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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의 비상, 위협받는 'TV왕조(王朝)'
한정훈 JTBC 기자 | 승인 2016.06.23 11:06

지난 22일 MSO 달라이브는 ‘딜라이브 플러스(D’LIVE plus)’라는 이름으로 넷플릭스 TV전용 OTT 셋톱박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넷플릭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뒤 내 놓은 첫 제품. 딜라이브는 “셋톱박스를 이용하면 기존 케이블TV 방송과 함께 넷플릭스의 콘텐트를 스트리밍으로 받아 가정에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딜라이브가 출시한 OTT 셋톱박스

화제성과는 달리 이 제품이 국내 방송 시장에서 안착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넷플릭스 콘텐트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다음TV 등 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존 셋톱박스가 국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1월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이후 딜라이브 셋톱박스까지 이제 국내 시장도 넷플릭스의 본격적 영향권 내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반면 티빙, 에브리온TV, 푹, 옥수수 등 국산 OTT는 아직 이렇다 할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 초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당시, 그들이 보여줬던 의욕에 비하면 성과도 미미하다. 

최근 넷플릭스, 아마존 등 글로벌 OTT 사업자는 대안을 넘어 방송 시장의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들의 성장은 ‘OTT 인베이젼(OTT Invasion)'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류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글로벌 OTT업체는 방송 시장뿐만 아니라 영화 시장에서까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 아마존, '콘텐츠 생태계'로의 영리한 접근

지난달 끝난 칸 영화제. 한국 영화는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비롯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 <곡성> 등이 극찬을 받으며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디어 전문가들은 올해 칸의 진정한 승자는 다름 아닌 아마존 스튜디오라는 분석이다. 아마존이 북미 판권을 가진 영화가 무려 5편이나 칸 영화제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저 예산 예술 영화들이지만 그 면면은 매우 화려하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지난 2010년 아마존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콘텐트 사업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아마존 스튜디오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출처 : 아마존스튜디오 웹사이트 studios.amazon.com)

아마존 스튜디오는 개막작인 우디 알렌의 <카페 소사이어티>를 비롯해 경쟁 부문에 초청된 니콜라스 원딩 레픈 감독의 <네온 데몬>,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 <김미 데인저> 등의 북미 배급을 맡을 예정이다. 때문에 아마존 스튜디오의 독립 영화 독과점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존의 이런 성장은 '영화 생태계에 대한 영리한 이해'에 기인한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자존심이 쎈 작가, 감독들의 작업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접근성이 뛰어난 온라인 스트리밍의 장점을 살리고 있다. 

일례로 아마존 스튜디오는 온라인 상영에 앞서 극장 상영을 보장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가 <와호장룡2>를 온라인(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독점 공개하기로 하면서 미국 극장주협회의 반발을 산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급진적인 온라인화를 경계하던 창작자들은 현재까지 대환영이다. 짐 자무시 감독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나에겐 극장 개봉을 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이해해주는 곳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만족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마존 스튜디오의 영리함은 적어도 영화계에선 '온라인 퍼스트'라는 넷플릭스의 대전제도 수정케 만들 것이라고 전망도 나온다. 

더 나아가 최근 아마존은 새로운 비디오 서비스 선보이면서 넷플릭스와 유튜브 시장을 넘보고 있다. 지난 5월 오픈한 '아마존 비디오 다이렉트(Amazon Video Direct)'는 아마존 스튜디오가 직접 제작한 TV쇼와 영화 콘텐트는 물론 전문 영상 제작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올리거나 영상을 시청하고 공유할 수 있다.  

'전문가 영상(방송, 영화 콘텐트)'와 '개인화 영상(MCN)'을 함께 볼 수는 셈이다. 아마존 비디오 다이렉트에 올라온 동영상들은 아마존 이용자들에게 노출되며 광고와 판매수익을 동영상 창작자들에게 제공한다. 가입자들은 전문 제작자들이 만든 프리미엄 동영상 콘텐트를 스트리밍 형태로 빌려 보거나 다운로드 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다. 

아마존 비디오 다이렉트 서비스 이미지(아마존 비디오 다이렉트 웹사이트 videodirect.amazon.com)

◇ 넷플릭스, 2020년 TV시청 점유율 14% 예상...케이블 네트워크 위협

넷플릭스의 상승세는 여전하다. 특히, 넷플릭스의 TV시장 공략은 무서울 정도다. 리서치 회사 모펫네이선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는 미국 시청자들의 TV 시청시간의 6%를 점유했다. 이는 지난 2014년의 4.4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미국인들의 TV 총 시청시간은 290억 시간이었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기존 TV 방송사들에겐 위기다. 모펫네이선슨은 넷플릭스 등 OTT의 확산으로 지난해 미국 내 TV시청시간이 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중 1.5%는 넷플릭스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상승세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방송 산업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의 TV시청 점유율이 오는 2020년까지 14% 정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지금 폭스, AMC 등 미국 내 케이블TV 네트워크와 비슷한 점유율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더 의미 있는 최근의 흐름은 '젊어지고 있는 시청자'다. 새로 유입되는 넷플릭스의 시청자층은 매우 젊고 매력적이다. 미국 영화 산업 분석지 버라이어티는 지난해 기준, 넷플릭스의 주문형 비디오(SVOD)도달률은 35~44세가 60%, 45~54세가 54%, 55~64 세가 37%, 65 세 이상은 23%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VOD의 경우 ‘도달률이 시청률(시청 점유율)과 같은 개념’이다. 

넷플릭스 서비스 이미지(출처 : 넷플릭스)

반면, 넷플릭스의 확장은 지상파 TV방송사들에겐 위기다. 귀찮은 이민족 정도로 평가했던 넷플릭스는 이제 과거 몽골이 그랬듯 '왕조(王朝)'를 교체할 수준까지 전투력이 상승했다. 주류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시대가 변했음을 직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대응에 나섰다. 영국 BBC와 ITV가 대표적이다. 이 두 회사는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OTT 관련 합작 회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BBC는 영국 넷플릭스에 일부 인기 콘텐트 공급을 중단했다. 지난 5월 발표된 BBC 백서에 따르면 BBC는 향후 매출 구조를 미래가 불확실한 수신료 이외 구독료(가입자 기반)로 전환하기 위한 부가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CJ E&M은 OTT 확산을 대비해 '합작 회사 혹은 공동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상파 3사의 OTT플랫폼인 푹을 확장하는 개념이다. 또 최근 SBS는 모바일 콘텐츠 브랜드 모비딕(Mobidic)을 발표하고 올해 모바일 전용 콘텐트를 대거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방송 시장의 주도권이 OTT사업자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들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OTT사업자들은 시청자가 아닌 가입자들의 성향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에서 첫 번째 미디어 데이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 최고콘텐츠책임자 등 넷플릭스의 주요 임원진이 참석한다. 넷플릭스의 CEO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20년 내 '제로 TV(Zero TV)'시대가 올 것이라고 선언한 헤이스팅스가 한국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궁금해진다. 사족을 붙이자면 SBS의 모비딕은 'Mobile(모바일)'과 'Dictator(지배자)'의 결합어로 '모바일 시장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누구에겐 불편하고 모두에겐 어렵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한정훈 JTBC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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