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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UHD본방송 허가, 커지는 우려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6.11.11 17:51

정부가 드디어 내년 2월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허가했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 2월부터 지상파 UHD 방송이 개시되면 시청자들은 지금의 고화질 방송(HD)보다 4배 더 선명한 화면과 생생한 음향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콘텐트 부족, 시청자 수신환경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준비가 너무 부족해 본방송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현 박근혜 정부 임기 도중인 평창 올림픽 지상파 UHD 방송을 목표로 추진계획을 무리하게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모습/뉴스1

◇ 지상파 UHD방송 시대 개막,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지난 1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KBS, MBC, SBS가 시청한 수도권 지역 UHD 방송국을 신규 허가했다. 채널로는 KBS 1TV, 2TV, MBC, SBS 등 4개다. 허가 기간은 3년으로 방통위는 총 9개 허가 조건을 부여했다. 지난해 연말 주파수를 할당 받은 EBS는 송신 문제 해결을 전제로 내년 9월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UHD 허가 조건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허가신청서에 기재한 콘텐트 투자금액 이상을 이 기간 동안 집행해야 한다. 또 UHD 투자 및 편성 실적·계획 등 전반적인 UHD 추진상황이 포함된 지상파 UHD 추진 실적 및 계획 보고서를 매년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UHD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올해(2017년) UHD 프로그램을 5%이상 편성하고 매년 5%씩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KBS의 경우 EBS의 UHD 방송의 원활한 송출에 협조해야 하며 연말까지 송출에 관련한 협의를 마쳐야 한다.

 

◇ 지상파 UHD 방송, 수신 가구 1만 여 곳에 불과

방통위의 이번 승인으로 지상파 UHD방송이 시작됐지만 내년 2월 수도권 지역에서도 본방송을 볼 수 있는 가구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승인된 UHD 방송의 기술 표준이 미국식(ATSC 3.0)인데 현재 판매된 100만 여대의 UHD TV의 기술 표준은 유럽식(DVB-T2)이기 때문이다. 미국식 표준을 채택한 UHD TV는 내년 2월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식 UHD TV를 산 소비자들이 내년 UHD 본방송을 수신하려면 전송방식을 변경해주는 별도의 단말기를 부착해야 한다. 이 단말기의 가격은 최소 6만원 상당이지만 아직 정부나 가전사는 이를 무상으로 지원할 것인지, 소비자에게 구매 부담을 지울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민주당 의원은 "UHD 방송을 정부가 졸속·부실하게 추진 중"이라며 "이로 인한 결과적인 손해는 시청자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백번 양보해 컨버터를 달아 지상파 UHD방송을 볼 수 있는 가구가 얼마나 될까. 정부는 그동안 판매된 UHD TV가 전국적으로 100만여 대, 수도권은 48만 대 정도가 보급된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율이 3.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1만 6800가구 정도가 지상파 UHD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많은 수치 같지만 UHD TV를 보유한 가구의 1% 남짓이며 전체 가구(2900만)와 비교하면 0.00062%에 불과하다. 복권 당첨 확률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에보다 더 나아간다. 시청자의 90% 이상이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UHD를 시청하기 위해선 유료방송을 통한 재송신이 필요하다. 아니 필수다.

그러나 케이블TV, IPTV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UHD재전송에 부정적 입장이다. 지상파 UHD 편성 비율이 전체의 5%(2017년 기준)에 불과해 기존 HD 방송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재전송 가격 문제(CPS)로 매년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별다른 볼거리도 없는 UHD방송을 추가로 (본인들의 의지로) 송출한 사업자는 한 곳도 없다. 지상파 사업자들을 재원 부족을 이유로 5%의 의무 비율도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의 채우려고 하는 실정이다. ‘따분한 UHD 방송을 누가 볼 것인가’

'지상파 UHD 방송 추진위원회'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뉴스1

◇ 볼만한 콘텐트도 없어 ‘중간광고’ 요구만

앞서 말했듯 허가 조건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의 내년 UHD방송 편성 규모는 전체의 5% 수준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지상파는 제작비를 이유로 낮 뉴스 프로그램(오후 3시) 띠편성을 UHD로 제작하겠다고 사업계획서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화질인 UHD콘텐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스포츠나 다큐멘터리 장르가 적합하지만 보도 보다 2배 이상 들어 적은 비용에 편성 비율을 맞출 수 있는 꼼수를 택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콘텐트의 경우 편성 가중치도 있어 질적뿐만 아니라 양적으로 5%를 안 맞춰도 된다.

