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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이후에 거대 인수? 불투명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6.12.02 10:52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데 격렬히 반대했던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가 그렇게 반기를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도널드 트럼프는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때문에 타임스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트럼프가 타임스 본사를 방문할 당시 벌였던 신경전이다. 트럼프는 방문에 대해 비보도를 요청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의 뉴욕타임스 방문 기사는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후 뉴욕타임스는 기사를 통해 자신들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가 추진하는(혹은 추진할)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딴죽을 건 방식이다. 미디어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트럼프 시대 이후 변화할 방송 시장에 대한 분석이다.

NewYork Times 기사 캡쳐  ‘Future of Big Mergers Under Trump? Like Much Else, It’s Unclear‘(By MICHAEL J. de la MERCED and CECILIA KANG, 2016.11.10)

이런 흐름 속에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월 10일 재미있는 기사를 게재했다. ‘Future of Big Mergers Under Trump? Like Much Else, It’s Unclear‘라는 제목의 기사는 AT&T와 타임워너 인수가 정치적인 이유, 정확히 말해 트럼프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과거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인수하는 것을 두고 ’독약(poison)‘이라고 독설을 날렸다”며 “이는AT&T의 타임워너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비정상적인 시장, 비정상적인 정부

뉴욕타임스의 이 기사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디어 정책이나 산업에선 적어도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다고 생각됐던 미국도 결국 위정자(爲政者)의 정치적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물론 뉴욕타임스의 결론으로 세기의 인수합병이 귀결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최근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대통령 탄핵 혹은 하야(下野) 문제로 사회 모든 영역이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다. 국내 방송 미디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최순실이 미디어 시장 인수합병에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방송 시장에 드리운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을 감안하면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도 아니다.

사실 최순실 이전에도 국내 미디어 시장은 비정상적인 힘으로 구동돼왔다. 특히, 플랫폼 시장의 경우 IPTV가 융합서비스라는 희귀한 이름으로 국내 유료 방송에 등장한 이후 ‘비정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비정상의 일상화는 정부의 탓이 크다. 그동안 정부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미명하에 후발 사업자인 IPTV에 차별적인 호혜를 베풀었다. 그 결과는 목도하디시피 ‘방송의 통신화’로 귀결됐다. 통신사들은 ‘휴대전화-방송-인터넷‘의 결합 상품을 통해 유료 방송 시장을 철저히 장악해갔다. 물론 케이블TV 등 기존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헝그리 정신이 없었다고 비난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부의 IPTV에 대한 차별적 대우는 사업자들의 의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와 관련, 미래부가 12월 발표 예정인 ‘유료 방송 발전 방안’에도 정부의 차별적 시각이 투영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케이블TV 등 우리나라 유료 방송의 근간을 이루는 사업자들의 혁신과 새로운 부가기치 창출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했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지난 10월 27일에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 발전방안 제1차 공개토론회

대표적인 사례가 SO의 ‘지역 사업 권역’ 폐지다. 정부는 SO의 권역을 없애 ‘미디어 사업 M&A'를 활성화시켜 케이블TV사업자에게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MSO의 경우 이미 전국 78개 권역에서 전국 서비스를 하고 있어 권역 제한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SO의 지역 사업권이 폐지되면 정부가 의도한 대로 시장이 긍정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에게 ‘시장 실패’를 인정하고 퇴출만이 살길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케이블TV의 역할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만약 정부 의도대로 아무런 대안 없이 SO지역권을 폐지하면 유료 방송 플랫폼 시장은 ‘통신사 중심의 독과점 시장’으로 재편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방송의 공공성은 차치하고 종편의 등장으로 점차 활기를 띄고 있는 국내 유료 방송 PP 시장에도 악재가 될 것은 자명하다.

 

◇ 비정상의 정상화, 새로운 서비스

그렇다면 정부의 이런 위험한 생각을 멈추게 하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힘 vs 힘’ ‘强 vs 强’의 전략도 거론되지만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강성 전략은 다른 큰 힘이 등장했을 때는 금방 효력을 상실한다. 결국 정부가 유료 방송 시장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방법은 ‘서비스 차별화’다. 시장에서의 승부를 보면 된다. 그간 국내 유료 방송 시장을 이끌어왔다는 명예를 다시 찾기 위해서도 서비스 차별화는 필수다.

AT&T 의 OTT서비스(Over The Top) DirectTV NOW

이런 관점에서 AT&T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타임워너를 인수한다고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AT&T는 지난 11월 27일 자사의 디지털 위성방송인 디렉TV를 이용해 스트리밍 서비스 ‘Direct TV NOW'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일종의 OTT서비스인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격은 한 달에 35~70달러 선으로 60개 채널에서 120개 방송 채널을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5달러를 추가할 때마다 HBO나 씨네맥스 같은 인기 있는 채널이 추가 제공된다. 경쟁 서비스인 아마존의 ’파이어TV 스틱‘이나 ’애플TV‘와 유사한 수준이다. 존 스탠키 AT&T 엔터테인먼트 그룹 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서비스는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사실, AT&T의 경우 이미 미국 최대의 유료 방송 사업자의 반열에 올랐고 타임워너 인수로 HBO, CNN과 같은 경쟁력 있는 PP까지 보유해 완벽한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지금, 굳이 새로운 서비스에 모험을 걸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AT&T는 모바일 방송 시대, 과감히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방송 시장 진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새로운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AT&T의 이런 모험이 성공으로 귀결될지는 아지 미지수다. AT&T는 OTT시장에서의 기존 강자인 넷플릭스나 훌루와 경쟁하기 위해 디렉TV나우를 ‘Cablelike'한 서비스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전략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의 철학이 묻어난다. 이를 위해 21세기 폭스, 월스트리저널, CBS 등의 콘텐츠 사업자와 협상 중이다. 준비하는 자에겐 시장은 열려있다.

 

사족 하나, 2016년 12월 1일로 종합편성채널이 방송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5년 동안 0% 시청률로 조롱도 당하고 수천억 원의 적자 속 생존에 대한 고민도 많았지만 잘 버텼고 성장하고 있다. 그간 종편들이 이룬 성과는 정치적인 함의를 잠깐 멈추면 국내 미디어 시장의 지형도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과실이 종편만의 노력인가. 지금도 100가구 중 50가구는 케이블TV를 통해 JTBC <뉴스룸>를 본다. 플랫폼과 PP는 共生 관계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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