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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인사이드> 리우 올림픽 어디서 어떻게 보셨습니까
한정훈 JTBC 기자 | 승인 2016.08.24 17:48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리우올림픽이 지난 22일 끝났다.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등 21개의 메달을 땄다. 금메달 기준 종합 순위 8위. 금메달 10개와 10위 권 내 진입을 목표로 한 한국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 선수들은 짜릿한 승리와 아쉬운 패배의 드라마로 우리를 감동시켰다. 12시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리우에서 전해진 한국 선수단의 선전은 새벽 시간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의 경기를 중계한 지상파 방송의 TV시청률은 감동에 비례하지 않았다. AGB닐슨 등 시청률 조사 기관에 따르면 지상파 3사 방송의 동시 중계 채널의 합산 시청률은 30% 수준이었다. 지난 런던 올림픽의 40% 수준에 비해 10% 포인트 가량 떨어진 것이다. 이마저도 여자 배구와 같이 가장 인기 있는 종목만이 30%를 넘겼다. 그 많던 시청자들은 어디로 간 것 일까.

© News1

◇ TV스포츠의 종말

올림픽, 월드컵이 열리면 온 가족이 모여 한국 선수단의 경기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들은 한국 선수단의 투혼에 함께 울고 환호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단을 향한 국민들의 환호 소리는 여전했지만 TV앞을 지킨 충성스러움은 사라졌다. TV를 향했던 시선들은 모두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으로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개인 시청도 늘었다.

이런 트렌드는 숫자로도 확인됐다. 13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오는 2032년 올림픽까지 중계권을 확보한 NBC유니버셜. 이번 올림픽 기간 중 경기를 시청한 평균 시청자(TV에 모바일, PC시청자를 포함한 total audience delivery)가 2750만 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평균 3000만 명에 비하면 하락한 수치다.

가장 높은 시청률은 마이클 펠프스(수영). 케이티 러데키(수영), 시몬 빌스(체조) 등의 경기에서 기록됐는데 이마저도 평균 3600만 명이 시청하는데 그쳤다. 직전 대회들에 비해 평균 10~20%가 낮은 시청률이다.

때문에 막대한 금액을 들여 TV중계권을 산 지상파 방송국들도 고민에 빠졌다. 당초 NBC는 광고 판매가 사상 최고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큰 재미를 못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률 하락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450억 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해 올림픽 중계권을 획득한 지상파 3사는 속수무책으로 떨어진 시청률에‘TV 스포츠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체감해야 했다.

특히, 한국 남자 축구와 여자 배구가 8강에서 탈락해 믿었던 광고 수익도 예상에 훨씬 못 미쳤다. 한 지상파 미디어렙 관계자는“광고 패키지 평균율이 70%에 불과했다”며 “인기 종목도 온라인 중계의 영향 탓인지 광고 단가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TV 스포츠 중계의 몰락은 ‘종합편성채널의 침묵’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JTBC 등 종편 4사 중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뉴스용 자료 영상을 구입한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보도용 자료 영상을 구매할 경우 일일 평균 20여 분이 넘는 자료가 제공된다. 그러나 구매하지 않으면 일일 4분 이하의 편집 영상만을 받을 수 있다. 그마저도 올림픽, 월드컵 등 정부가 고시로 정한 국민 관심에 한해서다. 종편 입장에선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도 종편이 뉴스 영상을 사지 않은 이유는 TV중계권료의 1%(5억 원)에 달했던 비싼 가격 때문. 그러나 그 이면엔 올림픽 보도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데도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지상파들은 ‘종편이 돈을 쓰지는 않고 공짜로 영상만 받으려 한다’며 불만을 쏟아내며 자료 영상 제공 시간을 경기 종료 후 10시간 이후로 고정했다.

종편 관계자는“종편들이 올림픽 영상을 사지 않은 것을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정부에 분쟁 신청이나 관련 항의도 하지 않았다”며 “TV 스포츠 보도에 대한 중요도가 과거에 비해 하락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디지털 스포츠 중계 시대 개막

TV 스포츠 시대가 저물고 있지만 ‘스포츠 콘텐트’의 인기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스포츠 콘텐트에 대한 시청자의 충성도는 여전하다. 실시간성에 대한 묘한 매력은 스마트폰, PC에도 이어진다.

실제, NBC유니버셜의 올림픽 시청률이 감소하긴 했지만 그나마 TV시청의 감소분을 모바일이나 PC 시청이 보완해줘 시청률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BC유니버셜은 리우 올림픽이 끝난 뒤 보도 자료에서 “리우 올림픽은 온라인 스트리밍 스포츠 시청의 새로운 시대를 연 올림픽”이라며 “런던 올림픽에 비해 시청률은 떨어졌지만 온라인 시청자는 늘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리우올림픽 축구 경기나 다이빙 경기의 경우 TV시청률은 줄었지만 케이블TV 등을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시청한 사람이 더 많았다고 NBC는 밝혔다.

게다가 디지털로 건너온 스포츠 콘텐트는 OTT 등 뉴미디어 플랫폼까지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림픽 경기의 주요 장면을 담은 비디오 클립은 뉴미디어 동영상 플랫폼 활성화를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일례로 펜싱 에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의 역전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네이버 상에서 클릭수가 260만 건에 육박했다. 한 명이 여러 번 시청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100만 명 이상은 해당 플랫폼에서 영상 클립을 봤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박상영 선수 금메달 경기 네이버TV캐스트 캡처 화면 © 네이버

한국에서도 디지털화 된 스포츠 콘텐트는 많은 변화를 불러 왔다. 모바일 TV시청이 이제 보편을 넘어 일반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올림픽 당시 IPTV 3사와 포털들은 한국 주요 경기 실시간 중계 및 영상 클립을 제공했는데 이 기간 동안 온라인 트래픽은 대폭 늘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자사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의 일간 트래픽이 리우올림픽 중계로 1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지난 7일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때는 일별 최대 트래픽을 기록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실시간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 © News1 / SK텔레콤

모바일 플랫폼은 전통적인 TV시청자를 흡수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청자층을 만들기도 했다. 전통적 TV시청 시간대인 오후 6시~11시 아닌 다른 시간대에 TV 콘텐트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리우 올림픽의 경우 새벽시간 실시간 시청을 놓친 시청자들이 출근시간에 영상 클립을 소비하며 새로운 시청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본격화된 디지털 스포츠 중계 시대에선 새로운 중계 기술을 속속 시도 중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도 하루 한 경기는 가상현실(VR)로 제작돼 제공됐다. 4년 뒤에 있을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선 슈퍼마리오 인공지능 캐스터가 축구 중계를 할 것이라는 농담도 들린다.

스포츠까지 뉴미디어 시장에 대세가 됐다는 점은 케이블TV 등 전통적 TV 플랫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포츠 이벤트의 주요 판권은 앞으로도 거대 방송사나 미디어 회사가 주도하겠지만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뉴미디어 롱테일’은 플랫폼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정훈 JTBC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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