더 심각한 건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의 ‘투자 의지’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투자 의지는 매우 낮다. 방통위가 공개하진 않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8월 UHD 사업계획을 제출하면서 광고 수익 급감 등을 이유로 UHD 투자 규모를 대축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계획서와 청문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방송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당초 계획의 8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개국 첫해에만 당초 계획 대비 110%를 넘는 투자를 유지하고 2년차부턴 투자 금액을 대폭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 투자 계획(목표)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과 통신 간 700mhz 주파수 분배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13년 '국민행복 700플랜'을 발표하며 UHD 투자에 약 8조1000억원(시설 1조1000억, 콘텐츠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700mhz 주파수를 받고 난 뒤인 지난해 12월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 UHD 정책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027년까지 UHD 방송을 위한 총 6조7902억 원(시설투자 9604억원, 콘텐츠 5조8298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직전 계획에 비해 1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방송국 승인을 받고 난 뒤인 이번엔 여기서 1조원이 더 줄어들어 5조 6000여 억 원으로 투자 금액이 낮아졌다. 2013년 8조원 계획과 비교하면 2조 4000여 억 원이 감소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투자 의지 부족은 지난달 말 진행된 방통위 ‘UHD방송 허가 심사’에도 큰 논란이 됐다. 심사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금감 등을 이유로 당초 계획의 60% 수준의 투자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회는 당연히 반발해 지난달 말 심사가 끝나 의결될 예정이었던 방통위의 지상파 UHD방송 허가는 한 차례 연기됐다. 지상파 UHD심사는 지난달 24일쯤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콘텐트 투자 의지가 문제가 돼 방통위 상임위원간 논의 끝에 추가 청문까지 진행했다.

심사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전반적으로 UHD방송에 돈을 쓰겠다는 사업자가 없었다”며 “KBS는 방송법 상 EBS의 UHD방송 송신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에도 ‘중계소에서 가정까지 송신은 지원하겠지만 송출 장비는 EBS가 구매’해야 한다고 버텼다”고 전했다.

추가 청문 이후 방통위의 압박으로 투자 규모가 조금 늘긴 했지만 당초 계획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는 UHD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UHD심사 청문에서 투자 확대를 위해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상파 3사의 적자 규모가 100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UHD 투자 확대는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는 평창 올림픽의 UHD본방송 로드맵에 묶여 결국 UHD방송을 허가했다. 물론 방통위는 앞으로 투자 여부를 꼼꼼히 지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공공재인 주파수를 무료로 제공받는 사업자인 지상파는 투자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며 “방통위도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자 불이행에 대한 강제력은 매우 의문이다.

 

◇ UHD방송이 지상파가 주도해야 할 서비스인가?

UHD방송 의결을 위한 전체회의에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상파 UHD방송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선지 ‘UHD방송이 단지 화질만 4배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과 융합 시대,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UHD를 통해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UHD를 허가하는 것의 의미가 크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 위원장은 UHD방송 시대가 되면 올IP(All IP)방송이 가능해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않아도 다양한 채널 서비스(MMS를 의미하는 듯), 콘텐트 서비스, 프로그램 가이드 등을 이용할 수 있다며 ‘지상파가 홈포털’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과거 운동 경기를 중계하다 정규 방송 시간이 되면 ‘결과는 나중에 전해드리겠다‘고 끊어야 했는데 UHD방송이 상용화되면 중계를 하면서 다른 채널에서 정규 방송을 할 수도 있다”고 친절히 예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는 UHD방송의 특징이 맞지만 그렇다고 이런 장점들이 ‘그래서 지상파가 UHD방송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될 수 없다. 게다가 이렇게 좋은 서비스는 이미 디지털 케이블이나 OTT 등을 유료 방송을 통해 구현돼 왔다. 물론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이런 장점들이 제대로 원칙을 지키며 구현되기 위해선 지상파 방송사들의 투자 의지는 필수다. 아울러 유료 방송에 기대지 않는 수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UHD방송은 직접 수신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정부의 혜택을 경험할 시청자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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