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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미방위가 해야 할 일
한정훈 JTBC 기자 | 승인 2016.05.31 10:14
   
▲ 출처 :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go.kr)

우리니라의 미래 4년을 책임질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20여 년 만에 3당 체제의 개막이다. 그러나 개원 초기부터 만만치 않다. 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회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은 안개속이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그간 수차례 원내부대표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 왔지만 현재까지 합의된 사항은 상임위원장 수를 새누리당 8개, 더민주 8개, 국민의당 2개 정도 유지하는 정도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최근 "정상적으로 다음달 7일부터 20대 국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화되긴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국회법대로라면 상임위 구성은 6월 9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법정 시한 내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도 여야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 먼저 여당과 야당이 서로 위원장을 차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 미방위원장, 여야 중 누구의 품에?

사실 미방위는 국회의원들이 선호하는 상임위는 아니다. 국토위나 농해수산위처럼 지역구 현안을 해결할 수도 없고 산자위나 교문위 등 이른바 ‘넉넉한 살림’을 가진 상임위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골손님을 제외하곤 대부분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비례 대표 초선으로 대거 포진된다. 전문성은 논외다.

하지만, 중앙당 입장에서 미방위의 위상은 전혀 다르다.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과 통신 분야 정부 부처와 관련한 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연말 대선을 앞두고 지상파, 종합편성채널,케이블TV 등 방송사들과의 좋은(?) 관계가 필요한 당일수록 미방위에 대한 ‘수뇌부’의 중요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새누리당과 10년 만에 정권 탈환을 원하는 더민주당 모두에게 미방위가 중요한 이유다. 물론 38석을 보유한 국민의당도 미방위가 필요하긴 마찬가지. 

때문에 미방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둘러싸고 여야 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미방위를 차지했던 여당은 20대 국회서도 이를 지키고 싶지만 2개 줄어든 상임위원장 배분이 부담스럽다. 더민주는 내심 미방위를 가지고 싶지만 운영위원장이나 예결위원장보단 미방위가 후순위다. 그러나 현재까진 여당이 미방위를 포기했다는 믿을만한 이야기는 나오고 않고 있다.

한 발 더 들어가서 만약, 미방위원장을 가져올 경우 이를 맡고 싶어 하는 의원들도 여야 모두 한 두명으로 좁혀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경남 지역 의원 K가 유력하며 더민주에선 미방위 출신 Y보다 서울 지역 J의원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에선 당 여건 상 비례대표 초선인 O의원이 간사를 할 것이라는 매우 신빙성 있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미방위 간사는 전반기엔 B의원이 하반기엔 친박으로 불리는 P의원이 나눠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정설로 힘을 얻고 있다. 

위원장과 관계없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방위를 원하고 있다고 알려진 의원들은 아래와 같다.(물론 최종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다.) 새누리당에선 김재경, 배덕광, 송희경, 김성태 등 4명. 더민주의 경우 이상민, 최명길, 김성수 등 3명. 국민의당은 김경진, 신용현, 이용호, 오세정 등 4명. 정의당은 추혜선 의원 1명이다. 

출처 :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go.kr)

◇ 20대 미방위, '곡성(哭聲)'이 되지 않으려면

미방위 구성이 난맥을 보이고 있지만 20대 미방위가 해결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다. 19대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너무나 많고 20대 국회가 첫 매듭을 지어야할 정책도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방송 산업만을 놓고 볼 때 20대 미방위가 풀어야할 주요 매듭은 ‘방송 시장의 구조 개편’과 ‘새로운 방송에 대한 정의(혹은 규제)’ 등으로 꼽힌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만 해결해도 미방위가 4년 내내 ‘우는 소리(哭聲)’로만 끝났다는 오명에선 벗어날 수 있을 듯 보인다. 

