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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이해 당사자가 누구인가?
한정훈 JTBC 기자 | 승인 2016.04.25 16:27

지난해 연말부터 현재까지 미디어 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사건은 바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다. 과거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 전무(前無)한 일이기도 하지만 만약 합병이 성사된다면 닥쳐올 미래에도 前無한 사건들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종 플랫폼 간 결합이 처음인데다 합병의 규모도 플랫폼의 간 순위를 단숨에 바꿀 만큼 크다. 

이에 지난 2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CJ헬로비전 합병 변경허가 사전동의 심사계획(안)”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날 아침 방통위 기자실도 오전 8시부터 자리가 차기 시작해 회의 시작 30분 전인 9시엔 앉을 곳이 없을 정도로 기자들로 붐볐다. 

◇ 누가 ‘직접' 이해 당사자인가

하지만, 전체회의는 사안의 중요성과는 달리 긴박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사전 동의’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사전 동의에 대한 기본 계획’을 보고하는 것이라고 해도 세간의 긴장감은 현장에 전해지지 않았다. 상임위원들도 사전 티타임에서 이미 설전을 거친 뒤여서 인지 날선 공방을 하진 않았다. 회의실을 가득 채운 기자들도 다소 느긋한 진행에 맥이 빠졌다. 

CJ헬로비전의 '헬로TV앱' 런칭 홍보사진

그러나 전체회의에서 유일하게 상임위원, 방통위 사무처(국과장), 기자들 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안이 있었다. 이 문제는 전체회의 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이어졌다. 바로 이번 심사 계획안과 주요 쟁점에 대해 별도의 의견 수렴을 진행하기로 한 건이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회의에서 사안의 중대성만큼 ‘여론 수렴에 대한 중요성’을 주문했다. 미래부가 의견 수렴을 했지만 다소 중복되더라도 이해 당사자의 생각을 다시 점검하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김영관 방송정책국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은 미래부 공청회를 통해 수렴됐다”며 “그러나 통신사나 지상파와 같은 직접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응답에 뒤이어 진행된 기자 브리핑에서 바로 질문이 나왔다. 의견 수렴 절차에서 반대 입장을 가진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의 의견만을 들을 계획이냐는 내용이다. 신영규 방송지원정책과장은 “이해 당사자의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필요하다면 종편, 케이블TV SO 등 다양한 사업자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다소 유연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명쾌한 답변과는 달리 전체회의 이후 이해 당사자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가 합병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해 당사자’를 축소하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방통위가 언급한 이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가장 반대하고 있기는 하다. 

◇ 방송통신분야 최장 심사 기록

앞서 말했지만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이슈는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모두가 관심 가지는 이슈다. 찬반이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건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이후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뿐만 아니라 방송학회, 언론학회와 같은 방송 관련 학계에서도 수많은 공청회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모두가 공론의 장이라고 통칭됐지만 사실 처음부터 이른바 ‘앵글(angle)'을 잡아놓고 열린 세미나도 많았다.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 측의 비난도 한때 도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인수 합병(M&A)과 관련한 논의가 풍부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방송의 공정성, 방송의 지역성 구현, 콘텐트 사업자와의 상생 등 혼란에 앞서 논란이 벌어진 셈이다. 

논란의 중심엔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물론 필드에서의 논란의 강도가 깊어지면서 정부의 고민도 길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방송통신 분야에서 역대 최장 기간 심사인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심사기간(145일)을 넘겼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작된 공정위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 기간은 오는 28일이면 150일도 넘기게 된다. 

일각에선 “정부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경영의 불확실성까지 함께 높아져 경제 활성화에도 부정적”이라며 방통위와 미래부의 빠른 의사 판단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방통위의 사전 동의 절차는 이번 인수합병의 마지막 단계인 만큼 시작하자마자 심사 ‘초읽기’에 돌입할 우려도 크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사진 오른쪽)은 최근 톰 휠러(Tom Wheeler) FCC 의장을 만나 방송통신 기업 M&A 등 정책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4.13총선 ‘엉터리 여론조사’의 교훈

그러나 속도에 쫓겨 잘못된 혹은 섣부른 결론을 내면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잘못된 예측이 낳은 예상외 결론에 대한 경험은 무수히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얼마 전 끝난 4.13총선도 이해 당사자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예상외 결론이 된 이유는 선거 전 실시된 1000여 건(4월 14일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등록 기준)의 ‘여론 조사’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 여론조사는 틀려도 너무 틀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 일주일 전까지 진행된 언론사, 각종 여론 조사 단체의 여론 조사는 실제 바닥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것을 넘어 다른 결론이 나온 선거구가 비일비재했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선거구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여론조사가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오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다. 최종 득표율도 정 후보 50%가 넘는 표를 얻으며 30%대에 그친 오세훈 후보에 압승했다.

이렇게 여론조사가 무용지물이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집전화(유선조사)’ 조사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PC로 무작위로 번호를 만들어 집으로 전화를 거는 임의 걸기 방식(RDD)로 여론 조사를 하다 보니 응답률도 낮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특히, 20~30대의 경우 낮 시간대 집에 거의 없어 표본수를 채우지 못하면 인구 비례에 따라 가중치를 둔다. 

이런 방식으론 직접적 이해 당사자(해당 선거구 주민) 뿐만 아니라 간접적 이해 당사자(소속 정당지지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가 없다. 현재 방송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TV 가구 시청률'도 같은 맥락이다. 가구 시청률 조사에는 지상파 3사가 여전히 강자지만 CJ tvN, 종편 등의 화제성이 급성장해 면대면 조사를 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인터넷, 모바일, OTT 등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는 이해 당사자(통합 시청률)까지 반영하면 순위가 역전될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많다. 

합병 심사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두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정부는 CJ헬로비전을 둘러싼 C-P-N-D에게 의견을 계속해서 물어야 한다. 모든 이해 당사자에게 설문을 돌릴 수 없지만 심사 과정에서도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특히, 시청자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시청자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콘텐트 산업, 더 나아가 유료 방송 시장의 발전 , 공생에 대한 각종 입장은 제대로 된 반영이 필요하다. 한 방통위 상임의위원의 말처럼 “의견수렴 절차가 또 다른 이벤트가 되면” 안 된다. 결론을 ‘끌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결론을 ‘끌어내라’는 이야기다. 

한정훈 JTBC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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