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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예능을 만났을 때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6.05.16 09:51
   
▲ JTBC '차이나는 도올'

텔레비전은 일상생활의 활력소이고 가성비 높은 문화 향유 수단이다. 고단한 하루 일 마치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때로는 눈물 콧물 다 짜내며 “맞다, 맞어”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런 자신이 한없이 실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한 달에 만원 남짓한 돈으로 이 만큼 편안한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뜬금없이 텔레비전이 기특해 보인다. 가끔은 이렇게 재미난 텔레비전이 공부도 된다면 더 없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요즘 텔레비전이 인문학을 격하게 끌어안으며 품격높은 재미를 쏟아내고 있다.

「차이나는 도올」(jtbc), 확실히 차이가 났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한국 콘텐츠에 열광하는 중국인 수 천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치맥 파티를 하고, 삼계탕을 나눠 먹으며 서울의 봄을 한껏 즐겼다. 한중 동시 방송한 「태양의 후예」는 한류 열풍의 시발점이었던 「대장금」을 뛰어 넘고도 남았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체제가 다른 나라, 인구가 많은 나라, 온갖 짝퉁의 원천이고, 상품의 질이나 상도의(商道義) 쯤은 쉽게 무시하는 나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가. 세계의 중심을 꿈꾸는 중국은 분명 다른 무언가를 갖고 있을 것인데 우리들의 과도한 자신감이 중국을 너무 폄하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즈음이었다.

JTBC '차이나는 도올' 포스터

‘책으로 배웠던 지식에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더해 중국의 뿌리와 현재 모습의 이음줄을 찾는’ 도올이 등장했다. 시의적절했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중국에 대해 그는 첫 회부터 열변을 토했다. 마오쩌뚱에서 시진핑까지 중국 근현대사의 사건과 인물들을 특유의 해박한 지식과 달변으로 시청자들을 꼼짝 못하게 잡아놓았다. 그는 때때로 광활했던 고조선을 달리기도 하고, 치열했던 임진왜란의 격전지 명량을 누비기도 했다. 분명 그는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를 통해 우리의 역사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도올이 중국으로 시청자들의 지식 창고를 채워주고 있는 동안 역사 이야기로 시청자를 휘어잡는 사람도 있다.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OtvN)의 설민석이다. 역사학자인 그의 강의는 반듯하게 차려입은 정장 바지선처럼 매끈하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말솜씨는 방대한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줄만큼 탁월했다. 사극이 ‘옛날’이란 옷을 입은 ‘오늘의 이야기’이듯 설민석의 역사 강의는 묘하게 오늘이란 시간과 겹쳐졌다. 자기 자신보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 조상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는 눈물까지 머금기도 했다.

그런 설민석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인물이 있었으니 소위 인문학의 종결자라 불리우는 최진기다. 그는 확실히 예능적이다. 사회, 역사, 철학, 문학 등 전방위적으로 광범위한 지식의 소유자인 그는 어떤 주제 앞에서도 막힘이 없다.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펼쳐갔다. 순발력 또한 뛰어난 그는 주춤거리지 않고 하고픈 말을 소신껏 내뱉는다. 이 시대의 코드들을 사방으로 배치한 그의 강의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기분을 갖게 한다.

O tvN '어쩌다 어른'의 한 장면

「차이나는 도올」 이나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가수, 탤런트, 개그맨, 방송진행자등을 출연시켜 강사와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게 한다. 그들의 질문은 엉뚱하기도 하고 가끔은 장난스럽기도 하지만 알고자 하는 진지함이 있다. 강사들은 어떤 질문이라도 만족할만한 답으로 응답했다. 도올은 그 날의 우수 제자를 뽑아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물하기도 하고,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며 사람들의 마음을 쥐었다 놓았다 했다.

이런 변화가 우려스럽기도 한 건 사실이다. 자칫 오락의 달달한 맛에 취해 교양의 본질을 벗어나 강의는 강의대로 삼천포로 빠지고, 오락은 오락대로 옆길로 벗어나는 우를 범할까 싶었는데, 이들은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재미있고 알찼다.

이제 인문학 공부 지루하지 않게, 재미나게 한 번 해볼까.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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