을 다듬었다. 시난고난했던 그녀들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가사. 랩을 하는 그녀들은 세상 누구보다 당당했다. 경연이다보니 하나의 무대가 끝날 때 마다 평가단 점수가 전광판에 명멸되지만, 설령 자신의 점수가 낮아도 섭섭해 하지 않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또 다른 인생의 무대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 JTBC 공식 홈페이지

음악은 경계를 넘어서는 수단이 되었다. 「불후의 명곡」(KBS)은 기획사의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로봇처럼 춤추고 앵무새처럼 립싱크로 노래만 부르는, 꼭두각시인 줄 알았던 아이돌들이 스스로 가수임을 멋지게 보여준 시간이었다. 「복면 가왕」(MBC)은 대중들의 시야에서 멀어진 사람, 무언가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자신감을 상실했던 사람들이 오로지 노래로만 자신의 진실을 전해주었다. 가면이 벗겨진 순간, 진실과 허상 사이의 괴리감을 톡톡히 맛본 대중들은 자신의 편견을 탓할 뿐이었다. 그리고 「힙합의 민족」. 세대간의 편견을 벗고 있었다.

수 십년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해왔지만 힙합을 위해 그들은 발음 연습부터 다시 했다. 도전은 두려웠지만 흥분되었고, 무대는 데뷔 때만큼 떨렸지만 가슴 벅찼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 또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일어설 용기 하나를 마음에 심었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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