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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의 타임워너 인수, 정치적 장벽에 직면했다
한정훈 JTBC 기자 | 승인 2016.10.27 11:30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캡쳐(by Thomas Gryta, 2016.10.24 )

"AT&T의 타임워너 인수는 정치적 장벽에 직면했다(AT&T Faces Political Barrage Over Time Warner Deal)“

지난 10월 22일 미 대선을 2주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된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이번 인수로 시가 총액만 3000억 달러(340조 원)에 달하는 ‘콘텐츠를 갖춘 공룡 통신회사’의 탄생을 예견했지만 앞으로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 합병은 미국 2위 통신 사업자이자 케이블TV 3위인 AT&T와 할리우드의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 HBO, 뉴스채널 CNN 방송 등을 보유한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은 플랫폼과 콘텐츠를 겸비한 거대 미디어 그룹의 출현이자 미디어 산업의 대대적인 지각 변동을 의미했다.

그러나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미국 정치권은 이번 인수에 대해 전반적으로 곱지 않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방송 시장의 경우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이유(limit competition and hurt consumers)에서다. 또 수직 결합(통신의 콘텐츠 기업 인수)여서 시청자에 대한 선택 제한 요소가 없다는 AT&T CEO 랜들 스티븐슨이 해명과는 달리 콘텐츠 시장 독과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AT&T, 타임 워너 인수 이슈 쟁점화

미국 2위 통신업체 AT&T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타임워너의 인수협상 타결로 초대형 통신·미디어 공룡기업의 탄생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의회 반독점소위원회 소속 민주·공화 의원들 역시 이번 합의가 중요한 반독점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는 인수합병 소식이 알려진 후 “만약 내가 당선된다면 이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대 미디어 회사에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because it’s too much concentration of power in the hands of too few)”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대변인 브라이언 팰런은 "클린턴 후보는 규제 당국이 양사의 인수합병 협상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반드시 공개돼야 할 많은 정보들이 많이 있다"며 투명한 결정을 당부했다.

특히, 보도 채널인 CNN의 독립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클린턴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은 NBC 방송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두 회사의 인수합병에 우려와 의문을 품고 있다"면서 "집중도가 덜할수록 도움이 되고, 언론 분야는 독립성이 보장되야 한다"는 말로 인수합병을 우회적으로 반대했다. 이에 대해 랜들 AT&T CEO는 "CNN은 미국 언론 독립의 상징“이라며 ”인수 후에도 CNN은 독립 경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T&T는 만만하게 당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T모바일 인수 실패 이후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로비 강화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랜들 CEO의 경우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다.(하지만, 트럼프에겐 보험을 들지 않았다)

 

◇ 경쟁 위축은 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질 것

그러나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다른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합병은 유료 방송 시장 경쟁을 위축시켜 결국 방송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경쟁 제한에 대해선 디즈니와 같은 경쟁사들도 우려하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 토요일의 인수 발표 이후 ‘관계 당국의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디즈니가 이렇게 발끈한 이유는 지난 2011년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셜 인수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이다. 당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FCC는 ‘컴캐스트의 NBC 인수가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 결합이므로 경쟁 제한성이 크지 않다’며 합병을 승인했다. 그러나 합병 이후 시장은 변했다.

컴캐스트와 합병한 NBC유니버셜은 스포츠 중계 콘텐츠를 독점하는 등 경쟁 제한적인 양태를 보였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강력한 결합은 그것이 수직 결합이라고 하더라도 경쟁 제한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이 경험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물론 경쟁 제한성 논란에 대해 AT&T도 대비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AT&T는 타임워너 영화·스포츠 콘텐츠를 구독하는 시청자 정보를 자세히 분석해 모바일로 이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AT&T는 광고 시청자층을 정확히 설정하면 프로그램 제작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T&T 측은 “프로그램 제작비가 낮아질 경우 더 좋은 콘텐츠를 다수 제작할 수 있어 결국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작비 절감이 곧 시청료 인하와 같은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없다.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 사례에서 보듯 비용이 내려갔다는 선례도 없다. 결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한 것처럼 ‘이번 합병은 공격이 아닌 수비를 위한 대책’이다.

 

◇ 경쟁자는 누구인가

Netflix CEO 리드 헤이스팅스(사진: Paul Morigi)

사실 AT&T가 이번 인수를 추진한 이유는 다른 ‘유료 방송’을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견해다. AT&T가 두려워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넷플릭스와 구글이다. 지난해 AT&T의 유료 방송 가입자는 20만 명이나 줄었다. 위성방송 디렉TV를 인수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AT&T가 잃어버린 가입자가 앞서 언급한 두 사업자에 안착했다는 것은 각종 데이터에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케이블TV 등 고정형 유료 방송 시청자가 인터넷TV나 OTT 서비스로 이동하는 일명 ‘코드 커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 여러 업체는 월 시청료를 낮춘 스키니 번들 상품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여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스키니 번들(skinny bundles)은 인기 있는 몇 개의 방송 채널만 묶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유료방송 서비스다.

경기 악화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면서 이런 저가형 방송 상품은 점점 더 위력이 강해지고 있다. 어차피 시청자들이 보는 즐겨보는 방송 채널은 정해져 있기 있다. 이와 관련 구글의 최근 행보는 유료 방송 플랫폼에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글은 최근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에 실시간 TV방송 기능을 추가(혹은 강화)하기 위해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CBS와 콘텐츠 제공 계약을 맺었다. 또 미국에서 가장 많은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TV방송사 폭스(FOX)와도 계약 체결 마무리 단계에 있다.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시청 습관을 바꾸고 있다. 미국 10대들은 동영상 콘텐츠를 보는 매체로 TV가 아닌 넷플릭스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미국 투자 은행 파이퍼 제프리가 미국 청소년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이 동영상 시청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넷플릭스로 청소년 10명 중 4명(37%)이 매일 넷플릭스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는 콘텐츠로 무장한 구글과 넷플릭스로부터 안방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수직 결합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인수 합병 무산 시 AT&T가 타임워너에 물어야 할 위약금(deal termination fee)가 5700억 원에 달해 AT&T는 이번 합병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 붙고 있다.

미국 발 인수 합병 지진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 무산으로 갈 길을 잃은 국내 통신, 방송 시장에도 수직 결합 바람이 불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어쨌든 ‘이 겨울 바람은 불 것’이다.

 

한정훈 JTBC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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