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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빛났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6.12.16 19:09

일 년에 백 편이 넘는 드라마가 제작, 방송된다. 드라마 작가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 샘물 몇 개쯤 알고 있는 듯, 끝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지상파 드라마 재방 채널이란 오명을 벗은 지 오래된 케이블엔 톱스타와 작가, 감독들이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모여든다. 이젠 최고 시청률 20%를 목전에 두고 있고, 10%를 넘어서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케이블 드라마가 황금시대로 들어섰지만, 그런 드라마가 있었나 싶게 소리 소문 없이 왔다가 가는 드라마도 있다.

아무리 검색을 해도 시청률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흥행보증 작가나 감독, 배우도 거의 없다. 그런데 꼼꼼히 보니 기획은 독특했고, 구성은 탄탄했으며, 의미있는 완성도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보게 되는 2016년 아쉬운 드라마들이 있다.

'고양이띠 요리사' 방송캡쳐(출처= 올리브TV)

「고양이띠 요리사」(올리브TV)는 최초의 레시피 드라마답게 새로운 시도가 신선했다. 주인공은 베트남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쉐프 문준과 베트남을 여행하는 시각장애인 작곡가 수지, 그리고 그녀의 친구 민경이다.

문준은 분짜, 반미, 반저, 반짱, 짜조, 짜오 까 등 이름도 낯설고 맛도 상상이 가지 않는 베트남 음식들을 매회 내놓는다. 재료 선별에서부터 요리하는 방법까지 그의 대사와 움직임은 친절했다. 수지는 그가 만든 음식을 후각과 촉각, 입안에서 느껴지는 식감으로 먹고, 하나하나의 감각들을 세밀하게 묘사해냈다. 시각의 몫을 다른 감각에게 나눠준 결과는 탁월했다. 청춘들의 사랑은 설레였고, 시샘은 순수했다. 음식을 매개로 서로에게 다가서는 문준과 수지의 로맨스는 달콤했다. 영상 또한 베트남의 기온이 높고 공기의 밀도가 달라서 인 지 색과 깊이 면에서 기존의 것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감각적이었다.

'기억'(위), '모민의 방' 포스터(출처=tvN, OCN)

모델 출신답게 훤칠한 키에 수려한 이목구비를 갖춘 문준 역의 배우 이기우는 부드럽고 섬세했다. 「기억」(tvN)에서 충동적이고 잔인한 성격의 재벌 3세 신영진을 연기했던 배우인가 싶을 만큼 야비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수지역의 김소라는 연극배우 출신의 신인으로 시각 장애인 연기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해내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잠든 미각과 쉬고 있는 여행 본능을 자극하는 「고양이띠 요리사」는 베트남TV에도 방송될 예정이라 한다.

웹 드라마를 TV로 옮겨온 「모민의 방」(ocn)은 10분 이내의 이야기 두 편이 한 회를 구성한다. 시작했나 싶으면 어느 새 끝이었다.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가족들의 이야기는 단순명료했다. 마치 하루에 한 문장씩, 오늘의 명언을 읽어가는 듯 했다. 시청대상은 당연히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호기심 많고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는 젊은 층이었다.

「모민의 방」은 저작권 교육을 위한 홍보용 목적 드라마이기도 헸다.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사진이나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할 때 알아두어야 할 저작권에 대한 이모저모를 드라마와 엮어 상세히 보여주었다. 고리타분해질 수도 있었는데 의외로 재미와 교육 두 마리 토끼가 모두 잡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드라맥스의 '1%의 어떤 것'이란 드라마(왼쪽)는 2003년 MBC에서 방송된 드라마로 같은 작가가 만들었다(출처=드라맥스, MBC)

「1%의 어떤 것」(드라맥스)은 리메이크 드라마다. 2003년 MBC에서 방송된 동명의 드라마를 그때 그 작가가 다시 만들었다. 재벌 남자와 평범한 여자간의 로맨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드라마이지만 이들의 로맨스는 경쾌했다. 이야기의 틀은 같았지만, 13년간의 시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서 본 듯 익숙하고 처음 대하는 듯 상큼했다.

아쉬웠던 드라마들은 100% 사전 제작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승전결을 완성한 후 본방송이 시작되니 완제품을 선물 받은 듯 했다. 신인 배우,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이 사라진 방송가에서 신인들에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선 희망적이었다.

누구나 주목받고 싶지만 모두가 주목받을 수는 없다. 누구나 처음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할 수 있다. 이 드라마들이 그 성공의 증거가 되어주면 좋겠다.

 

우은환 (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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