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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올드 콘텐트에 주목하다
한정훈 JTBC 기자 | 승인 2016.09.06 10:32

영화, 배우, 드라마, 비디오게임 등 영상 콘텐트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순위를 제공하는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nternet Movie Database, 약칭 IMDb)’

전 세계 6000만 명이 가입돼 유명하고 공신력 있는 사이트로 불리는 IMDb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는 ‘가장 인기 있는 TV쇼’다. 이 카테고리엔 미국 지상파, 케이블TV, OTT 등에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의 순위와 예고편(트레일러), 에피소드 공개일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때문에 미드(미국 드라마)팬들에겐 필수 코너로 불린다. 이 카테고리 10위권 내 포함된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검증 받았다고 볼 수 있다.

IMDb '가장 인기 있는 TV쇼' 순위

9월 5일 현재 ‘가장 인기 있는 TV쇼’ 카테고리의 10위권 내엔 독특한 드라마 2개가 올라있다. 4주 연속 1위인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6위엔 <더 겟다운(the get down)>.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NETFLIX)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트다. 이외 나머지 드라마들은 <워킹데드> <그레이 아나토미> 등 시즌을 이어가는 전통적 강자다.

<기묘한 이야기>와 <더 겟다운>의 공통점은 넷플릭스가 만들었다는 것 외에도 존재한다. 바로 1970,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복고 드라마라는 것. 몰아보기(binge watching)으로 분산미디어 시대 (Distributed Media era)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넷플릭스’가 올드 콘텐트에 관심을 갖는 모양새라니. 아이러니하다.

 

◇ 넷플릭스에 펼쳐진 <응답하라 1988>의 할리우드 버전

8부작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미국 인디아나주의 한적한 동네가 배경인 호러 드라마. 이 드라마는 친구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소년 윌(노아 스납)이 초자원적인 어떤 것으로부터 습격 받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면서 시작된다. 정부의 비밀 실험과 초자연 현상, 그리고 낯선 미스터리 소녀에 대한 비밀 등이 얽히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전 메인 플롯과 서브플롯은 씨줄과 날줄로 얽히며 촘촘한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또 다른 복고 드라마 <더 겟다운(The Get Down)>은 여전히 디스코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70년대 후반, 힙합이 태동하던 뉴욕 사우스 브롱크스를 배경으로 한다. 일종의 힙합 복고 영화인 셈이다.

바즈 루어만 감독이 <더 겟다운>의 제작자로 참여했는데 10년이 넘는 기획 기간으로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윌 스미스 아들로 잘 알려진 제이든 스미스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이 두 드라마는 아날로그 시절,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며 큰 화제를 낳고 있다. <기묘한 이야기>의 경우 8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서 봤던 남자 아이들의 보드 게임이나 음악이 그대로 재현된다. 중년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구니스(1985)>나 <E.T(1982)>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실종 소년의 엄마로 위노나 라이더가 나오는데 청춘스타로 한껏 반짝이던 그를 기억하는 이에게는 더욱 반가운 드라마다.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이와 함께 <더 겟다운>은 70년대 흑인 빈민가의 일상을 충실히 그리는 70년대 식 성장 드라마에 가깝다. 정확히 말하면 1977년인데 드라마에선 예전 뉴욕과 게토였던 사우스 브롱크스를 훌륭한 영상미로 그려낸다.

물론 주인공 그룹의 각각의 드라마가 잘 살아 있는 건 기본. 무엇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70년대를 회상하게 만드는 건 바로 음악이다. 70년대 풍미했던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음은 물론이다. 주제곡 격인 <Rule the World(I Came from the City)>은 ‘디스크와 힙합’이 혼재된 70년 대 후반에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더 겟다운(the get down)'

◇ 뉴미디어, 올드 콘텐트에 주목하다.

물론 넷플릭스가 복고풍 콘텐트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기를 끌었던 콜롬비아 마약 조직의 권력 다툼을 그린 <나르코스>도 시대 배경은 80년대였다.

그러나 <기묘한 이야기>와 <겟다운>에 주목하는 이유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주제로 해 중년층의 콘텐트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르코스>의 주인공인 마약왕은 필부필부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복고풍 드라마를 통해 그 시대의 문화를 2016년에 재현하고 있다. 동시에 넷플릭스는 70, 80년대를 살았던 중년층을 새로운 시청자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이런 넷플릭스의 시청 층 확대 노력이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평이다. 넷플릭스는 과거 지상파 방송, HBO가 그랬듯 40, 50대 시청자 층을 확보하며 주류 미디어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997년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도 내년이면 20년이다.

현재 190여 개국, 9000여 만 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좁은 이용자층’이다. 뉴미디어의 특성상 20, 30대 시청자가 절대 다수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 층이 협소하다는 것은 방송 플랫폼으로선 약점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청자들의 추천(큐레이션)을 주된 서비스로 하는 넷플릭스의 경우 이용자의 집중은 서비스의 단조로움과 같은 의미다. 특히,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로선 로컬 사업자와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TV드라마의 최대 소비자인 40, 50대 층을 공략할 필요성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런 점에서 <기묘한 이야기>와 <더 겟다운>이 만들어낸 40대 팬덤은 주목할 만하다. 친구들과의 일상과 잊고 있었던 어릴 적 꿈을 상상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넷플릭스가 만들고 있다. 뉴미디어가 올드 콘텐트를 어떻게 품을 것인가. 생각해 볼만한 주제다.

한정훈 JTBC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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