먼저 방송시장의 구조 개편은 이미 지난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시한폭탄이다. 인수 합병 시 가입자 750여 만 명으로 압도적 2위 유료 방송 사업자가 생기는 만큼, 업계의 모든 시선은 정부에 쏠려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담당 부처도 18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섣불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인수 합병의 허용 여부는 행정부의 몫이지만 국회는 이 빅 이벤트가 몰고 올 후폭풍을 대비할 안전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지점에서 20대 국회에서 통합 방송법의 바른 제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통합 방송법을 빌미로 ‘인수 합병’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다들 알다시피,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했던 통합방송법(방송법 개정안)은 기존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을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즉,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를 하나의 선상에서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됐지만 정부는 그 법안 그대로 20대 국회에서 정부 1호 법안으로 밀어 붙인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통합 방송법이 만들어질 경우 그동안 다른 영역에서 경쟁하던 같은 의미의 이종 산업(IPTV나 케이블TV처럼 시청자 측면에선 같은 서비스라는 의미)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결합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핀이 법안에는 분명 담겨야 한다. 그것이 시장 점유율 상한선이든 겸영 소유 지분 제한이든 말이다. 물론 그 규제의 중심엔 시청자가 있어야 한다.  

◇ '규제1.0' 탈피... 통합방송법이 담아야 할 것들

아울러 ‘방송 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 체계’ 마련도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의 등장 이후 국내외 방송 시장은 큰 변혁을 겪고 있다. 안방에서의 TV시청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PC, 스마트폰 등을 통한 모바일 TV시청(일명 N스크린)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유료 방송 시장도 케이블TV나 IPTV 등 전통적인 플랫폼 사업자를 이용하는 ‘방송 시청’은 정체를 보이고 있고 넷플릭스, 티빙, 푹 등 이른바 OTT를 통해 방송을 보는 코드 커팅(Cord-Cutting)이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외 IT기업들도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 애플이 콘텐트 강화를 위해 거대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 중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주력 상품인 아이폰 판매가 주춤해지자 콘텐트 중심의 새 성장 동력을 찾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사업 총괄 담당 임원인 에디 큐가 지난해 말 올라프 올라프손 타임워너 경영전략부문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인수 이야기를 꺼냈다고 알려졌다. 타임워너는 CNN과 드라마 방송사 겸 제작사인 HBO, 미국 할리우드 최대 영화 TV쇼 제작사인 워너 브러더스, 미국프로농구(NBA) 중계권을 보유한 터너를 거느린 미디어 그룹이다. 애플은 기존 방송사를 인수해 애플TV나 아이폰 등을 통한 콘텐트 직접 유통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사실상 ‘글로벌 방송 사업자’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끝난 INTX전시회에서 삼성은 자사의 스마트TV나 스마트폰을 통해 방송 콘텐트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넷플릭스나 훌루, 컴캐스트와 같은 기존 OTT나 방송 사업자와의 제휴 모델이지만 이 모두 삼성의 디바이스(플랫폼)을 이용하는 측면에서 사실상 ‘삼성전자=방송사업자’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상황이 이렇지만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한국의 방송 통신 규제 기관은 아직 ‘규제 1.0’시대에 머물고 있다. 통합 시청률이 도입될 경우 고정형 TV이외 PC와 모바일 등 일명 N스크린을 통한 방송 시청률을 파악할 수 있어 콘텐트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기득권을 가진 방송사들의 반대로 방통위는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또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OTT 방송은 현재 우리나라 방송법 체계 내에선 ‘방송’으로 볼 수 없어 방통위나 미래부는 이를 규제하거나 진흥할 수 없다. 때문에 이 지점에서 20대 미방위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방송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 수 없다면(혹은 한계가 있다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통해 행정부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 늘 그렇듯 정부와 국회는 서로 긴장 상태에서 핀 꽃을 먹고 자란다. 

PS>물론 20대 미방위가 해야 할 일이 앞서 말한 두 사안에 머물진 않는다.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KBS수신료 현실화(19대 국회에서 폐기됨)도 추진해야 할 과제지만 이를 둘러싼 싸움을 끝내긴 4년은 너무 짧은 것이 사실이다.

한정훈 JTBC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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